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어린 나무의 아름다움이 있고, 나이가 든 나무의 아름다움이 따로 있다. 어린 나무와 노송을 비교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노송을 젊게 보이게 하기 위해 껍질을 다 벗기는 것도 아니지 않나. 노송은 노송대로 아름답다. 어린나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 사진=옥영화 기자 |
‘뷰티 인사이드’는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우진과 그를 사랑하는 여자 이수(한효주 분)의 로맨스를 담은 작품으로 문숙은 우진의 어머니로 등장한다. 매일 얼굴이 바뀌는 자신의 아들을 모성애로 조용히 기다려줄 뿐 만 아니라, 자신을 몰래 훔쳐보고 가는 우진을 느끼는 모습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세월이 흘렀지만 이국적이고 시원한 미소는 여전하지만. 오랜 만에 선 카메라 앞에서는 후배 배우들에게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단다. 카메라 앞은 여전히 즐거운 곳이고, 다시 돌아온 만큼 더 새롭기만 하다는 것이 문숙의 감회다.
Q. 38년 만에 스크린 복귀, 기분은 어떤가요
A. “난 스타같이 굴지도 모르고, 편하게 얘기하는 게 좋아요(웃음). 오랜만에 온 영화 현장인데 신인도 아니라 정말 어린아이처럼, 어디에 서는 지도 몰라 많은 분이 신경을 써줬어요. 긴장도 했는데 조금씩 편안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임했죠. 하지만 이정도의 긴장감도 좋아요. 너무 흐트러져 있는 것보다 한국 사람들은 긴장감을 좋아하잖아요? 너무 쉬우면 안 좋아요.”
Q. 촬영을 하면서 옛날 생각도 많이 날 것 같아요
↑ 사진=옥영화 기자 |
Q. 영화 현장이 많이 달라지기도 했죠? 에피소드도 있나요
A. 예전에는 동시 녹음을 안 해서 카메라나 눈앞에 있고 감독이 그 카메라를 통해 배우를 봤어요. 감독 눈이 카메라의 눈인 셈이죠. 근데 ‘뷰티 인사이드’에는 감독이 없더라고요. 괜히 불안했어요. 감독을 찾아 헤맸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거죠. 백감독은 “선생님이 앞에 있는 것이 편안하다고 하신다”라고 신기해하고, 저는 없으니까 이상하더라고요.“
Q. 여전히 아름다운데, 젊음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A. 젊음은 유지하지 않으려고 하면 돼요. 왜 젊어보여야 하죠. 이미 젊은 시절을 보내지 않았나. 젊었을 때는 젊으면 되고 나이 들면 나이 먹은 것도 해봐야 하지 않나. 삶은 시간이에요. 그 시간을 어떻게 타느냐가 중요한 거죠. 우리가 젊었을 때는 성숙해 보이려고 하고, 나이가 들고는 젊어 보이려고 하지 않느냐. 항상 싸우는 거예요. 그것을 놓고 젊었을 때는 젊으면 되고, 나이가 들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어렵지 않아요. 주름? 잘 살았다는 증거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있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해요.“
“나무를 예로 들자 면요. 어린 나무의 아름다움이 있고, 나이가 든 나무의 아름다움이 따로 있지 않나요. 어린 나무와 노송을 비교하면 문제가 되는 거예요. 노송을 젊게 보이게 하기 위해 껍질을 다 벗기는 것도 아니지 않나. 노송은 노송대로 아름답잖아요? 어린나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 사진=옥영화 기자 |
A. “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도전을 비우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내가 원하는 것이 있어서 도전하면 힘들어서 못해요. 난 이뤄야할 것이 없고, 이 작품을 통해 무언가를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없어요. 마음을 놓으면 순간순간이 정말 즐겁고 아름답거든요. 그리고 모든 것이 나의 것이 되죠.”
“되는 것은 순조롭게 되죠. 애를 쓰고 힘들게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더라. 나중에 이뤄놓으면 또 부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루는 과정, 비우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Q. 그런 면에서 후배 배우들을 보면 드는 생각이 다를 것 같아요
A. “후배들이 힘든 게 눈에 보이죠. 다른 배우들과 비교해야 돼야하고, 더 예뻐야 하고. 나는 벗어났기 때문에 그것이 보이지만 그 안에 있으면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이에요. 여배우들 너무 많고 다들 예쁘니까. 힘들 때 연락하는 후배들이 있는데, 말을 거의 해주지 않아요. 말을 해주는 것보다 자신이 체험해서 느끼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Q. 그럼 힘든 것을 토로하는 후배들에게 어떻게 대해 주나요
A. “남들이 준 것을 먹는 것을 편하게 먹으면서 ‘귀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힘들게 얻는 것이 더 가치 있지 않나요. 나는 그저 따뜻하게 봐주고 인정해 줘요. 하나하나 꼬집어 준다고 해서 그것이 통하는 것 같지도 않고, 사람의 실수와 잘못을 포용하고, 옆에 있어주는 것이 더 힘이 되잖아요. 실수를 해도 사랑해주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뷰티 인사이드’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 사진=옥영화 기자 |
“모든 것이 변하지 않나요. 나도 그 변화에 준비 중이에요. 내가 ‘이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것이 아니게 되죠. 내가 연기자가 아니라는 순간 연기자일수도 있는 것이고 내가 연기 잘했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어요. 나도 마찬가지로 예전에 수상을 했던 그 기억으로 나를 기대를 했다면 실망을 했을 수도 있어요. 그렇기 않았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나아지고 있네’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임할 수 있었죠.”
Q. 오랜 만에 스크린 복귀, 행복하신 가요
A. "모두가 행복을 궁극적으로 원하지 않나요. 행복을 잡으려고 하면 늘 저기에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행복은 항상 나와 함께 있어요. 여기 있는데 다른 데서 자꾸 찾으려고 하는 거예요. 그것을 취하면 되는 것을. 미래는 없어요. 내일이 오나요? 뭐든 것은 지금의 연결이에요. 내일도 순간의 연결일 뿐이에요. 마법이 아니에요. 이 자체가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이 자제가 기적이예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