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이식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SF 액션 스릴러
어마어마한 부자인 당신(가정이다). 의사로부터 한 달도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동시에 실험실에서 배양된 젊은 육체에 자신의 기억을 이식해 새로운 몸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쉐딩'이라는 기술을 알게 됐다. 고민에 빠진 당신. 한 번 더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지 않은가.
6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뉴욕 최고 억만장자 데미안(벤 킹슬리)은 새 육체를 택했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젊어진 데미안은 에드워드(라이언 레이놀즈)라는 이름으로 해보고 싶었던 걸 만끽한다. 격렬한 운동, 화끈한 데이트 등 젊음의 인생을 즐긴다.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하루 거른 에드워드는 환각과 어지러움에 시달린다. 부작용은 그를 괴롭힌다. 피닉스 바이오제닉의 알브라이트 박사(매튜 구드)를 찾아가지만 매일 거르지 않고 약을 먹는다면 환각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에드워드의 기억 속에 처음 보는 장소와 여자, 아이의 환각이 더 또렷해진다. 그 장소를 찾아 나선 에드워드는 누군가로부터 쫓기고, '쉐딩'의 비밀을 알게 된다.
영화 '셀프/리스'의 소재는 SF영화에서 많이 사용해 기시감을 불러온다. 하지만 타셈 싱 감독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흥미롭다. 혼란스러운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부각하고, 가족을 우선시하는 상황이 우리 정서와 맞아 떨어져 호감을 높인다.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에 몰입하기 편한 이유이기도 하다.
'백설공주', '신들의 전쟁' 등 판타지 장르로 연출력을 과시했던 타셈 싱 감독은 SF액션 스릴러 장르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카체이싱, 맨손 격투도 화끈하다. 반전의 충격과 재미가 결말까지 이어진다. 이야기 얼개는 전혀 느슨하지 않다.
벤 킹슬리의 팬이라면 아쉬울 정도로 그의 분량은 적으나, 하나뿐인 딸을 사랑하고 위하지만 돈 버느라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오롯이 드러난다. 데미안은 후반부 결단을 내린 에드워드의 선택을 이해하게 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이후 킹슬리를 대신해 종횡무진 스크린을 압도한다. 액션 연기부터 다양한 감정연기까지 선보여야 하는 그의 매력에 빠질 관객이 많을 것 같다.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미래 언젠가는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내 몸의 가치는 얼마일까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 같다. 혹은 유명 연예인이나 최고 지도자의 몸을 원하는 이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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