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부코페’ 공연의 강세는 올해에서 ‘넌버벌’이었다. 넌버벌 퍼포먼스는 현재 우리나라 개그계가 지향하는 개그의 한류를 위한 답안이 되기도 했다.
지난 달 31일 제3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 이하 ‘부코페’)이 4일간의 대장정을 끝마쳤다. 28일부터 각국 개그팀이 한자리에 모여 기량을 펼친 ‘부코페’는 다양한 장르의 코미디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28일 열린 개막식에는 각 공연팀이 무대에 올라 갈라쇼를 펼쳤다. ‘부코페’ 라인업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갈라쇼에는 호주 임벌리컬 브라더스, 영국 매트 리카르도, 호주 벙크 퍼펫, 독일 로베르트 위케, 캐나다 스트리트 서커스, 일본 카와카미 준 등의 해외 공연팀이 참가했다.
↑ 사진제공=(사)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조직위원회 |
해외 팀은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웃기기 충분했다. 마술과 서커스, 그림자 놀이 등이 어우러진 넌버벌 퍼포먼스(말 없이 행동으로 묘사하는 퍼포먼스)가 주를 이뤘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르의 개그에 관객들은 신선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해외 공연 팀의 인기는 우리나라 유명 개그맨들이 등장하는 코너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3회 ‘부코페’ 라인업에는 임벌리컬 브라더스, 매트 리카르도, 벙크 퍼펫, 몽트뢰 코미디 팀이 참여했다. 이들은 매회 공연장을 꽉 채울 만큼의 관객을 동원해 성공적인 공연을 펼쳤다. 특히 제 2회 ‘부코페’에서 최고의 해외 출연자에게 수상하는 웃음바다 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임벌리컬 브라더스는 이전 공연보다 더욱 강화된 레퍼토리로 구성된 공연을 펼쳐 호평을 받았다.
작년보다 해외 공연팀의 라인업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이 많았다. 이에 대해 부집행위원장을 맡은 ‘황금어장’ 등을 집필한 최대웅 작가는 “모든 공연을 영상이 아닌 직접 눈으로 보고 섭외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며 “유튜브 영상으로 보기에는 개그를 냉정하게 보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특히 콘텐츠 섭외는 1년 내내 이뤄진다. 수 천, 수 만 개의 팀 중 리스트업을 오랜 시간 공들인 후 직접 공연을 보고 섭외를 진행한다”고 공연 라인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드러냈다.
‘부코페’의 주최 목적 중 하나가 바로 케이팝과 같은 ‘K-개그’, 즉 개그 한류를 이룩하는 것이다. 김준호 위원장은 일전 인터뷰를 통해 “충분히 한류 개그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영상 콘텐츠를 ‘부코페’에 접목 시켜 파급력을 높이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사진제공=(사)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조직위원회 |
다양한 해외 공연을 통해 우리나라 개그맨들의 시야도 더욱 넓힐 뿐 아니라 해외 개그와 우리나라 개그와 접목시켜 해외에도 ‘먹힐’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게 ‘부코페’의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 ‘부코페’에 참여한 많은 개그맨들도 다양한 장르를 지켜보며 더욱 자극을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부코페’에 참가한 개그맨 송영길은 “외국 코미디 공연을 보면 어느 나라에서 공연을 해도 되는 것들이 많다. 언어와 상관없는 퍼포먼스의 위주다. 우리도 외국에 진출을 하려면 한국 정서에 맞는 공감대를 떠나서 말 없이도, 언어가 안 맞아도 통할 수 있는 것을 연구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개그맨 이상훈 또한 “해외 공연들은 웃음 포인트나 스타일이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전에 했던 ‘발레리노’ 코너나 ‘달인’ 같은 코너가 해외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콩트가 많다. 콩트로는 한류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넌버벌’이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해외 공연을 통해 개그 한류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외 공연을 통해 우리나라 개그의 앞날을 조망하고, 한류 개그를 더욱 깊게 고민할 시간을 주는 것이 바로 ‘부코페’의 진정한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3회 ‘부코페’는 전 회차의 페스티벌보다 한 걸음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몇몇 개그맨은 해외 팀과 우리나라 팀의 콜라보레이션을 추진해 직접 ‘개그의 교류’를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내놓기도 했다.
한편, ‘부코페’는 지난 달 28~31일 총 4일간 영화의 전당, 소향 씨어터, 예노소 극장 등 부산 곳곳에서 진행됐다. 내년에 열릴 제 4회 ‘부코페’는 총 10일의 축제 기간을 통해 다시 한 번 ‘코미디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