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감독은 "이제 뭘 해도 욕먹을 일만 남은 것 같다"고 했다. 26일 밤 서울 용산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영화 '도둑들', '암살'에 이은 차기작을 기대한다"는 취재진의 말에 대한 답이다.
최 감독은 벌써 차기작 시나리오 두 편을 썼다가 엎어 버렸다. 그럼에도 "어쩌겠느냐?"며 숙명이라고 생각하는 듯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하긴 앞서 '암살' 홍보 인터뷰에서도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촬영에 열중하는 것으로 대신한다"며 스트레스를 즐기는 듯 말했던 최 감독이다.
전작 '도둑들'의 흥행으로 인한 기대와 관심을 받으며 만들어낸 '암살'은 현재 승승장구다. 27일 영진위 기준 1179만명을 돌파, '태극기 휘날리며'를 넘어 역대 한국영화 스코어 8위에 랭크됐다. 친일파 척결을 소재로 한 '암살'은 앞서 70주년 광복절 당일 1000만 관객을 넘어 의미를 더했다. '도둑들'에 이어 최 감독과 두 작품을 같이한 이정재는 이날 "1000만이라는 숫자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기운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최 감독은 2012년에도 1000만 영화를 만들어낸 바 있다. 공교롭게도 8월15일이었다. 이정재 말대로 최 감독에게 어떤 운도 따라다니는 듯하다.
두 편 연달아 1000만 관객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최 감독은 즐거워 보였다. 다만 난데없이 불거진 표절 문제가 이제 '암살'과 관련해 남은 마지막 걱정이다.
최근 법원은 "'암살'과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 사이의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최종림 작가가 낸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아직 1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상영금지 가처분신청과 관련해서만 놓고 보면 법원이 "두 작품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고 밝혔기에 현재까지는 '암살' 측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이다.
최 작가의 표절 주장은 출판계의 씁쓸한 단면이다. 최 작가는 '암살'을 이용해 이득을 보려고 한 인상이 강하다. 10년도 전에 나온 책을 최근 재판했고, 한쪽에 '암살'이 이 책을 표절했다는 내용도 넣었다. "작가적 양심을 걸었다"고 하나 법정 공방을 하기도 전에 본인의 책을 다시 내놓은 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코리안 메모리즈' 말고 또 다른 한 소설은 다른 제목이었는데 '암살'의 흥행 덕을 보려고 영화와 같은 제목으로 바꿔 재판했다. 띠지에는 영화 '암살'은 이 책을 모티브로 했다는 내용도 붙여졌다. 최 감독은 "보지도 않은 소설을 모티브로 했다니 황당했다"고 했다. 항의 차원에서 전화하기도 했지만, 출판사로부터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답을 제대로 듣지 못한 상황이다.
영화가 흥행하면 책이 나오기 마련이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변호인'과 '국제시장'도 소설이 나왔지만 감독이 저자로 올라 있다. 하지만 소설 '암살'은 영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아무리 요즘 출판계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흥행하는 영화에 무임승차해 뭔가를 얻으려는 방법이 졸렬하다.
최 감독은 최종림 작가의 '코리안 메모리즈' 표절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판결이 나오려면 오래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소설 '암살'과도 싸우기에는 시간과 체력이 낭비될 것 같아 법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로 잡아야 하는 게 추후 또 다시 제기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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