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세연 기자] “세상에 수많은 감정을 조금 더 새롭게 표현하고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어요.”
어반자카파 조현아가 처음 가사를 썼던 시기는 고등학교 1학년 부터였다. 그는 ‘재미있는 일 없어?’가 평소 말버릇일 정도로 타인의 소소한 경험담을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의 말마따나 어반자카파 1집 앨범에 수록된 ‘이네비터빌리티’(inevitability)와 이후 발매된 ‘지겨워’ 역시 학창시절 친구의 경험담에서 시작된 곡이다.
그의 가사는 대부분 직설적이고 간결하며 사랑에 대한 환상보단 현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제목만 봐도 ‘조현아다움’이 느껴지는 ‘니가 싫어’와 ‘리버’(River) 또한 타인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곡이다. ‘니가 싫어’는 이별을 겪은 당사자의 입장으로, ‘리버’는 실연의 아픔에 힘들어하는 사람을 향해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 사진제공=플럭서스뮤직 |
‘니가 싫어’는 라디오 사연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곡이다. 사연은 여자의 시점으로 펼쳐진다. 여자는 이별을 앞두고 헤어지게 된 이유와 진심을 듣고 싶어 대화를 청했고, 남자는 이를 단지 ‘매달림’으로만 치부했다. 여자는 마치 사랑을 구걸하는 사람인 마냥 비쳐졌다는 것이 주된 줄거리다.
“사연 속 여자는 이별을 앞두고 성숙한 대화를 하길 바라지만 애초에 상대방은 그게 불가능한 사람인거죠. 이 사연을 듣고 화가 좀 많이 났어요. 남자는 자신의 주위 친구들한테 ‘얘가 또 나를 귀찮게 한다’ ‘매달린다’라고 극단적으로 해석해서 여자를 비참하게 만드는데 이게 내 친구 얘기라고 생각을 하면 너무 화나는 일이잖아요. 감정이입이 돼서 바로 멜로디랑 가사를 쓰게 됐죠.”
“가사 후반부를 보면 시간이 흐른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때도 우리는 만나지 말자는 말이 나오는데 저는 다시 만나는 것, 그게 가장 큰 실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연애하는 모든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더 좋게 변할 거라는 것은 착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거든요. 그낭 이 세상에서 다시 안 만나면 되는 건데 자꾸 그런 실수를 하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가사만이라도 이렇게 썼어요. 다짐 같은 거죠.”
“‘니가 싫어’를 듣고 앨범에 넣자고 제안한건 순일 씨였어요. 녹음도 정말 오래 걸렸어요. 셋 다 이 노래를 녹음하면서 울었거든요. 결국 중단하고 얼마간의 기간을 두고 재녹음을 했어요. 간단한 가사다보니까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 어려운 곡이었죠. 저도 가끔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 감정이 북받쳐 올라와요.”
◇리버 (River)
‘리버’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는 말로 시작된다. 조현아는 놀랍게도 그 위로를 받는 당사자가 같은 팀 멤버인 권순일이라고 말했다. 이별을 겪은 슬픔을 토해내는 권순일의 모습에 문득 영감을 얻어 후렴구가 탄생했다고.
“순일 씨는 원래 힘든 일이 있어도 잘 울지 않는 친군데 술을 먹고 울더라고요. 저는 그의 연애사를 다 알고 있었으니까 너무 속상한 거에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있는데 갑자기 후렴구 멜로디가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비록 이 친구가 사랑에 실패했지만 언젠간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가사도 함께 떠올라서 전화를 잠깐만 끊자고 얘기하고 얼른 음성 메모에 녹음을 했죠.(웃음) 이후에 순일 씨한테 전화해서 덕분에 노래가 하나 나왔다고 들려줬는데 처음엔 듣고 욕을 하더라고요. 나빴다고. 사람이 힘들다고 전화했는데 그거를 바로 소재로 써서 곡을 만든 다음에 자랑할 수 있냐고. 하지만 어쨌든 순일 씨 덕분에 세상에 나오게 된 노래에요.”
“‘참 많이 울었죠. 그대 맘 다 알아요. 어제도 그대 울 생각에 많이 염려했어요’ 까지는 순일 씨에게 건네는 위로에요. 이후 ‘더 울게 될거에요’부터 현실을 말해주는 거죠. 앞으로 울게 될 일이 더 많을 테니까요. 또 강물이 계속 흐르면서 바뀌듯이 사랑했던 사람도 흐르는 강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우리는 평생 그 강물을 붙잡을 거라는 게 현실이고요. 후렴구 가사는 그 두 사람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하는 말이에요.”
‘리버’의 가사에서도 역시 조현아의 대쪽같은 연애 철학이 드러났다. 그는 가사 속에서 사람과 사람은 서로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말하고 있었다. 사람 관계에 있어서 ‘이해’는 없고 ‘믿음’만이 존재한다는 확고한 가치관이 엿보였다.
“결국에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이 노래의 주제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실패하는 연애가 90%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우리는 계속 실패할거고, 새로운 사람을 찾아 떠날 거란 것을 ‘강물’로 표현한 거죠. 이해라는 것, 저는 그게 세상의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 것을 깨달을 거고 이해하지 못하는 건 이해하지 않고 서로를 믿어주면 된다고 말하고 있는 거죠.”
안세연 기자 yeonnie88@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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