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끊임없이 새로운 꿈을 꾼다는 건 쉽지 않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안정감’이란 열매를 맛본다면 또 다시 바닥부터 시작하는 작업에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
그러나 SBS 김주희 아나운서는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했다. 새로운 꿈을 꾸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며 또 다른 자신을 그려나가는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제일 좋아하는 영단어 역시 ‘Beyond(비욘드, ~을 넘어서)’라는 그가 꾸는 꿈에 대해 들어봤다.
◇ 키워드 총평 : 김주희, 꿈꾸는 자에겐 좌절은 없다
↑ 디자인=이주영 |
키워드1. 2005년 미스코리아 진
김주희는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로 입사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더욱이 그는 그 해 가장 아름다운 미녀인 진으로 뽑혔기에 연예인이 아닌 아나운서를 택한 건 화제가 될만한 일이었다.
“처음엔 그 타이틀이 굉장히 싫었어요. 전 대학교 때부터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니고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었는데 마치 ‘미스코리아’라는 수식어 때문에 됐다는 시선이 있었거든요. 2005년은 제가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3년이 되던 해였는데 마지막으로 도전하는 거라 각오도 남달랐고, 10kg 가량 감량까지 하면서 노력했어요. 우연히 미스코리아가 된 시기와 겹치면서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가 됐지만 사실 전 미스코리아 본선 다음 날 아나운서 필기 시험을 보면서 동시에 준비한 거였어요. 아마도 당시엔 워낙 없던 타이틀이라 그렇게 부각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한 노력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비친 것 같아 오기를 갖고 방송을 더 열심히 했죠. 입사하자마자 아침 뉴스를 맡았는데 그러면서 그 수식어도 없어지더라고요. 속상했던 마음이 사그라들었죠. 지금이요? 10년 전 얘기라 쑥스럽긴 하지만 절 부각하는 타이틀이라 이젠 고마워요.”
↑ 사진=SBS 제공 |
키워드2. 만 10년 꽉 채운 아나운서의 길
2005년 10월1일 SBS 13기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가에 발을 내디뎠으니 곧 꽉 채운 10년이 된다. 정신없이 달려온 길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해달라 하니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입을 다물었다.
“어느 사회인이나 그러겠지만 지치고 힘든 시기도 있었죠. 그리고 그게 다 지난 지금 ‘조금 더 성숙한 내가 됐을까’ 질문을 스스로 하고 있어요. 10년차란 게 제게도 큰 의미예요. 어느 분이 ‘김주희가 참 뚝심 있다’는 얘길 했는데 그 시간을 버텨온 게 스스로에게 뿌듯하기도 하고 때론 날 돌아보는 시기인 것 같기도 해요. 점수요? 78점 정도? 스스로 높은 점수를 주기엔 왠지 쑥스럽네요. 이제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게 많아서 새로운 시작이란 의미로 빈 부분을 남기고 싶어요.”
키워드3. 사진, 또 다른 김주희
김주희는 총 3번의 사진전도 연 수준급 작가다. 2013년부터 꾸준히 전시회를 열면서 아나운서가 아닌 ‘인간 김주희’로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방송을 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주변과 격리되는 것 같았어요. 이런 갈증을 책을 읽고 사진을 찍으면서 푸는데, 사진전을 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죠. 대학교 사진 동아리를 하면서 전시회 개최가 제 꿈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당겨졌던 것 같아요. 인사동에서 6개월 정도 전시를 했었는데. 과분하게 사랑받았고요. 이후 성북동, 예술의 전당 등에서도 사진전을 열었는데 생각보다 큰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아나운서로서 사진전을 개최한다는 게 상당히 특색있다고 하니 그는 조심스레 자신의 소신을 풀어놨다.
“아나운서 말고도 내가 어떤 전문분야를 가질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요. 문화·예술로 방향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전시 개최가 공연이나 책과는 다른 카타르시스를 주더라고요.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사진과 방송을 접목해 이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키워드4. 아프리카를 가다
최근 그는 SBS ‘희망TV’ 촬영 차 아프리카 말라위를 다녀왔다. 낯선 곳으로 여행이라 처음엔 조금 주저하기도 했지만, 언젠가는 꼭 가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결국 결정했다고. 여기엔 평소 후원하는 아이에 대한 궁금증도 크게 작용했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집은 겉으로 볼 땐 멀쩡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정말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상상도 못할 정도죠. 이불 대신하는 얇은 천, 물동이밖에 없었어요. 밥 먹을 돈이 없어서 파리가 달라붙은 폐닭을 먹기도 하고요. 물론 아이들도 이 닭이 상한 걸 알지만 먹을 게 없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길 듣고 ‘아, 우리는 다이어트 한다고 먹지 않아 음식이 상하는데, 여긴 상한 걸 먹는 구나’ 싶어 마음이 아팠죠. 그래도 이번 아프리카 행으로 희망을 보게 됐고, 이후 내 주위엔 감사한 게 참 많다고 깨닫게 됐어요. 제가 돈을 정말 많이 벌어서 이들한테 기본적인 음식과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 사진=SBS 제공 |
키워드5. 결혼적령기?
30대 중반, 이젠 결혼을 생각해도 이른 나이가 아니었다. 그 역시도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만 워낙 느린 성격에 맞춰 신중하게 고려하고 싶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여자 아나운서들이 하나 둘 결혼할 때면 제가 언급되더라고요. 근데 전 정작 조급함이 전혀 없거든요.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미스코리아가 되고 아나운서가 된 것처럼, ‘때’라는 건 갑자기 오지 않을까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는 걸 늘 꿈꾸지만, 언제 가느냐보다 어떤 사람이느냐가 중요하잖아요. 이상형이요? 절 많이 배려해주고 함께하면 편안하면서도 즐겁고 믿음이 가는? 나무 같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키워드6. 35살 버킷리스트
“가정을 꾸리는 것 혹은 연애도 버킷리스트죠. 이젠 나이도 있어서 20대처럼 거창한 걸 꿈꾸기 보다는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한 것 같거든요. 회사 다니면서, 또는 친구를 만나면서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보내는 게 제 꿈이예요. 그리고 제가 하는 방송이나 사진도 나이를 먹으면서 더 깊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주희는 누구?] 1981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됐고, 같은 해 SBS 13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문했다. ‘아침뉴스’ ‘생방송 투데이’ ‘브레인 마스터스’ 등을 진행하며 안정된 목소리와 입담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