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배우 유아인이 영화 ‘베테랑’에 이어 ‘사도’까지 연이어 놀라운 연기력으로 대중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그가 연기한 두 영화 속 캐릭터는 모두 광기를 내포하고 있지만, 결코 비슷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베테랑’의 조태오는 안하무인 재벌 3세.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이 없는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자신의 주변을 쥐고 흔든다. 누군가 눈에 거슬리는 것도 못 참고 그가 느끼기에 불편한 부분을, 권력이라는 힘을 이용해 처리한다. 영화 후반부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이 그의 목을 서서히 조여 오며 조태오의 광기는 극대화된다. 자동차를 타고 도망가는 와중에도 자신을 가로막는 자동차들을 답답해하며 결국 사람들이 즐비한 거리로 돌진한다. 끝내 서도철에게 잡힌 뒤에도 자신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그저 웃을 뿐이다. 이는 악(惡)과 결합한 광기로 느껴지게 된다.
반면 ‘사도’에서 보여준 광기는 ‘베테랑’과는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다. 어린 나이부터 세자로서 짊어지게 된 무게를 견디지 못한 사도(유아인 분)는 단 한 번이라도 아버지의 따뜻한 정을 그리워하지만,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는 영조(송강호 분)에 대한 원망과 분노만 커진다. 이후 할머니 인원왕후(김해숙 분)의 죽음 이후 그의 광기는 정점을 찍는다.
역사 기록에서 약방 도제도 이천보(李天輔)는 “동궁이 요즘 가슴이 막히고 뛰는 증세가 있어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그렇게 된다”고 기록했다. 그 원인은 아마도 갑자기라기 보단 몇 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도 세자가 대리청정을 시작한 이후 영조는 그를 더 심하게 질책하기 시작했고, 그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아인이 연기했던 조태오와 사도 세자 모두 처음부터 그런 광기를 가지게 됐다 하기 보다, 그들의 성장 과정에서 파생된 광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조태오는 자신과 배다른 형제 사이에서 입지를 좁히지 않기 위한 부담감에 시달렸고, 사도 세자는 왕의 아들로서 아버지로부터 매번 채찍질 당해야 했던 부분에서 그런 성격이 형성된 것이다.
이에 유아인은 지난 3일 ‘사도’ 언론시사회에서 직접 두 캐릭터의 차이점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내가 각각 광기를 잘 표현했는지 모르겠다”며 “조태오는 소시오패스지만 사도 세자는 울분이 광증으로 변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차이점을 언급했다. 그의 의도대로 ‘사도’ 사도 세자에게선 ‘베테랑’의 조태오가 보이지 않는다. 유아인의 광기어린 연기가 있을 뿐이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