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요새 ‘하드캐리(출중한 기량으로 모든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행위)’한 배우가 있다. 영화 ‘베테랑’ ‘사도’ 등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배우 유아인이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생산해내며 흥행 견인차 구실을 하는 그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2004년 청소년 드라마로 데뷔 이후 거침없이 걸어온 11년의 연기 인생은 어땠을까.
↑ 디자인=이다원 |
◇ ‘반올림’
본명은 엄홍식. 지난 2004년 KBS2 ‘반올림’에 극중 옥림(고아라 분)의 남자 친구 유아인으로 등장하면서 연예계에 입문했다.
캐스팅 비화는 조금 독특했다. 경북예고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중 가수 준비를 위해 노력했으나 재능 없다는 말을 들었고, 비슷한 시기 학교 앞에서 캐스팅돼 ‘반올림’ 오디션을 보고 통과했다.
당시 조연급이었지만 그에 대한 청소년 시청자의 반응은 강렬했다. 귀엽고 풋풋한 매력으로 많은 여성 팬을 사로잡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 ‘최강칠우’
KBS2 ‘4월의 키스’ ‘드라마시티-시은&수하’를 거쳐 그는 2008년 KBS2 ‘최강칠우’로 드디어 아역에서 탈출하게 됐다. 칠우(에릭 분)의 의형제이자 절대고수의 자객 흑산으로 분해 본격적인 성인 연기에 시동을 건 것.
그는 당시 에릭, 구혜선, 이언 등 청춘스타들과 나란히 어깨를 겨루며 연기를 펼쳤다. 고작 23살이었지만 절대 지지않는 연기력으로 브라운관을 장악했다. 같은 해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도 캐스팅돼 존재감에 무게를 더할 수 있었다.
◇ ‘결혼 못하는 남자’
지금의 소년 같은 이미지로 여심을 자극하기 시작한 건 아마도 2009년작 KBS2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맡은 박현규 역부터 아닐까 싶다. 극중 조재희(지진희 분)의 회사 후배로 등장한 유아인은 지질하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는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여심저격’ 매력남으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물론 경쟁작인 MBC ‘선덕여왕’에 밀려 시청률 성적표는 참담했지만 그동안 그에게 걸려있던 ‘인디배우’라는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내는 데엔 성공했다.
◇ ‘성균관 스캔들’
KBS2 ‘성균관 스캔들’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필모그래피 중 하나다. 극 중 통제불가능한 불량선비 문재신(걸오) 역을 맡아 전국을 ‘걸오앓이’ 신드롬에 몰아넣었다.
당시 박유천, 송중기, 박민영 등 다소 신인급 배우들이 포진했지만 이 작품으로 이들 모두 톱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었고, 그 명단에는 유아인 역시 올라있었다. 비록 캐스팅 당시 ‘미친 말’이라 불리는 걸오 역에 유아인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비난도 쏟아졌지만,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여론을 호평으로 돌릴 만큼 매력적인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 ‘패션왕’
‘인디 배우’란 수식어는 지워졌지만 자유로운 그의 영혼은 차기작 선택에서 엿볼 수 있었다. ‘성균관 스캔들’과 영화 ‘완득이’로 청춘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브라운관 컴백작으로 SBS ‘패션왕’을 선택한 것. 주인공 강영걸 역을 맡아 신세경, 이제훈, 유리 등과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흥행 성적은 좋지 못했다. 경쟁작 MBC ‘빛과 그림자’에 고전을 면치 못하며 시청률 10%대로 종영한 것. 특히 원작 재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혹평도 이어져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필모그래피로 기록됐다.
◇ ‘장옥정, 사랑에 살다’
늪에 빠진 부진은 씻기 어려운 것일까. ‘패션왕’으로 낭패를 본 유아인은 영화 ‘깡철이’로 체면을 회복하긴 했지만 브라운관에선 여전히 수렁 속을 헤맸다.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숙종으로 분해 김태희와 ‘케미(케미스트리 준말)’를 펼쳤지만 안방극장 장악에는 실패한 것.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희대의 악녀 장희빈을 조선시대 의상 디자이너라는 설정으로 새로운 시도에 나섰지만 MBC ‘구가의 서’에 밀려 10%대를 채 넘지 못하는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 ‘밀회’
두 편의 드라마로 이름값을 못한 탓일까. 그는 주무기인 ‘소년의 미’를 활용할 만한 작품을 차기작으로 정했다. 종편드라마로선 최초로 전국을 신드롬에 몰아넣었던 ‘밀회’에서 스무살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로 막강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 위력은 대단했다. 전작 두 편의 실패에 대한 기억을 깨끗이 씼었음은 물론, 대선배이자 상대역인 김희애와 농염한 러브신으로 연일 검색어 순위 상단에 랭크되기도 했다. 채널의 한계를 뚫고 ‘하드캐리’한 진면목을 보여준 첫 작품이었다.
◇ ‘육룡이 나르샤’
스무살 수줍은 소년은 영화 ‘베테랑’ 속 안하무인 재벌2세로 관객몰이를 하더니, SBS 새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속 이방원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롤러코스터급 변신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 성공 스토리가 그려진다. 그 가운데 유아인은 이방원 역을 맡아 김명민, 변요한, 천호진, 윤균상 등과 불꽃 연기대결을 벌인다. 특히 신세경과 ‘패션왕’에 이어 또 한 번 호흡을 맞출 예정이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