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라디오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있다. 바로 사연과 음악이다. 팟캐스트에는 사연은 있지만 음악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터넷 라디오와 관련된 저작권법이 아직 제대로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이하 ‘요팟시’)는 이런 상황을 선두에서 정리하고 있는 그야말로 팟캐스트의 개척자와 같은 방송이다.
‘요팟시’ 진행자인 UMC(본명 유승균)와 안승준을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에 있는 XSFM 사무실로 찾아가봤다. 유난히 단단해 보이는 한 남자와 딱 봐도 미대를 나왔을 것 같은 외모의 남자가 반겼다. UMC와 안승준은 그렇게 각자의 개성으로 똘똘 뭉친 채 인터뷰에 임했다.
“알려진 바로 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팟캐스트 전문 업체를 만든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공중파라디오의 정수를 뭐라고 생각할까’를 고민하다가 만들어 본 것이 ‘요팟시’입니다. 음악이 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있죠. 그걸 재밌게 만들려면 하루하루가 전투에요. ‘요팟시’에서 제가 만들어오고 했던 일들은 대부분 과거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매번 새로 만들어야 하니까, 그게 힘들긴 합니다.”(UMC)
“미대를 나와 음악을 하는 흔하디흔한 사람입니다. 보드카레인의 보컬로 오랫동안 활동했었죠. 독립적으로 활동할 창구를 찾다가 ‘요팟시’ 보조진행자가 필요하다고 들어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무임승차로 인해 UMC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녹음하고 있어요. 팟캐스트 세계를 알게 됐고 여기서 음악을 소개하고 그 판매 된다면 여기가 또 다른 음악 시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쉽게 말해서 기존 음악시장대로 따라가면 더 이상 대안을 찾을 수 없다고 봤어요. 언젠가는 팟캐스트가 뮤지션들의 대안이 되는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안승준)
“저는 모든 메일을 확인해요. 이건 중노동이에요. 매우 신체적인 활동이죠. 일용직한테 넘어갈 수 있는 업무량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사연을 보내는 이유는 같아요. 말할 곳이 필요한 거죠. 그 사연들 중에는 고소를 당하거나 고소를 한 것도 있어요. 이런 분들은 고소장까지 같이 보내요.(웃음) 전 그것까지 다 읽어요. 사람들이 말하고 싶은 것을 보내주면 청취자들이 들을 만 한 것을 골라내는, 그 작업은 엄청난 시간이 걸려요. 재밌는 사연을 읽어낼 줄 아는 특수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에요. 단순한 노동의 결과물이에요. 가끔 제 컨디션이 안 좋으면 재미없는 사연을 읽게 되요. 이럴 땐 사연 주인공이 ‘이런 이야기를 보내서 미안해요’고 말하기도 해요.”(UMC)
안승준은 밴드 보드카 레인에서 보컬로 활발한 활동을 했었다. 지금은 솔로로 나서 작사와 작곡을 모두 해내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UMC는 90년도 후반부터 활동했던 힙합 1세대 랩퍼다. 하지만 2011년 싱글앨범 이후로는 지금까지 활동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뮤지션으로서 뭘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이 없어요. 음악 앞에서 예절바르게 말하자면, 하고 싶은 음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전보다 더 충실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진짜 이런 걸 음악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함부로 뛰어들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음악을 하면서 피로도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요. 10대 때부터 하던 일이니까, 다시 찾아갈 것 같긴 하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겠어요.”(UMC)
둘은 ‘요팟시’ 최고의 에피소드로 ‘신분증 미소지자에 대한 왜가리의 공격’과 ‘팟조, 제정되다’ 편을 꼽았다. 이 두 편의 방송은 하나의 사연으로 엮여있다. 사연 속 소녀는 어린 시절 소나무 터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왜가리를 발견했다. 그는 은혜를 입은 제비가 박씨를 물고 왔던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떠올리며 왜가리를 꺼내줬다. 하지만 왜가리는 위기에서 탈출하자 눈을 공격했고 동심은 깨지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 소녀는 대학생이 됐다. 그의 아버지는 마당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금붕어를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연못에 왜가리가 찾아왔고 3일 만에 금붕어의 씨를 말렸다. 그리고 아버지의 “드디어 그 녀석을 처리했다”는 말과 함께 사연은 끝났다. 여기까지는 단순히 재밌는 사연이었지만 진짜 이야기는 방송 다음에서 펼쳐졌다.
“‘왜가리는 천연 기념물이다. 천연기념물을 죽이는 것은 범법행위다’라고 방송에서 말했었어요. 그리고 청취자들 사이에 ‘왜가리가 천연기념물인가’라는 논란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걸 확인 하려고 문화재청에 전화를 해봤는데 담당관이 ‘천연기념물은 역사적 문화적 연관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꼭 개체수를 보지는 않는다. 왜가리는 천연기념물이 아니다’라고 해줬어요. 원하는 대답을 얻고 감사하다고 했는데 그 담당관이 ‘최근에 이런 전화가 왜인지 많이 왔다’라고 말하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우리끼리 농담 삼아 왜가리를 우리 팟캐스트를 기념하는 새, ‘팟조’로 지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죠. 이후에는 수많은 청취자들이 왜가리가 그려진 ‘요팟시’ 로고를 만들어서 보내줬어요. 보통 지상파 라디오에서는 볼 수 없는 활동성이라 의미도 깊었어요.”(안승준)
‘요팟시’는 사람들의 사연뿐만 아니라 매회 방송마다 두 곡의 음악을 튼다. 선우정아의 ‘뱁새’, 리싸(LeeSA)의 ‘사람들은’, 트램폴린(Trampauline)의 ‘서치 어 크라운’(Such A Clown), 쏜애플(Thornapple)의 ‘빨간 피터’ 등이 소개됐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음악들은 묘하게도 다시 한 번 더 찾아듣게 되는 매력이 있다.
“선곡은 모두 제가 해요. ‘요팟시’의 가장 큰 장점은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그로 인해서 많은 뮤지션을 이해하고 알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듣는 걸로 끝나지 않게 할 자신이 있어요. 저는 이 뮤지션이 왜 의미가 있는지 이 음악을 왜 선곡했는지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어떤 음원사이트에서 차트 1위를 했다고 해서 틀지 않아요. 매 회마다 2명의 아티스트를 고르는데, 이를 통해서 사람들이 다양하게 음악을 듣게 만드는 것이 목표에요. 다양한 음악과 음악적 견문을 넓히는데 일조할 수 있는 방송이라고 생각해요.”(안승준)
“정보 전달은 겸손하고 성실해야 해요. 안승준은 제가 예상했던 대로 해줄 수 있는 진행자였죠. 음악에 대해 말만 할 줄 알지 실제로는 관형사 위주의 남는 게 없는 음악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음악을 제일 잘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은 뮤지션이라 생각했어요. 나중에는 방송에 노래를 더 넣고 싶어요. 광고가 늘면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정당한 금액’을 내야하기 때문에 아직은 어려워요.”(UMC)
UMC는 음악에 ‘정당한 금액’이라는 말을 붙였다. 여기에는 ‘요팟시’의 핵심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지금까지는 팟캐스트에서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라디오방송에서 노래를 트는 것에 대한 저작권법이 없기 때문이다. UMC는 ‘요팟시’에서 노래를 틀기 위해 한 음원 제공회사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정당한 금액·방법으로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지금 법이 완전히 개정되기 전까지는 행정부서의 처분대로 해야 해요. 법보다 약한 조례가 들어가죠. 조례가 아니라 위원회에서 해결해주기도 해요. 한국은 팟캐스트에 음악을 트는 것에 대해 조례가 생기지 않았어요. 영국, 미국과는 달랐어요. 팟캐스트에 음원을 틀면 이걸 음원 다운로드라고 할지 스트리밍이라고 할지 정해진 것이 없었어요. 저는 팟캐스트로 음악을 틀고 싶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법까지 필요했어요. 그래서 메인 스폰서에게 부탁했죠. ‘우리는 광고 안 받아도 된다. 대신에 음악을 트는 팟캐스트를 하고 싶다. 국회까지 밀어 넣어서 법을 재정할건데 이걸 도와주면 내가 성심성의껏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회사가 이걸 받아들여 줬어요. 아직은 진행 중인데 우리가 이 일을 다 끝내두고 나면 다른 팟캐스트에서도 정당한 돈을 내면 노래를 틀 수 있어요. 분명한 것은 이 일을 양지에서 하는 것은 우리밖에 없어요. 우리들은 팟캐스트의 진행자인 동시에 뮤지션이에요. 양쪽의 이윤을 다 보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끌고 갈 거예요. 음악을 안 해보고 팟캐스트 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미울 거예요. 원치 않게 돈을 내게 생겼으니.”(UMC)
UMC는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 외에도 ‘그것은 알기싫다’라는 팟캐스트도 제작, 진행하고 있다. 이는 모두 지상파 방송사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프로그램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이는 단순한 패러디가 아닌 기존 방송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있었다.
“제작진들이 알고 삐지라고 일부로 이렇게 이름을 지은 거에요. 오래된 매체들을 대놓고 패러디를 할 수 있을 만큼 세상이 변했다는 것도 의미하고요. MBC가 ‘요팟시’를 듣고 삐진다면 제 의도가 성공이라고 봐요. ‘지금은 라디오 시대’의 포맷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그 외의 나머지 것들이 많이 달라요.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오랫동안 라디오에서 일한 방송국 직원들은 공무원 느낌이에요. 보람도 없고 어떻게 시간을 때워도 시간은 지나가요. 사연 받아서 읽고 노래를 틀고 가끔 게스트 부르고, 이게 반복돼요. 전형적인 것들 중에 바뀌어도 되는 게 있고 살아야 하는 게 있어요. ‘요팟시’는 집중력을 살리고 사람들이 라디오에서 편안하게 생각하는 포맷은 그대로 유지하려고 했어요.”(UMC)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가 제작되는 XSFM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팟캐스트 방송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다. 대표인 UMC는 비주얼 플랫폼이 아닌 팟캐스트를 선택했다. 여기에는 간단명료하면서도 대중문화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었다.
“비주얼 플랫폼을 만들기엔 돈이 없어요.(웃음) 저비용을 들인 UCC는 최초의 대중성을 얻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리고 UCC나 인터넷 방송처럼 활동의 집중도가 너무 강하면 안돼요. 그렇게 되면 골수팬들에게 있는 대로 후원을 짜내고 그 힘을 발판으로 대중을 만나요. 후원의 개념을 잡기 시작하면 후원을 받는 곳의 방송의 얼굴들은 영원히 돈이 없는 척을 할 수 밖에 없어요. 거기까지의 과정이 미디어로서 올바르지 않다고 봤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에요. 제가 가진 솔루션에서는 UCC가 답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후원이 곧 이익이라면 ‘나 이제 배불러요’라는 말을 못하죠. 저희들은 일반적으로 규모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는 중소기업정도 되요. 팟캐스트를 하는 누군가가 ‘우리 방송은 수익이 전혀 없어요’라고 말한다면 그건 사실이거나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입장인겁니다.” (UMC)
‘요팟시’는 포맷만 보면 사연과 음악만으로 이뤄진 단순한 구조다. 그럼에도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는 이유에는 ‘음악의 정당한 가치에 대한 고민’과 ‘기존 방송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팟시’는 가장 전형적이면서도 대표적인, 클래식한 팟캐스트라고 불리기에 충분하다.
*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
2013년 4월2일 소개:첫 번째 편지 에피소드로 첫 방송. 2014년4월4일 방송분 이후 세월호 사건으로 잠정적 휴식기 돌입. 2015년 3월17일 XSFM으로 회사를 옮겨 방송재개. 매주 화요일 업로드.
*‘팟캐스트’는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합성한 신조어다. 주로 비디오 파일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팟빵’ 어플리케이션으로, 애플 기기에서는 ‘Podcast’ 앱으로 즐길 수 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