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최근 KBS 쿨FM 프로그램인 ‘장동민 레이디 제인의 두시’(이하 ‘두시’)가 폐지됐다. 개그맨 장동민이 팟캐스트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두시’에 출연 중이었던 개그맨 김영준과 가수 레이디제인, 기타리스트 조정치는 못 다한 DJ의 꿈을 팟캐스트인 ‘더 라디오’를 통해 풀고 있었다.
평일 늦은 오후 서울 여의도 모처의 한 녹음실로 찾아가 봤다. 그들 중 가장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레이디 제인이 가장 먼저 도착했고 뒤를 이어 김영준과 조정치가 차례로 참석했다. 가벼운 회의 후 1시간 여의 녹음을 끝마쳤다. 방송을 통해 들려줬던 그대로 화기애애하고 웃음 넘치는 시간이었다.
조정치는 “‘두시’에 출연했다가 먼저 잘린 대표적인 사람”이라고, 레이디 제인은 “후발주자로 들어왔다가 역시나 잘린 사람”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최근 김같이라는 예명에서 본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준이 간단한 자기소개를 끝마쳤다. 그리고 낯선 얼굴이 하나 더 있었다.
“뭐든 끝나면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뮤지컬이 끝나면 출연했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지방공연 하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요. ‘두시’가 끝난 후 술자리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보통 그런 말은 겉치레식으로 많이 하는데 클레오파트라가 진심으로 받아들었어요. 빈말이었는데(웃음). 어느 날 단체 대화방이 생기면서 현실로 다가왔죠.” (조정치)
‘더 라디오’의 ‘더’는 영어 모어(More)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두시’ 폐지로 인해 라디오를 더 하고 싶은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어진 셈이다. 진행자 세 사람 외에도 ‘두시’를 함께 했던 개그맨 이수지는 매니저와 함께 게스트로, 가수 고영배는 전화연결로 짧게나마 출연했었다. 그리고 ‘더 라디오’에서 함부로 이름을 언급하기 에매해 ‘장광순 주니어’라고 불리는 장동민의 출연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장동민 씨에게도 함께 하자고 제안을 했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고영배 같은 경우에는 직접 진행하는 팟캐스트가 있어요. 저희는 누구를 안 부르고 말고는 없고요. 항상 열려있고 지금이라도 필요하면 전화연결을 할 수 있는 거고요. 지금까지 섭외된 분들이 대부분 즉흥적으로 오게 된 분들이 많아요. 영배도 수지도, 저희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클레오파트라)
“동민이 형한테는 세 가지 감정이 보였어요. 우선적으로 저희한테 미안해하는 게 컸어요. 그리고 저희가 함께 모여 팟캐스트를 한다는 것을 듣고 엄청 좋아했어요. 마지막으로는 안타까움이었어요. 자기가 같이 못하니까. 이런 이야기를 차에서 진지하게 하더라고요.” (김영준)
↑ 사진=코엔스타즈 |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어요. ‘마음의 소리’라는 웹툰의 최근 화를 보면 굉장히 짜임새 있어요. 하지만 초반 에피소드를 보면 작가의 군대이야기가 나오고 최근 화에서 볼 수 있는 짜임새는 없어요. 하지만 지금은 ‘마음의 소리’가 웹툰들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잖아요. ‘더 라디오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틀을 갖춰가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하다보면 번쩍하고 뭔가 떠오르지 않을까요?” (조정치)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게 방향성이에요. 팟캐스트에는 정치 이야기하는 채널도 있고 정말 다양한 주제를 가진 방송들이 있잖아요. 그 중에서 저희처럼 무차별식 토크를 하는 분들도 있어요. 저희는 대본이 있지만 거기에 상관없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해요. 그래서 녹음을 하면서도 ‘이게 정말 우리만의 케미가 맞나’ ‘이게 우리의 색깔인가’하는 의구심이 몇 번씩이고 들어요. 오늘은 뜬금없이 제 동창 이름을 말하기도 했고.(웃음) 그냥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저희만의 색깔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방송을 어떤 사람이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DJ들 사이의 호흡이 중요하니까요.” (레이디 제인)
레이디 제인은 ‘더 바디쇼’ ‘용감한 기자들’, 조정치 역시 ‘인간의 조건-도시농부’와 같은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코미디 빅리그’에서 ‘구한말 코미디’로 활약했던 김영준까지 합세했다. 이렇게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했던 그들에게 팟캐스트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는 제작을 담당하고 있던 클레오파트라도 마찬가지였다.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편성이라는, 몇 십 년 동안 이어진 짜여진 규격이 있잖아요. ‘신서유기’ 같은 걸 보면서 편성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팟캐스트도 그런 게 매력이에요. 저희가 업로드를 해놓으면 듣고 싶을 때, 시의성을 가지지 않고 언제라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클레오파트라)
↑ 사진=코엔스타즈 |
김영준에게 ‘더 라디오’는 더욱 특별했다. 팟캐스트의 재미를 느낀 그는 최근 비주얼 중심의 인터넷 방송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장동민과 같은 소속사에 있던 그에게는 엄청난 도전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이에 대해 설명하는 김영준과 멤버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이사님한테 팟캐스트를 해도 되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어요. 동민이 형도 팟캐스트와 관련이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이사님이 ‘니가 뭘 가리냐. 알아서 해라’라고 하시더라고요. 마치 남 일이니 것처럼(웃음). 그리고 게임을 하는 인터넷 방송을 하고 싶어서 고민 끝에 다시 물어봤더니 ‘알았어, 하라고. 니가 무슨 연예인이냐. 이런 걸로 전화하지 마라’라고 뭐라 하시더라고요.” (김영준)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팟캐스트를 한다는 말을 별로 안했어요. 정인이도 몰라요 원래 제가 뭘 하는지 원래 큰 관심도 없고요.(웃음) 몇몇이 알긴 하는데 코멘트를 해준 적은 없어요. 지상파 라디오는 제가 가지고 있던 템포 보다는 조금 빨랐어요. 일주일에 2회 정도면 저의 걸음걸이에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게 치면 팟캐스트는 제 걸음걸이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조정치)
어떤 프로그램의 폐지는 애청자들로 하여금 아쉬움을 남긴다. 그리고 이를 이끌어가는 진행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두시’는 ‘더 라디오’라는 이름을 달고 더 유쾌하고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조금 더 가까운 방송으로 성공적인 탈바꿈을 했다.
“별 다른 이유 없이 정말 재밌어서 하는 거예요. 지상파 라디오 할 때는 실시간으로 많은 문자 사연이 올라왔어요. 그리고 그 문자를 보내는 청취자들을 모두 만족시키고 시켜야한다는 압박도 받았었어요. 팟캐스트는 좀 달라요. 정말 저희를 좋아하는 사람만 들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더 라디오’를 듣는 분들이라면 가족 같은 마음으로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레이디 제인)
“저도 살다보니 꼭 목적 없는 만남을 할 때가 거의 없게 되더라고요. 반대로, 목적 없이 만나는 사람들이 친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하는 방송도 큰 목적이 없잖아요. 애정이 있으면 할 수 있는 거고 없으면 안 되는 거고요. 약간의 호감이 있었다면 저희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려하는지 귀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조정치)
* ‘더 라디오’
2015년 8월22일 ‘더 라디오 1회 (feat. 털현무 a.k.a 시츄)’ 편으로 첫 방송. 10월6일 ‘더 라디오 7회’까지 휴식기 없이 진행 중. 주 1회 무작위 업로드.
*‘팟캐스트’는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합성한 신조어다. 주로 비디오 파일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팟빵’ 어플리케이션으로, 애플 기기에서는 ‘Podcast’ 앱으로 즐길 수 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