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밤의 피크닉’, 가지곤 있지만 읽고 싶지 않은 책이다”
일본 작가 온다 리쿠가 쓴 ‘밤의 피크닉’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만큼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책이다. 졸업을 앞두고 야간 보행제에 참여한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성장 소설인데 어른이 되는 설렘을 적절히 그려낸 작품이다.
밴드 밤의 피크닉은 그 소설 제목과 팀 이름이 같은 것은 물론 현실적인 가사와 달리 풋풋하고 아기자기한 사운드가 주는 느낌까지 닮아있다. 하지만 팀 이름은 단순하게도 집에 널브러진 책들 사이에서 눈에 띈 글자를 보고 정한 것이다.
↑ 사진=북극곰 사운드 제공 |
“책은 가지고 있는데 읽고 싶지 않은 책이다. 그래서 안 읽었다. 책을 생각하면 우리가 상상하는 게 깨질 것 같다. ‘밤의 피크닉’ 소설을 좋아해서 저희 음악을 들었다고 하는 분들도 있더라. 그렇게 생각하면 팀 이름을 잘 정한 것 같다.”
지난 9월 발매한 두 번째 EP 앨범 역시 밤의 피크닉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곡들이 담겼다. ‘티티카카’는 안치범이 직장을 그만두고 떠났던 남미 여행 후 만들어진 곡이며 ‘백수의 호수’는 제목 그대로 백수의 삶을 그려냈다. 타이틀곡인 ‘삐뚫어진 입’은 외로움을 극대화 시킨 곡이다.
“앨범 타이틀이 ‘어지러진’인데 지금 우리 사회, 생각이 정해지지 않고 혼란스러운 느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곡들이 전반적으로 요즘 시대를 그리고 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희망적이지 않은 생각들로 곡을 썼다. 방황 내지는 패배주의가 있는 노래다.”(안치범)
‘나는 백 년째 백수놀이 중 끝이 안보이네 이젠 나도 반듯한 옷으로 갈아입고 날아가고 싶어‘(백수의 호수)
‘한땐 나도 모든걸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한때는 너도 원하는걸 얻을 수 있을 거라 했어’(티티카카)
‘어지러진 우리 길을 잃은 영원 그 길 위에 누워 방향 찾는 너와 나’(어지러진 우리)
“‘어지러진 우리’가 저희 앨범을 제일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요새 저희의 모습을 표현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 느낌을 어둡지만 어둡지 않게 표현했다. 그게 저희 음악의 매력이다.”(정은영)
“앨범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멜로디다. 멜로디를 먼저 만들고 가사를 쓰는데 반대로 하면 이상하게 잘 안 된다. 화려하지 않은 걸 좋아한다. 로우파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는데 그걸 생각하면서 곡을 썼다. 단순명료하게 가려고 했다.”(안치범)
로우파이(Low-Fidelity)는 밤의 피크닉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음악색이기도 하다. 최고의 품질이 아닌 좋지 않은 환경에서 얻어진 거친 사운드가 주는 느낌을 살리는 것. 노이즈가 들어가기도 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자연스러움이 드러난다.
“저희 음악의 명료한 색은 없는 것 같다. 파란색도 있고 검정색도 있다. 대놓고 색을 정하기 보다는 파란색이라고 우길 수도 있고, 마치 블러 처리를 한 것 같은 느낌이다.”(황주연)
“노래가 솔직담백하다. 기타 멜로디 라인도 화려하기 보다는 리프를 반복하기도 하고 가사도 솔직하게 나오고 보컬도 그렇게 불러준다.”(최현민)
사실 밤의 피크닉 멤버들은 음악 외에도 각자 일을 하고 있다. 음악에만 올인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럴까. 멤버 모두 음악을 업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즐기고 있었다. 부담감 보다는 음악 자체로 즐거움을 찾고 있었고 이는 밤의 피크닉 음악의 밑바탕이 됐다.
“계속해서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내년엔 정규 앨범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게 힘들지 않고 즐기면서 당연히 나왔으면 좋겠다. 사실 일을 하면서 시간을 맞추고 팀을 유지하는 게 힘들다.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오래 즐기면서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안치범)
“목표를 잡아놓고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저희는 음악 하는 것 자체로 즐거움을 찾는다. 페스티벌에 나가고 무대에 서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지금 멤버들과 같이 음악을 하는 게 좋다.”(정은영)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