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배우 고아성은 어른 옷을 즐겨 입는 아이 같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나이에 맞게 옷을 입지만, 그는 나이에 비해 다소 성숙한 옷을 즐겨 입는다. 하지만 결코 그 옷이 어색하지 않다. 독특하면서도 깊이 있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역할이 있으면 하고 싶어요. 제가 항상 안 해본 거, 독특한 걸 해 보고 싶어 해서. 돌이켜봤을 때 독특한 영화에 괴상한 역할을 많이 하고, 사람들이 하지 않는 역을 하다 보니 뭘 더 새롭게 할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너무 일찍 그런 역을 맡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영화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났던 고아성은 영화 ‘오피스’에서 인턴사원 이미례 역을 맡았다. 회사생활을 전혀 해 본 적 없던 그가 이번 영화를 통해 바쁜 생활과 사람들에 치이는 인턴사원을 간접 경험한 것이나 다름없다.
↑ 사진=이현지 기자/디자인=이주영 |
“(역할을 위해) 퇴근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사무실에서 전반적인 분위기도 다 봤어요. ‘오피스’를 접하기 전부터 저는 평소에 사람을 관찰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러던 중 뵀던 한 분이 계셨어요. 그분을 연기하면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오피스’ 시나리오를 보고 그분이 상기됐죠. 초반에 미례 모습을 설정할 때 정말 재미있었어요. 내가 어떤 모습을 갖고 싶은지 정확히 아니까 저가 브랜드에서 나오는 정장들을 부탁했고, 어른인 척 하는 데 그 정도의 느낌은 못 내는 의상이요(웃음). 가방도 싼 가격인데 뭔가 느낌을 내려는 의도가 보이는 그런 부분을 고려했어요. 미례에게 가장 연민이 컸던 건, 자신의 속마음은 당당해지고 싶은데 아무도 그렇게 봐주지 않고 자기도 당당하지 못 하단 걸 아니까. 그런 감정이 느껴졌어요.”
그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 고아성은 역할을 맡았을 때 그 역할에 대해 완전한 몰입을 보여준다. 이에 앞선 인터뷰에서 홍원찬 감독, 박성웅, 배성우는 고아성을 “깊이 있는 배우”라고 입 모아 말하기도 했다.
“그건 상대 배우에게서 나오는 것 같아요. 박성웅 선배와 연기할 때는 감독님이 일말의 연애감정이 있을 수 있다고 하셨어요. 형사가 먼저 미례에게 연민을 느끼다가 그 이상의 감정이 생기는 거고. 남자 상대배우랑 연기를 하는데, 전통적인 사랑 감정도 아니고 연민으로 시작하는 감정이 재미있었죠. 그런 감정을 박성웅 선배에게 느낄 줄 몰랐어요. 또 배성우 선배는 촬영하면서 그렇게 기가 세다고 느낀 배우는 처음이었어요. 어떤 장면을 촬영하고 나선 기운을 다 빼앗겨서, 제가 쉬겠다고 말씀드리고 화장실에서 옷을 다 벗고 쉬기도 했어요. 정면으로 배성우 선배와 기를 분출하는 연기를 하는 건 웬만한 배우들은 못할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 제가 밀리는 배우가 아니었는데 배성우 선배는 제가 영향을 받아서 정신력에 영향을 받기까지 했죠.”
↑ 사진=이현지 기자 |
고아성은 함께 연기한 선배 배우들을 ‘언니, 오빠’라고 칭했다. ‘오피스’는 제작보고회서부터 배우들의 친분을 엿볼 수 있을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보여줬다. 심지어 가장 나이가 많은 김의성과도 친구를 먹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금도 좋은 우정을 유지하고 있어요. 그 우정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어요(웃음). 이렇게 스릴러 장르인데 무서운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들이 이렇게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이 모일 줄 몰랐죠. 결과물을 보니까 욕심을 가지고 연기하는 배우가 없더라고요. 연기를 하다 보면 이 사람이 힘을 준다는 걸 느낄 때가 있는데, ‘오피스’는 그런 게 하나도 없었어요. 이 영화는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수면으로 올라와서 보여주는 연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 것에서 오는 친밀감이 있었죠.”
이렇게 ‘오피스’를 통해 다시 한 번 연기변신에 도전한 고아성은 아직 무궁무진한 기대감을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까지 출연하며 대중들과 만나고 있는 그가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또다시 매력을 뽐낼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풍문으로 들었소’를 하기 전까지 전 드라마 배우는 아니었어요. 왠지 뭔가 공중파 드라마를 한다는 부담감이 확실히 있거든요. 근데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 내가 왜 드라마를 두려워했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한 작품을 할 때 다 그래요. 가장 자신 있는 순간과 후회되는 순간이 매일 새롭게 역사를 쓴 달까. 한 작품에서 만족하는 순간과 후회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은 따뜻하면서도 평이하고 해피한 영화를 하게 됐어요. 그게 저에겐 새로운 일이에요(웃음).”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