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세연 기자] 행복, 기쁨, 설렘 등의 긍정적인 감정을 담은 노래만이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슬프고 애절한 노래가 아픈 마음을 보듬어 주기도 한다. 듣는 이가 겪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이 너만의 것이 아니라는 동질감을 주기 때문이다.
어반자카파의 조현아가 작사한 ‘우울’과 ‘미운 나’도 이와 연결된다. 조현아는 두 곡에 대해 전혀 좋은 정서는 아니라 말했지만 이러한 감정은 분명 모두 느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의 말마따나 ‘우울’ ‘미운 나’엔 자기 파괴적이고 극단적이기까지 한 무기력함이 느껴진다.
↑ 사진제공=플럭서스뮤직 |
Q. 언제, 무슨 계기로 곡을 쓰게 됐나.
“앨범을 내기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곡 작업을 하는데 그럴 땐 집 밖으로 잘 안 나가는 편이에요. 곡도 마음에 안 들고 쓰려고 앉아있으면 원래 좋은 노래가 잘 안 나오거든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침 11시까지 잠을 못 자고 있다가 침대에 털썩 누워서 그 때부터 쓴 곡이에요. 흥얼거리면서 휴대전화에 녹음을 하다가 괜찮은 것 같아 벌떡 일어나서 작업을 시작했죠.”
Q. 가사 속 방안이 굉장히 현실적이다. 조현아 씨의 방인가?
“제 방이 정말 이 풍경대로 있었어요. 전 힘없이 누워있었고 가사 속에 ‘나를 누른 이 방안에 공기’라는 말처럼 중압감에 사로잡혀 있었고요. 이 가사를 보고 자기 방에 CCTV 달았냐고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저는 다 이러고 사는지 몰랐는데 신기했어요.(웃음)”
“전체적으로 무기력함이 주제에요. ‘세상과 선으로 이루어진 이 방 선하나 없으면 고립될 수 있어.’ 이 부분이 중요해요. 세상과 내 방은 이어져 있잖아요. 그런데 계속 방에만 있다 보니 내가 정말 어떠한 선을 끊으면 완벽히 고립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터넷이라든지 현대사회에 연결되어있는 나를 연결하는 모든 매개체를 끊어버리면 난 이 방안에 가만히 혼자 앉아있겠다. 고립되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 순간 너무 외롭고 두려웠어요.”
Q. 곡을 쓸 때 가사 속 화자처럼 우울함을 자주 느끼는 편인가?
“데뷔한 지 7년 정도 됐는데 곡을 쓸 때도 그렇고 평소에도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에요. 이제는 적응이 됐지만요. 물론 우울할 땐 너무 힘들지만 이 감정이 언젠간 끝날 거라는 걸 알고 저만 이런 게 아니더라고요.”
당시 우울함은 어느 정도였었나.
“사람이 정말 극단적으로 우울해질 때가 있잖아요. 우울함도 정말 극단적으로 한 없이 우울할 때. 이땐 그랬어요. 가사처럼 정말 아무도 날 찾지 않았고 천장을 보는데 상실감밖엔 느껴지는 게 없었죠. 가사 속 화자는 조현아고. 당시 저는 극도로 우울했던 사람이었죠.”
Q ‘미운 나’는 제목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느껴진다.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
“이 노래는 자책송이에요. 그냥 쉴 새 없이 자책 하는 거죠. 이 노래도 역시 제가 곡이 안 써질 때 탄생했어요. 저는 곡을 못 쓰고 노래를 못하면 제가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져요.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음악인데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왜 살지?’라는 생각이 들고 심하게 자존감이 떨어져서 은둔 생활을 시작하죠.”
Q. 가사 내용은 이별 얘기인데?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이런 생각까지 파생된 것 같아요. 너처럼 별로인 애를 떠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누가 너에게 남아있겠냐. 그래서 나는 그냥 ‘미운 나’고 내가 누굴 사랑하건 그 사람을 잃은 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말하는 거죠.”
Q. 하지만 결국 널 잃은 건 날 위한 거라는 자기 위로를 한다.
“가사 속 화자는 이별한 상태인데 저는 사람이 이별을 하는데 있어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익숙하면 자연스럽게 변하는 게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널 잃은 건 오히려 날 위한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로 표현하면서 자기 위로를 하는 거죠. 사실 상대방을 잃은 건 날 위한 게 아닌, 슬픈 일이잖아요. 하지만 오히려 헤어짐이 이제 나에게 새로운 힘을 줄 것이라는, 살아갈 원동력이 되어 줄 거라는 의미로 썼어요.”
많은 사람들이 ‘우울’ ‘미운 나’ 가사에 공감한다. 그럴 때 기분은 어떤가.
“무기력한 사람들이 이 노래에 많이 공감하죠. 그럴 땐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들으면서 더 우울해 하는 것 같아서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런 가사들이 나오고 많은 분이 들어주시니까 굉장히 좋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제가 한편으론 속상해요. 하지만 제가 우울해서 만들어진 곡을 사람들이 좋다고 하면 저는 이렇게 살아도 상관없어요. 제가 이런 곡을 만들게 되고 그 노래를 사람들이 들어주는 게 좋지 행복하고 우울 따윈 없는 내가 쓴 곡에 그 누구도 공감을 해주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곡을 만들 수 있다면 이까짓 우울은 참을 수 있어요.”
안세연 기자 yeonnie88@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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