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클의 모습 그대로 청초히 노래하던 ‘블루레인’ 무척 좋아”
여성 4인조 아이돌 그룹 핑클은 1998년 5월12일 MBC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블루레인’(Blue Rain)으로 데뷔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블루레인’은 폭발적인 인기가 있었던 게 아니라서, 핑클 제작자였던 대성기획의 이호연 사장은 단번에 이 곡은 망했다고 생각해 후속곡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핑클의 탄생에는 여러 가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단연 극적으로 마지막 네 번째 멤버로 합류하게 된, 비로소 핑클의 완전체 모습을 갖추게 된 옥주현의 등장이다. 난 당시 Mnet VJ 활동과 SBS ‘충천100%쇼’ MBC FM ‘내일로 가는 밤’의 DJ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진행하던 ‘내일로 가는 밤’에 노래 잘하는 청취자들이 참여하는 코너가 있었다. 주현이는 그때 그 코너에 참여한 청취자였고, 전화를 통해 듣던 그의 노래실력은 대단했다.
스튜디오에서 만난 주현이를 본 난 모범생 같은 그녀의 모습에 걸그룹이 매칭되지 않아 당황했지만, 그의 목소리를 들은 대성기획 측은 곧바로 그를 캐스팅했다. 이렇게 해서 핑클은 시작됐다. 한 인터뷰에서 주현이는 그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주현이는 “이상하리만큼 운이 좋았다. 노래 안 되고 춤도 안 되는데 연습생 시절이란 것도 없이 그 상태로 데뷔를 시킨다고, 망할 거라고 확신하며 아무 기대도 없이 세상에 나왔다. 예상대로 블루레인은 큰 집중을 받지 못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라고.
그 후 핑클은 후속곡 ‘내 남자 친구에게’를 히트 시키며 급부상했다. ‘이것 봐. 나를 한 번 쳐다봐. 나 지금 이쁘다고 말해봐. 콜미 콜미 콜 콜 기브 어 콜’ 등 어이없는 가사라 생각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핑클하면 깜찍한 백팩을 매고 귀엽게 ‘난 니거야’하던 그 모습으로 기억되지만 난 그전에 그녀들의 모습 그대로 청초하게 노래하던 ‘블루레인’을 무척 좋아했다. 막 뮤직비디오의 시대가 시작된 90년대 대부분의 뮤직비디오와 음악이 억지스럽고 오버스러운 가운데 이 ‘블루레인’은 잔잔히 청순했다. 내가 진행했던 프로그램에 단골 뮤직비디오였던 VJ가 좋아한단 이유로 그리 틀어대던 ‘블루레인’ 꼭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늦여름 가슴이 촉촉해질 테니까.
‘블루레인’은 1998년 5월1일 발표된 핑클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곡이다. 이효리, 성유리, 이진, 옥주현 각 멤버들의 애절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글 최할리
정리 MBN스타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