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용팔이'가 지상파 수목극을 침체의 늪에서 꺼내준 용한 돌팔이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맥빠지는 전개로 들쑥날쑥한 반응을 이끌어가고 있는 가운데, 진짜 사이다 같은 전개로 호평 일색인 명품 드라마가 있으니, 바로 KBS '어셈블리'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0일 방송된 '어셈블리'는 전국기준 6.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상파 3사 수목극 경쟁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용팔이'는 소폭 하락했으나 19.0%의 높은 시청률로 인기를 입증했으며, MBC '밤을 걷는 선비'는 7.7%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용팔이'는 자신을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이복오빠 도준(조현재 분)에 칼을 겨눈 여진(김태희 분)의 '복수혈전'이 예고돼 방송 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여진 역의 김태희가 실제 자신의 머리를 자르는 투혼을 보여준 사실이 알려지며 통쾌한 복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의외로 여진은 자신을 정신병자 취급 하는 도준에 꼼짝 못하는 약한 모습을 보였고, 혼인신고를 하러 구청에 간 용팔이, 태현(주원 분)만을 오매불망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폭풍 전개에 김을 빠지게 했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또 이러다 끝나버렸다. 다음 주까지 어떻게 기다리냐" 등 아쉽다는 반응을 내놨다.
반면 그 시각, '어셈블리'는 여의도 정치판의 소름 끼치는 내막을 역동적으로 그려내며 시청률과 관계 없이 또 한 번 성공적인 회차를 완성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누명을 벗고 구치소를 빠져나온 진상필(정재영 분)과 딴청계의 역습이 통쾌하게 그려졌으나, 극 말미 또 한 번 뒤통수를 맞는 내용까지 전개되며 씁쓸함을 남겼다.
백도현(장현성 분)은 스스로의 안위만을 위해, 자신의 충복인 비서실장 임규태(정희태 분)에게 한민은행장과의 모든 내통과 거래의 책임을 뒤집어씌웠다. 이후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라는 종용을 받는 와중에도 완강하게 버텼다.
이에 진상필과 최인경(송윤아 분)은 지도부 총 사퇴를 제안했고 청와대와 지도부도 이를 수용하면서 백도현도 자동적으로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일명 '미꾸라지 레시피'를 완성하며 시청자에게 속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했다.
이후 국민당은 명망있는 외부인사들이 주도권을 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자며 당 쇄신을 꾀했다. 하지만 백도현이 선관위에 공개되지 않은 불법 대선자금리스트를 매개로 반청계와 손을 잡고 비대위원으로 선정되면서 딴청계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진상필은 싸움과 폭로 대신 국민들에게 힘을 주는 좋은 법을 만드는 진짜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 첫 번째 행보로 '패자를 위한 두 번째 기회 지원법', 일명 '배달수법'을 주창했다.
딴청계가 의도한 '두번째 기회'란 단 한 번의 패배로 속절없이 무너져버린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법이다. 하지만 친청계과 반청계는 각자 스타일대로 받아들였다. 백도현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라'는 최인경 패자부활 조언을, 본인 스타일대로 받아들이며 정직한 정치인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
또 백도현과 손을 잡고 비대위원장에 오른 박춘삼(박영규 분)은 진상필이 주장한 두번째 기회법에 대해 "포퓰리즘이구먼"이라는 단 한 마디로 일축했다. 정치9단 구태 정치인이, 열정으로 뭉친 풋내기 정치인이 진심을 담아 내놓은 법안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임팩트 있게 보여준 대목이다.
'어셈블리'는 비록 시청률 면에서는 외면받는 모습이지만 현실 정치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풍자하는 과정에서 기획의도에서 한 치의 벗어남 없는 진정성 있는 전개로 '명품 사이다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종영까지 단 2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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