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월화드라마 ‘화정’이 드디어 종영을 맞이했다. 하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는 전개였다. ‘화정’의 주인공인 정명공주는 드라마 내내 주인공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방송된 ‘화정’에서는 강주선(조성하 분), 김자점(조민기 분) 등 간신 무리들이 척결을 당하고 정명공주(이연희 분)와 홍주원(서강준 분)이 궁을 떠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강인우(한주완 분)는 홍주원을 구하려다 강주선이 쏜 총에 맞아 정명공주와 홍주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김자점과 강주선, 그리고 소용 조 씨(김민서 분) 등 그동안 계략과 권모술수만 행했던 무리들은 효종(이민호 분)의 명령으로 척결됐다.
↑ 사진=화정 방송 캡처 |
정명공주는 효종의 벼슬 하사를 거절하고 홍주원과 유황청으로 돌아가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 정명공주는 마지막으로 효종에 “저는 전하의 적이 될 것”이라며 정치를 잘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말을 남긴 채 ‘화정’, 빛나는 정치를 당부하고 궁을 떠났다.
‘화정’은 인조반정, 명청교체기 등 혼란했던 조선 광해군-인조 시대를 정명공주의 인생에 비춰 그려냈다. 정명공주는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으나 권력다툼으로 한 때 남장여자를 하며 숨어살아야 했으나 결국 궁궐로 돌아와 정의를 실현하고자 모든 걸 바친 인물로 묘사되며 극의 주인공으로 내세워졌다.
하지만 ‘화정’을 보는 내내 정명공주는 늘 한켠으로 밀려나 있었다. ‘화정’의 초반은 광해군(차승원 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중반부에는 인조(김재원 분)에게, 막바지에는 청과 결탁하고 권력을 잡으려는 강주선 무리들에 중심이 쏠려 있었다.
이는 마치 정명공주의 내레이션으로 여러 역사 인물들의 일대기를 바라 본 느낌을 줬다. 그 혼란했던 시기의 정가운데에 정명공주가 있어야 했지만, 정작 드라마는 정명공주에 그럴 만한 틈을 주지 않았다. 정명공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의도가 신선했던 ‘화정’의 의미가 퇴색되는 요인이었다.
드라마는 애써 정명공주를 정치판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광해군, 인조 등과 대결 혹은 이해를 그려낸다. 중반부 인조가 광해군과 바통터치를 하며 본격적으로 투입될 당시에는 인조와 정명공주의 대결이 극의 중심이 됐으나 그 뿐이었다.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에도 극의 중심은 한 많은 인생을 살다 간 강인우의 죽음과 김자점, 강주선의 죽음이 중심이었다.
↑ 사진제공=MBC |
이는 결국 많은 드라마에서 소재로 삼았던 광해군-인조를 새롭게 그려내고자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인상만 남기게 됐다. 정명공주의 인생과 혼란한 시대상이 제대로 엮어지지 못하면서 정명공주는 자꾸만 겉돌게 됐고, 시청자들은 색다름보다는 산만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는 정명공주를 맡은 이연희의 힘이 그만큼 강력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한다. 예전보다 발전한 모습이라고는 하나 이연희는 아직 50부작의 정통 사극을 이끌기에는 부족했다. 이연희의 연기가 좀 더 힘이 있었다면 정명공주가 극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 터다.
역사와 다른 고증도 문제였다. 정명공주는 역사에 미미한 존재감을 나타낸 인물을 증폭시켜 표현한 캐릭터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허구에 가까운 인물이다. 이렇다보니 정명공주와 역사에 자세히 기록된 광해군, 인조를 엮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상황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정명공주를 주인공으로 세우니 무리가 따랐고, 피상적으로 그려지는 정명공주에 시청자들은 온전히 몰입하기 힘들었다.
이처럼 ‘화정’은 색다른 시도를 했지만 절반의 성공만을 거둔 채 물러나게 됐다. 여인의 몸으로 조선시대 정치 한복판에 뛰어든 정명공주의 일대기가 깊게 그려지지 못했다는 것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