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출퇴근시간 만원인 지하철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 그들은 좁은 화면을 통해 SNS, 뉴스, 쇼핑, TV시청 등 다양한 일에 열중하고 몇몇은 웹툰으로 지루할 수 있는 이동시간을 웃음으로 채운다. 팟캐스트에는 웹툰을 보는 것을 넘어 웹툰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푸른봄(본명 이재민)과 이빨(본명 강민구), 앙팡(본명 김지연), 모양(본명 박민설)은 ‘웹투니스타’를 통해 다양한 웹툰을 리뷰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일 늦은 오후 서울 강남구 LBC카페에 그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가봤다. 만화가협회와 막 회의를 끝내고 도착한 그들은 반가운 인사와 함께 카페에 자리한 녹음실에 나란히 앉았다. 최근 아나운서가 된 모양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저는 앙팡입니다. 미대를 나와서 예술학과 미술이론 공부를 했었어요. 미술 관련 팟캐스트를 만들어볼까 하다가 푸른봄 오빠의 제안을 받고 ‘웹투니스타’에 붙었어요. 미학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웹툰을 많이 봤었거든요. 지금은 직장에 다니고 있어요.”(앙팡)
두 사람은 자신을 소개하며 웹투니스타에서 맡고 있는 역할과 장단점이 적힌 재기발랄한 명함을 건넸다. 이빨은 좀 달랐다.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있던 그는 재킷 안쪽 주머니를 한참 뒤적이다가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김광진의원실 비서’라고 적힌 명함을 내밀었다.
“저는 이빨입니다. 닉네임처럼 말하는 걸 좋아해요. 평범한 웹툰 독자였는데 푸른봄이 ‘웹투니스타’를 하자고 해서 함께하고 있어요. 지금은 김광진 의원실에 인턴으로 일하고 있어요. 푸른봄과 같은 학교 같은 과의 1년 후배입니다.”(이빨)
‘웹투니스타’는 별처럼 많은 웹툰 가운데 알짜배기들만 골라 리뷰를 해주는 팟캐스트다. 무거운 주제의 ‘송곳’ ‘S라인’을 비롯해 액션 장르의 ‘헬퍼’, 19금 웹툰 ‘독신으로 살겠다’, 동심을 자극하는 ‘양말 도깨비’등 장르와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으며 지금까지 100여개의 웹툰을 리뷰했다.
“애초에 기획했던 것은 웹툰 리뷰가 아니었어요. 책이나 문화, 인문학 위주로 이야기하는 거였는데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듣고 이대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어요. 그러던 중에 이빨이 ‘웹툰을 리뷰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괜찮다고 의견이 모아져서 시작했어요. 리뷰할 웹툰 선정은 너무 짧아서도 안 되고 너무 길어도 안돼요. ‘덴마’라는 웹툰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데도 길어서 못하고 있어요.”(푸른봄)
“개그 웹툰, 소위 ‘병맛’ 웹툰이라고 불리는 것들도 리뷰하기 힘들어요. 웃긴 만화를 왜 웃긴지 설명하면 재미가 없어지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재밌는데 왜 이렇게 순위가 낮지?’ 하는 작품들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한줌물망초’ 같은 경우에는 연재당시 하위권에 있는 게 아쉬웠어요. 그래서 혜진양 작가님과 인터뷰도 하고 저희 선에서 홍보를 해주려고 했었어요.”(앙팡)
“작가님들이 하시는 팟캐스트들은 진지한 게 많아요. 그분들은 창작자의 입장이기도 하고 알고 있는 게 저희보다는 많으실 거니까 당연한 거죠. 리뷰보다는 평론에 가까운, 깊이 있는 방송들이에요. 저희는 독자 입장에서 리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더 가볍고 재밌게 풀어낼 수 있어요. 그리고 저희는 저희 이야기를 많이 해요. 청취자들도 비슷한 나이대가 많아요. 이런 부분이 공감을 사고 재미를 주는 요소가 되는 것 같아요.”(앙팡)
“저희는 웹툰 전문가가 아니에요. 방송 초기에는 전문성이라는 것이 극복의 대상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준비하려는 강박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건 그분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저희는 전문적인 선 근처까지 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푸른봄)
‘웹투니스타’ 멤버들은 모두 각자의 직업이 있다. 앙팡과 이빨은 회사에 다니고 푸른봄은 아버지 일을 도와주고 있다. 앞서 갑작스러운 야근으로 인터뷰를 취소하게 됐을 정도로 바빴던 그들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웹투니스타’를 이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일 때문에 녹음에 못 오는 상황에 처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요즘엔 내려놨어요. 순위도 같이 내려갔고요.(웃음) ‘웹투니스타’를 시작하고 나서 얻은 소득이라면 방송용 목소리가 생긴 거예요. 마이크가 앞에 있으면 나오는 목소리가 따로 있어요.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마이크가 있으면 전보다 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청중들이 있고 없고는 상관없어요. 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생각하고 말하고, 이런 과정을 계속 연습하게 됐고 자신감이 생긴 게 가장 큰 소득이에요. 이것보다 더 큰 것은 자존감이 생긴다는 것? 일로만 찌든 삶이 아니라 굳이 일이 없어도, 내가 힘든 일이 있어도, 제가 무너지지 않게 할 수 지지해줄 수 있는 축이 생긴 거 같아요. ‘웹투니스타’는 일상의 활력소에요. 아무리 일이 좋더라도 때때로 힘든 순간이 오잖아요. 녹음을 하면 충전이 되는 느낌이에요.”(이빨)
“‘웹투니스타’를 시작하고 제일 좋았던 점은 웹툰 작가님과 실제로 만나서 밥도 먹을 수 있는 것? 사리사욕을 채운다고 할까요.(웃음) 저는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는데 작가님을 만나서 사담을 해본다거나 그런 적은 없었어요. 그리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공부 욕심도 생겼어요. 미술전공이라 미술과 관련된 대학원을 가려는 계획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제가 만화를 보는 것보다 전시를 즐겨보지는 않고 있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자체가 ‘웹투니스타’를 하고 얻은 소득인 것 같아요.”(앙팡)
“주호민 작가님이 ‘웹투니스타’에 한 번 더 출연하겠다고 연락하기도 했어요. 물론 작가님들보다 저희가 먼저 연락드릴 때가 훨씬 많지만요.(웃음) 작업하실 때 팟캐스트 듣는 작가님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알고 있어요. 방송을 듣지 않으시더라도 저희를 알고는 계셔요. ‘웹투니스타’ 초기에 연락을 드릴 때에는 저희가 뭘 하는지 일일이 말했어야 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아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앙팡)
‘웹투니스타’는 200~40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방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지만 대외적인 활동은 남다르다. 그들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의기투합한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공개방송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푸른봄은 ‘오늘의 우리 만화상’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개방송을 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어요. 원래 우리방송을 듣지 않았던 분들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계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지방에서 저희 보러 오신 분들도 있었어요. 공개방송이라서 그런지 준비할 때도 다른 방송보다 기합이 많이 들어갔어요. ‘웹투니스타’는 매주 하는 방송이다 보니 깊이 있는 회의를 하지 못해요. 하지만 그날 준비는 밤을 샐 정도였어요. 뭔가 업적이 생긴 느낌?(웃음)”(앙팡)
“명함에 ‘웹툰 평론가’라고 쓰고 다니는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가장 예술적인 웹툰이 조회수 1위를 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희는 전문가들보다 독자층과 더 가깝고,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해줄 수 있어요. 웹툰이라는 게 하위문화가 아니라, 평론하고 리뷰할 가치가 있는 콘텐츠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이빨)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웹툰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웹툰시장의 규모는 1719억원, 작가는 4661명이다. 하위문화로 취급됐던 만화는 이제 ‘웹툰’이라는 이름을 달고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중 하나가 됐다. 수많은 웹툰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찾는 다면, 홀로 웹툰을 즐기는 데 싫증이 났다면 ‘웹투니스타’는 좋은 선택일 것이다.
* ‘웹투니스타’
2013년 7월18일 ‘아는사람 이야기’ 편으로 시작. 2015년 9월23일 ‘딩스뚱스-바다건너 살아남기’까지 휴식기 없이 진행 중. 매주 수요일 업로드.
*‘팟캐스트’는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합성한 신조어다. 주로 비디오 파일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팟빵’ 어플리케이션으로, 애플 기기에서는 ‘Podcast’ 앱으로 즐길 수 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