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부산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스톱' 관객과의 대화(GV).
김기덕 감독은 이날 자신의 신작 '스톱'이 국내에서 상영 계획을 갖고 있지 않는 것과 관련, 그 이유를 묻는 말에 전작 '일대일'을 언급했다.
"제작비에 비례해 개봉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일대일'은 8000명이 봤을 뿐"이라며 "그렇다면 제작비 대비 효과가 없는 거다. 개봉하면 안 되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분명 불법다운로드로 뜰 텐데 그때 보면 된다. 봐주시기만 하면 된다. 중국에 가서 보니 지하철 10명 중 1명이 절 알아보시더라. 그들이 제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법을 본 팬들일 텐데 상관없다"고 덧붙여 현장을 씁쓸하게 했다.
김 감독은 최근 개봉 때마다 대기업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공허한 메아리였다. 현재 한국영화 시장은 "많은 관객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소외되는 영화들이 많다.
그래선지 김 감독은 최근 일본과 중국에서 영화 촬영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스톱'을 찍고, 중국으로 건너가 차기작 '무신'을 촬영한다.
김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 섭섭해서 그런 건 아니다"면서도 "한국에서 20편 정도를 찍었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칫 한국 영화계 은퇴 암시 발언으로도 들린다. 일본과 중국 활동이 등 떠밀려 간 것 같은 인상이라 안타까움은 더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중국으로부터 360억 원 규모를 투자받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만든 제 영화 20편 제작비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라며 "아시아의 종교전쟁을 다뤄보고 싶다. 일본과 중국, 한국을 오가며 자료를 살폈고 10년간 준비했다. 아직 거쳐야 할 관문은 많지만 꼭 하고 싶은 작품"이라고 기대에 찬 소감을 밝혔다는 점이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의 거장을 일본과 중국에 빼앗긴 느낌이랄까.
자기만족에 영화를 찍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감독이 관객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길 원한다. 류승완, 이준익도 필요하지만 김기덕, 정지영, 오멸 감독 등도 있어야 한다. 소통하고 대화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상업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창작자들의 다양한 시도도 존중받아야 한다.
영화계에서는 몇 해 전부터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더는 돈은 필요 없다. 봐주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 김 감독의 외침이 뭉클하게 들린다. 불법 조장 아니냐고? 비난받을 수도 있지만 조심스럽게 응원하고 싶은 심정이다.
한편 '스톱'은 각본과 연출은 물론, 카메라, 조명, 녹음 등 1인 시스템
한국 감독이 일본 원전을 다룬 것 자체가 파격이다. 지난 2011년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은 자전적 다큐멘터리 '아리랑'과는 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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