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주연 기자] 마니아층을 가지거나, 팬덤이 확실한 작품일수록 드라마화 되거나, 리메이크 됐을 때 부정적인 논란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팬 마다 작품 속에 투영한 느낌이나 이미지가 제각각인데, 이 모든 것을 한 명의 배우 안에 다 담으려니 반발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저마다 원하는 가상캐스팅을 내세우며 한 마디씩 거들다 보면 결국 배우 캐스팅 논란으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다. 사공이 많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격이다.
지난 해 방영됐던 ‘내일로 칸타빌레’는 가상캐스팅의 역효과가 가장 잘 드러난 사례다. 심은경은 누리꾼들의 거센 기대감 속에서 몇 번이나 캐스팅을 고사하다가 결국 합류했다. 초반의 분위기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한국 정서로 녹아내지 못한 탓에 드라마의 완성도가 삐걱거렸고 결국 그에 대한 책임은 주연배우였던 심은경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결국 원작 팬과 배우, 제작사 모두에게 상처를 안겼다.
누리꾼들이 캐스팅에 일희일비하는 사태를 모았던 tvN ‘치즈 인 더 트랩’ 또한 제2의 ‘노다메 사태’로 번질까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상태다. 12월 방영을 앞두고 있는 ‘치즈 인 더 트랩’은 올 여름부터 주·조연의 캐스팅 보도로 시끄러웠다. 배우 캐스팅을 두고 감 놔라, 대추 놔라 잔소리하는 누리꾼들이 많아지자 이들을 묶어 ‘치어머니’라고 부르는 웃지 못할 신조어도 생겼다.
이는 ‘내일도 칸타빌레’의 심은경처럼, 가상캐스팅 부동의 1순위였던 박해진이 ‘치즈 인 더 트랩’에 합류를 확정하고 기대감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현상이었다. 드라마를 둘러싼 달갑지 않은 잡음이 계속되자, 제작진은 지난 7월 “캐스팅을 고심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캐스팅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고 분위기가 과열될수록 작품 자체에 대한 몰입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누리꾼은 ‘치즈 인 더 트랩’을 두고 “아직 드라마는 시작도 안 했는데, 캐스팅 보도가 너무 잦다보니 이미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이다”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소식에 대중은 피로감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원작 팬들은 물론 작품을 잘 몰랐던 팬들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캐스팅 놀이문화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적당한 화제성을 가져준다면 배우나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도 더할 나위 없는 홍보 효과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발짝 멀찌감치 떨어져서 이를 조망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즐겁기 위해 시작한 놀이 문화에 핏대를 세울 필요는 없다.
박주연 기자 blindz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