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들을 만나봅니다. ‘멋있음’ 대신 ‘웃음’을 택한 용기 있는 자들이 꿈꾸는 코미디는 어떤 모습일까요? 웃음 뒤에 가려진 이들의 열정과 고통, 비전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입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혜 기자]
◇ 송영길과 이상훈은 누구?
개그맨 송영길은 2010년 KBS 25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 2011년 제5회 ‘Mnet 20's Choice’ 핫 개그종결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상훈은 2011년 KBS 26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오랜 기간동안 KBS2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한 두 사람은 현재 ‘니글니글’이라는 코너를 통해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Q. ‘니글니글’의 시작은 어떻게 하게 됐나.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A. (이상훈) 저는 개인적으로 송영길 씨와 개그맨 지망생 때 ‘개그 스타’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부터 친했다. 그런데 송영길 씨가 먼저 개그맨이 되고 저는 혼자 떨어졌다가 다음 기수에 붙어서 선후배로 다시 만나게 됐다. 지금은 편한 형 동생이 됐다. 원래 정말 같이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는데 제가 특별출연하거나 그러지 않는 이상 유난히 호흡을 맞출 기회가 없더라.
그러다 영길 씨가 먼저 이 음악과 춤 하나 가지고 와서 ‘형, 이거 재밌을 거 같아. 짜자’라고 제안해줬다. 음악 듣고 춤을 둘이 했는데 필이 딱 오더라. ‘니글니글’은 사실 한두 달을 심도 있게 만져서 내놓은 거다. 콘셉트부터 방향까지 돌다 돌다가 제작진, 다른 개그맨들의 조언도 받아서 완성을 하게 됐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첫 녹화 날 올해 들어서 가장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정말 영길 씨 아니면 이렇게 안 됐을 거다.
(송영길) 살 빼려고 복싱 체육관을 다니는데 그 체육관에서 ‘위글’(Wiggle)이라는 노래가 나왔다. 저는 이 곡이 신곡인줄 알았는데 이미 나온 지 1년 이 지난 곡이더라. ‘다른 개그맨이 쓰기 전에 빨리 쓰자’ 싶어서 얼른 선점했다.(웃음)
그 곡을 매일 들으면서 ‘어떻게 이 음악을 사용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혼자서는 안 될 것 같고, 여자랑 하자니 조금 그럴 것 같고. 그렇게 고민을 하다 어느 순간 (이)상훈이 형이 딱 생각이 났다. 상훈이 형 떠올리자마자 ‘고민 끝’이었다. ‘핵존심’에서도 부담스러운 이미지로 여성분들에 반응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던 터였다. 이게 연기력과는 다르게 사람의 ‘느낌’이라는 게 있다. 이 형은 딱 그 이미지가 먹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같이 하자’고 말했다. 생각처럼 정말 다 잘 살려줬다.
↑ 사진=개그콘서트 방송 캡처 |
Q. 올해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 이하 ‘부코페’)에 참여해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참여 소감은 어떤가.
A. (이상훈) 저희는 불러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번 ‘부코페’에서 해외 공연 팀의 공연을 보면서 정말 다른 것을 많이 느꼈다. 저희는 ‘꺾임 포인트’나 ‘반전’을 말이 위주라면 외국 공연은 부단히 연습해야만 나오는 ‘스킬’이 주가 된다. 약간 마술 느낌의 개그들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 개그 방면은 우리나라가 약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다양한 장르를 보게 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자극을 받는 것이 있다.
(송영길) 외국 공연을 보면 정말 ‘여유’가 있다. 우리는 말로 하기 때문에 예상을 하기 전에 이를 잘 쳐야 하는 게 있다. 너무 예상이 된다거나 하면 안 된다. (그래서 그런 여유가 없는데)외국 분들은 좀 여유롭게 개그를 하는 게 있다. 그런 걸 보면 색다르다. 또 넌버벌 퍼포먼스들을 보면서 우리도 외국에 진출을 하려면 한국 정서에 맞는 공감대를 떠나서 말없이도 언어가 안 맞아도 통할 수 있는 것을 연구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상훈) 그리고 집행위원장님인 김준호 선배님께서 저희를 칭찬하는 기사를 봤다. 제가 ‘개콘’에서 가장 안 친한 게 김준호 선배님인데.(웃음) 제게는 정말 연예인 같은 선배다. 사실 말을 잘 못 걸고 개인적인 대화를 해본 적이 드물었다. 그런데 기사로 김준호 선배님께서 저희를 ‘주목할 만한 개그맨’으로 꼽아주셨다는 걸 보고 정말 감사해서 인사를 드리려고 했다. 그런데도 진짜 용기가 안 나서 아직 아무 말씀도 못 드렸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속으로는 정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송영길) 김준호 선배님께서 보는 눈이 있으신 것 같다.(웃음)
Q. 사실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위기론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개콘’의 간판 코너의 주인공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A. (이상훈) 저희가 사실 ‘개콘’의 간판 코너가 되면 안 된다. 저희는 말 그대로 쉬어가는 ‘브릿지 코너’가 되어야 한다. 메인 코너들이 많이 나와 줘야 한다. 요즘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개그 수준이 너무 높아지고 그를 충족시킬 만한 대박 코너를 만들기가 힘들다. 우리의 ‘능력부족’이라는 걸 알고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시청자 분들도 알아주시지 않을까 싶다. ‘개콘’은 언제나 굴곡을 겪어 왔고, 지금의 그 시기라고 생각한다. 다시 치고 나아갈 일만 남아있다.
(송영길) 지금 선후배들 모두 ‘개콘 살리자’라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 열심히 하고 있다. 사실 KBS가 가장 심의가 엄격하다. 그 와중에 이렇게 웃기는 건 힘들다. 단어 하나가 웃음 포인트가 정말 달라질 수 있다. ‘바보’와 ‘멍청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웃음의 강도가 정말 달라질 때가 있다. 그 단어 하나가 아쉬울 때가 있는데 우리는 못하는 게 많다. 그럼에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상훈) 우리 코너도 그런 게 있다. 처음에 시작할 때에는 서로 코도 터치하고 그런 게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터치를 안 한다. ‘동성애’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있더라. 우리는 전혀 그런 게 아닌데 말이다. 제작진은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게 ‘원천차단’하자고 했고, 터치하는 부분을 아예 다 빼버렸다. 그야말로 ‘손발이 묶인 채’ 개그를 하고 있는 셈이다.
Q. 그럼에도 ‘니글니글’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반응이 상당히 좋은데 소감은 어떤가. 처음부터 이렇게 반응이 좋을 것이라 예상했나.
A. (이상훈) 너무 감사하고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싶기도 하다. 한 번 이렇게 사랑 받다가 금세 없어질 거니까 각오는 하고 있다.(웃음) ‘감사합니다’ 이후로 정말 이렇게 떨어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떨어져 봐서. 정말 이렇게 사랑받는 게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송영길) 에이, 이상훈 씨가 그렇게 바닥을 친 건 아니다. 그래도 ‘개그콘서트’에 계속 나온 건 굉장히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저는 먹힐 줄 알았다.(웃음) 아이돌 그룹들도 물론 ‘위글’을 배경으로 춤을 추지만 이런 몸매의 남자들이 춤을 추는 경우는 없었다.(웃음)
↑ 사진=1대100 방송 캡처 |
(이상훈) 요즘 어디를 가면 초등학생들이 저희한테 ‘니글니글’ 아저씨들이라고 알아봐주신다. 평소에는 분장을 안 하니 아이들은 잘 못 알아보기 마련인데 부모님이 알려주면 아이들이 저희한테 와서 와락 안긴다. 그게 정말 고맙고 감동 받는다. 옛날에는 저 보고 아이들이 많이 울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반감 없이 아이들이 안기는 것에 뭉클할 때가 있다.
(송영길) 저는 아직도 운다. 제가 다가가면 울던데.
Q. 개그맨으로서 살아가는 삶은 어떤가. 현재의 개그는 어떻다고 보나.
A. (이상훈)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웃음’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높아지고 빨라졌다. 사실 개그는 ‘머리싸움’이다. 보는 분들이 예상하지 못한 것을 우리가 찾아낸 후 그걸 말로 해서 ‘꺾임 포인트’를 치는 게 우리의 몫이다.
그런데 솔직히 그 ‘꺾임’에서 시청자들에 많이 진다. 수가 읽히면 끝인데 말이다. 그 수가 읽히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데 이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에 뭔가 보여드린다는 게 약간의 부담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최근에 시청자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신다. 열심히 하지 말고 ‘잘 해야 한다’고. 그런데 열심히 하다보면 잘해지지 않을까. 열심히 안 하면 그마저도 안 된다. 개그맨들은 정말 만나면 개그 얘기만 많이 한다. 항상 개그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재미없는데 재미있다고 말해달라는 건 아니다. 비판할 부분에는 돌을 던져주시는 대신에 재밌을 때에는 색안경만 안 끼고 보셨으면 좋겠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