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김민희는 배우라는 이름보다 모델이나 패션 피플 정도의 수식이 더 잘 어울렸다. 배우보다 연예인이나 스타에 가까웠고, 드라마나 영화보다는 광고가 더 적합했다.
드라마 ‘학교’에서 무표정에 시크한 캐릭터를 잘 소화한 김민희는 다음 작품부터는 표정이나 발성 등에서 연기력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영화에서도 두각은 드러나지 못했다. ‘순애보’ ‘서프라이즈’ 뿐 아니라 ‘뜨거운 것이 좋아’ ‘모비딕’등 출연했지만 ‘배우’ 타이틀을 달기에는 부족했다. 딱딱한 말투나 다듬어지지 않은 표정 등은 스크린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민희가 연기력을 입증 받은 것은 ‘화차’다. 자신 만의 분위기를 잡은 김민희는 신비스로우면서도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었다. 이어 ‘연애의 온도’와 ‘우는 남자’를 통해 관객들을 만났지만 ‘화차’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그런 김민희가 홍상수 작품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 출연했다. 아침에 대본을 줄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촬영하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 말이다. 김민희는 그 자연스러움 속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내보였다. 상황이나 감정에 물흐르듯이 변하는 인물의 표정이나, 쑥스럽게 미소 짓는 모습, 엉뚱한 답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김민희의 모습은 ‘배우’라는 이름이 떠오를 정도로 달라진 느낌이다.
아주 미묘하게 움직이는 눈동자, 조그맣게 읊조리는 대사, 뚫어지게 바라보는 눈빛의 무게, 감정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눈썹은 더 이상 딱딱함이 묻어나는 김민희는 없었다. 화려한 의상이 아닌 물감이 묻은 겉옷이 이처럼 잘 어울리는 것은 김민희 차기작 역시 믿고 볼만 하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