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에브리싱글데이의 음악에는 마력이 있다. 어느 순간에 듣더라도 쫄깃한 긴장감과 흥겨움이 느껴진다. 듣기만 해도 웃음이 번지는 마성의 멜로디다.
그런 에브리싱글데이 음악의 유쾌함은 멤버들의 본 모습에서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화끈한 부산 남자들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을 뿐인데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어느덧 17년차, 지지고 볶는 부부 같기도 하고 피를 나눈 형제 같기도 한 이들의 음악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봤다.
↑ 사진=에브리싱글데이 제공, 디자인=이주영 |
오는 12월 에브리싱글데이는 무려 4년만에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 그에 앞서 지난 8월부터 프로젝트 성격의 싱글을 매달 발매하고 있다. 신곡과 본인들이 불러서 인기를 모았단 화제의 OST를 다시 리메이크해서 새롭게 내놓았다. 그 첫 번째가 드라마 ‘파스타’ OST로 인기를 모은 ‘럭키데이’다.
“‘럭키데이’는 2008년에 만든 곡인데 2009년에 ‘파스타’ 음악감독 제의를 받고 울려퍼지게 됐다. 저희에겐 행운을 가져다 준 노래고 이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해준 곡이다. 부산 출신인 스카웨이커스와 함께 불렀는데 이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친분이 없었는데도 자기들의 시간까지 다 빼서 열정적으로 해주더라.”(문성남)
사실 4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앨범이기 때문에 늦어진 감은 있다. 그리고 한 장의 앨범을 내놓기에도 힘든데 프로젝트 성으로 싱글까지 발매하는 것도 쉽지 않은 방식이다. 그럼에도 에브리싱글데이가 이런 고집을 부린 이유가 궁금했다.
“정규 앨범을 발매할 생각은 계속 있었고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드라마 OST 제의가 계속 오면서 적당한 때를 못 찾고 있었다. 드라마와 함께 작업을 하면 에너지가 분산되는 느낌이었다. 지금이 OST 작업 없이 앨범을 내야할 타이밍이었다. 팀이 오래 되고 1세대 인디밴드라고 하지만 우리만의 앨범으로 공을 받지 못했다. 에브리싱글데이를 더 알리고자하는 생각으로 대놓고 하는 프로젝트다.”(김효영)
에브리싱글데이는 ‘파스타’ OST를 시작으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 ‘골든타임’ ‘피노키오’ ‘미스코리아’ ‘갑동이’ 등 다양한 드라마 음악에 참여했다. ‘갑동이’를 제외하면 에브리싱글데이 특유의 스타일을 짐작케 하는 곡들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에브리싱글데이가 드라마 OST로 보여준 음악색은 원래 팀이 가지고 있던 색과는 다르다. 에브리싱글데이가 초반에 해왔던 음악을 들어보면 마냥 밝기만 한 음악이 아니다. 더 감성적인 곡도 있고 밴드 사운드가 강렬한 곡들도 있다.
“아무래도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한 것과 의뢰를 받고 필터링이 되는 음악은 다르다. 드라마에 일단 어울리게 써야 하고 대중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도 틀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 보니 스타일이 비슷해지는 것 같아서 우리 앨범은 OST와는 다르게 하려고 한다. 처음엔 이번 프로젝트에 OST를 안 실으려고 했다. 그것 때문에 티격태격 하기도 했는데 결국은 OST도 우리 곡이더라.”(문성남)
드라마 OST 작업을 통해서 팀을 더 알릴 순 있었지만 밴드 정체성을 고민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데까지 오래 걸린 이유도 OST를 작업하면서 쉴 새 없이 달리느라 에너지가 소비된 것도 있었다.
“공연 뒷풀이에서 성남이 형이 술에 취해서 ‘쥐어 짜내는 기분이다’라는 얘기를 하더라. 아무래도 계속 되풀이되다 보니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아는데 더 나은 걸 내놔야 하고 고충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정규 앨범이 밴드를 하고 공연을 하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기분이다.”(김효영)
“최근에 저희 앨범 작업한다고 곡 만들고 믹싱하는데 뿌듯하고 좋더라. 하고 싶은 대로, 고민 없이 작업을 하니까 행복했다. 모처럼 밴드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팀들이 봤을 땐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문성남)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에브리싱글데이는 무려 17년을 함께 해왔다. 문성남과 정재우는 93년부터 알게 됐고 드럼 김효영이 합류한 지는 약 5년이 지났다. 사실 밴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매일 싸우면서도 17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이유는 서로를 향한 신뢰다.
“매일 싸운다. 근데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있다. 또 재우가 지금까지 해왔던 음악에 대해서도 신뢰한다.”
“음악을 만들고 공연하는 게 그냥 재미있다. 돈을 많이 못 벌어도 계속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혼자였다면 10년, 20년 못 버텼을 거다. 돈을 못 벌어도 함께 힘드니까 같이 있는 거다.(정재우)
17년에 비하면 짧은 기간이지만 5년간 지켜본 김효영은 두 사람을 아빠와 엄마, 악어와 악어새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처음에 합류할 때 밴드는 가족이라고 하더라. 근데 가족끼리 제일 막대하기 쉽고 상처도 많이 준다. 그래도 믿어준다. 밴드를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데 두 사람은 그런 과정을 넘어선 존재다”고 말했다.
어느덧 20년을 앞두고 있는 밴드 에브리싱글데이. 그 긴 시간 동안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도 하고 싸우고 회사가 망하기도 하면서 희노애락을 함께 나눴다. 17년차 밴드에게도 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
“그냥 지금처럼 계속 음악을 철 없이 할 수 있는 게 꿈이다. 너무 힘든 일이다. 초반엔 열정을 많이 쏟았다가 안되면 좌절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앨범 하나에 기대보다는 정리를 하면서 한 장씩 넘기는 느낌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잘 될 거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