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제 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2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 섬 일대에서 개막했다. 베니스 영화제는 칸,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며, 경쟁부문 21편이 대상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쟁하며, 비경쟁 부문에는 19편이 초청됐다.
하지만 올해 한국영화는 베니스국제영화제의 경쟁과 비경쟁 부분에서 초청을 받지 못했다. 재작년 제70회에는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가 제69회에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품에 안은 데 이어 2년 연속 비경쟁부분에 공식 초청돼 화제가 됐다. 작년에 열린 제71회에는 한국영화 세 편이 초청받았다. 오리종티 장편 부분에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이, 임권택 감독의 ‘화장’은 비경쟁부문에, 김기덕 감독의 ‘일대일’은 베니스 데이즈에 초청됐다.
칸 영화제에서 3년 연속 경쟁작 부문에 초청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데 이어, 베니스에서 조차 한국영화를 올리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실험적이고 참신한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 배급이 쉽지 않은 시스템, 상업영화와 다양성 영화의 심각한 양분화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광희 평론가
-한국영화가 별 볼일 없어진 것이다. 작가주의 작품이 없지 않은가. 예술적이거나 실험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김기덕, 홍상수 등 밖에 없지 않은가. 이미 해외에서도 한국영화에 대한 온도차이가 난다. 2000년도 전반만 해도, 아시아 영화에 새로운 작품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대기업 중심의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상업영화 외의 작품에 주체의식을 갖고 영화적인 실험을 하는 토양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토양이 메말라 버렸는데 초청을 하겠는가.
◇황진미 평론가
-영화 제작과 배급시스템이 양극화 됐다. 내수시장에서 천 만 관객을 끌어 모은 수직 계열화된 대중적인 작품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많다. 콘텐츠도 대규모 물량에 쏟기 보다는 백만, 오백만 관객이 들더라도 여러 가지 삶의 의미를 담은 영화를 지향하고 만들어지고 배급이 돼야 한다. 아주 열악한 시스템 아닌가.
내수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 더 들여서 동아시아까지 뻗어야 하는가 등의 문제도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제작비 100억이 넘는 영화들이 많지만 사회문제나 질이 높으면서 새롭고 예술성이 담긴 영화는 만들기 쉽지 않다.
대부분은 장르 속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를 추구하고, 할리우드를 따르면, 물론 대중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만 영화제에서 먹히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내수시장이 아닌 영화제를 겨냥해서 영화를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장르적인 예술적인 영화도 있고, 영화제도 만족시키면서 대중을 만족하는 영화도 있고, 다양해야 하는데, 너무 양극화돼 있다.
◇심영섭 평론가
-칸, 베니스 등 해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는 침체기다. 한국영화의 예술영화를 이끌었던 홍상수나 김기덕 감독도 한국 여건이 좋지 않으니 독립영화를 만들거나 할리우드를 가지 않는가. 예술적인 야심을 가지고 독창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런 틈에서 젊은 감독들은 미래의 홍상수나 김기덕 감독을 꿈꾸기 보다는 흥행 성적을 가진 감독을 보고 방향을 잡지 않겠는가. 60년대 한국영화의 부흥기가 있었고, 90년대에 2차가 있었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접점을 가지는 것이 좋은데, 그런 감독이 박찬욱 밖에 없다.
◇김지석 프로그래머
-해외영화 초청에도 주기가 있는데 이번에는 유난히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실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내년에는 박찬욱, 봉준호, 김기덕 감독이 신작이 있으니 베를린이나 칸 영화제는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또, 이제 젊은 감독도 새롭게 올라 와야 하는데 뜸해서 아쉽기는 하다. 젊은 영화나 독립영화가 설자리가 없어진다. 하지만 한국에 실력있는 신인 감독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영화가 베를린 영화제, 선데스 영화제 등에서 꽤 받는 편이기 때문이다. 다른 아시아 국가 일본, 중국에 비해 유망한 감독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가능성도 높지 않을까 싶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