개그맨이자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김구라가 이혼했다. 중년 부부들의 이혼이 다반사인 현실이지만, 속상한 가정사가 알려질대로 알려진 그의 이혼 소식은 씁쓸함을 더한다.
김구라는 25일, 18년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소속사 라인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저희 부부는 금일 25일 법원이 정해준 숙려기간을 거쳐 18년의 결혼생활을 합의이혼으로 마무리 하게 됐다"고 합의이혼 소식을 직접 전했다.
직접 써내려간 이혼 보도자료 전문에는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고 싶었으나 끝내 부부의 연을 끊을 수 밖에 없었던 그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혼의 발단이 된 건 보증으로 시작된 아내의 채무였다. 앞서 2014년 4월 SBS '힐링캠프'에서 김구라는 "처형이 돈놀이를 한 후 잠적했고 빚이 그대로 보증을 선 아내에게 돌아갔다. 처음엔 몇억에 불과했는데 몇 년 만에 17억까지 불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그는 아내의 채무 사실을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스스럼없이 꺼내놓으며 '자폭' 토크를 벌였다.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그렇게라도 토로해야 답답함이 풀릴 것'이라며 그를 이해하는 분위기였고, 김구라의 가정사는 그렇게 가십성 토크 소재가 돼 흘러가는 듯 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숫자가 전부가 아니었다. 부부사이에만 알 수 있는 말 못할 고민은 따로 있었고, 결국은 이혼으로 귀결됐다. 그는 지난 해 3개월간 별거 기간도 가졌으나 "결국 서로의 좁혀지지 않는 다름을 인정하며 부부의 인연을 마무리하고, 동현이 부모로서 최선을 다 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아들 김동현 군에 대한 양육권은 김구라가 갖는다. 또 그는 아내의 남은 채무 역시 마무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버지로서의 책임, 그리고 굳이 떠안지 않아도 될, 전 부인에 대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까지 엿보게 한 대목이다.
이혼 사실을 직접 알린 것 역시 가족에게 돌아갈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매체를 통해 이혼 소식이 알려질 경우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루머가 생길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차단하고,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소속사의 설명이다.
이혼이 '사회적 물의'도 아니거니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인 만큼, 방송 활동에 쉼표를 찍을 계획은 없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일밤-복면가왕'. '마이리틀텔레비전', SBS '동상이몽 괜찮아괜찮아', tvN '집밥 백선생'을 비롯해 '썰전', '호박씨' 등 다수의 종편채널 예능에 출연 중인 그는 변함없이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낼 전망이다.
여느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자신의 가정사를 밝히기를 꺼리는 것과 달리, 그에게 방송은 어디에도 말 못할 답답함을 해소하는 해방구이기도 했다. 웬만한 지인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 할 법한 이야기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방송에서 한다는 것은 서글픈 아이러니지만, 김구라로선 최선의 선택이었을 터다.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상,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 또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심적 고통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서라도 지금 출연 중인 방송은 꾸준히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 부디 앞으로도 지금처럼, 특유의 담담한 '썩소'와 촌철살인 그리고 독설을 계속 보길 희망한다.
단, 더 이상 말로 업(業)을 짓는 일만은 부디 없기를. 본격 방송진출 전, 도를 넘어선 과거 발언으로 자숙기까지 가진 탓에 한층 '독'이 빠진 독설임에도 여전히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인 그다.
누구보다 큰 아픔과 상처를 겪은 그가, 상대를 배려하는 가운데 재미로 등장하는 독설이라면 시청자들이 김구라에게 응원의 박수 외에 보낼 것은. 단언컨대 없다.
원치 않게 '보살' 칭호를 얻게 된 김구라가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아 방송인으로서도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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