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불문 전쟁은 비극이다. 6·25 전쟁은 같은 민족끼리 총칼을 휘두르며 서로를 죽였다. 최근 발생했던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폭발 등을 보면 그 비극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 '서부전선'도 비극을 다뤘다. 한국전쟁 휴전 3일 전의 이야기다.
영화는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떠오르게 한다. 스크린을 통해 비치는 남과 북 졸병의 상황과 대사는 여러모로 웃음을 전한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이들은 살기 위해 너무도 진지하다. 과거 전쟁 당시에도 총칼을 들었던 양측은 진지했다. 그래서 더 비극이었다.
북한 369부대 탱크병 막내로 합류한 소년병 영광(여진구)과 농사짓다 군대로 끌려온 남복(설경구)은 총도 제대로 쏘지 못하는 '군인 아닌 군인'이다. 남복은 전쟁을 끝낼 비밀문서 전달의 임무를 받고 이동하다가 유일하게 살아남고, 영광 역시 부대가 전멸해 홀로 동떨어졌다. 남복과 영광은 각각 비문을 끝까지 전달하라는, '땅크'(탱크)를 사수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소년병은 운전법도 모르는 탱크를 지키기 위해 조작법을 익히고, 농부 출신 병사는 소년병이 가져다 숨긴 비밀문서를 얻어내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 부대에서 따로 떨어져 살아남은 두 사람의 목적은 다르지만, 고향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같다.
총 한 번 써보지 못한 영광은 수류탄 안전핀을 제거하지 않고 던지는 초짜. 그 수류탄을 본 남복 역시 어쩔 줄 몰라 한다. 몸을 이리 웅크리고 저리 웅크린다. 이 설정부터 웃음이 시작된다. 총을 가진 남복이 영광을 제압했다가 총을 빼앗겨 주도권은 다시 영광이 쥐는 등 상황이 재차 바뀌는 것도 웃기다.
서로가 적이기에 어떤 돌발 행동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 긴장감이 가득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은 웃지 않을 수 없다. 마음 여린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부터 웃음 포인트가 무궁무진이다. 작가 출신 천성일 감독은 웃기려고 작정했다. 어떤 돌발 웃음 포인트가 나올지 예측불허다.
초반에는 어이없는 설정들의 나열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화는 결국 웃음을 터트리는 데 성공한다. 지칠 수도 있는 작은 에피소드들의 나열로 피로해질 수 있는 상황들이 설경구, 여진구 두 사람의 탁월한 연기 호흡으로 상쇄된다. 과한 느낌이 들 때도 있는데, 이를 잊게 하는 것도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이다. 결국 포복절도한다.
그렇다고 모든 걸 웃음으로만 소비하는 건 아니다. '서부전선'은 자세히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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