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윤아 기자] 배우 백성현이 부패한 중신들을 쓸어내며 조선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는 무참히 좌절되고 말았다.
지난 8일 방송된 ‘화정’에서는 소현세자(백성현 분)가 인조(김재원 분)로부터 어좌를 탐한다는 오해를 받고, 이런 오해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며 소현세자가 생을 마감하는 기구한 운명이 그려졌다.
이날 사경을 헤매던 인조가 극적으로 깨어나 소현세자를 찾으며 진노를 쏟아냈다. 자신이 잠든 사이 소현세자가 청과 내통해 주선(조성하 분)을 잡아들이며 어좌를 탐했다고 생각한 인조는 소현세자에게 분노를 쏟아내며 소현세자를 유폐시켰다.
↑ 사진=MBC |
인조는 “나는 부족했고 모자랐고 잘못했지만 너는 다를 것이다? 내가 했던 지난 정치는 온통 과오뿐이고, 네가 하면 나보다 더 잘할 것이라고?”라며 자신의 정치적 콤플렉스를 아들에게 투영시키는 불안한 모습으로 충격을 선사했다.
소현세자는 “단 한 순간도 저들을 앞세워 어좌를 탐하지 않았다”고 호소했지만, 인조는 세자의 처소에서 나온 청의 물건들과 함께 벼루까지 집어 내던지며 분노를 폭발했다.
청에 볼모로 잡혀간 당시 조선의 포로를 구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청 황실과 친분을 유지하며 갖게 된 물건조차 역심의 증거처럼 취급된 것.
소현세자는 “청에서 알게 된 것은 이 나라 조선이 너무도 작고 뒤쳐져 있다는 것이다. 소자는 우리가 병란을 겪은 것은 우리의 모자람과 부족함 때문이란 것을 깨달았고, 이제는 앞선 자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진실로 자신의 잘못을 깨우쳤을 때 가능한 것이 아니겠냐”고 진정성 어린 호소를 이어갔다.
소현세자의 나라를 위한 바른 소리는 오히려 인조의 분노를 키울 뿐이었다. 인조는 “그래서 내가 잠든 사이 네가 왕 행세를 했더냐. 이제 너는 내 자식이 아니라 다만 내 정적일 뿐이다. 다시는 너를 보지 않을 것이다”고 선언했다.
인조의 분노는 자점(조민기 분)과 소용 조씨(김민서 분)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주선(조성하 분)이 소현세자에게 체포된 뒤 좌불안석이었던 자점과 소용 조씨는 소현세자의 정치적 행보가 중단되자 오히려 살아남게 된 것.
자점은 “사람의 비극이란 언제나 남의 마음을 자기와 같을 거라 여기는 데서 오는 게야. 주상은 세자를 자기처럼 생각할 테니 분명 그 마음이 용상을 탐하리라 여길 테지. 헌데 또 세자는 제 아비를 자기처럼 여겨 진심을 다하면 믿어줄 거라 여길게다. 헌데 너무나 다른 두 사람에게 남겨진 건 너무도 안쓰러운 비극이로구나”라며 세자의 운명에 냉소를 보냈다.
자점의 말대로 세자의 성정은 결국 어이없는 죽음으로 이어졌다. 자신의 아들 숭선군에 보위를 잇게 하려는 소용 조씨가 이형익을 시켜 세자를 치료하는 척하며 살해한 것.
세자의 죽음으로 세자가 꿈꿨던 “부정도 불의도 침탈도 없는 세상”은 멀어져 가고, 인조가 정명(이연희 분)을 세자의 배후로 여기고 있어 조선의 운명은 안타까운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빗 속에서 인조를 향해 눈물로 피 끓는 호소를 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에 안타까운 울림을 선사했다. 백성현은 짧은 등장이지만, 나라를 진심으로 위하는 왕족의 진정 어린 책임감과 신념을 도도히 표현하는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줬다.
‘화정’은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