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송원석입니다. 추석 연휴 때 MBC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서 만나 뵈었었죠? 여행을 다녀온 지도 며칠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요. 정말 모든 게 재밌고 그립기만 해요. 물론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들고요. 지금까지는 ‘잉여’였지만, 이제 ‘배우’로 날아 올라야죠.
◇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참 고맙습니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가게 됐을 때 솔직히 기대 많이 했죠. 요즘 젊은이들 배낭여행도 많이 가고 무엇보다 ‘유럽’이잖아요.(웃음) 막상 갔는데 힘들기는 힘들더라고요. 노숙도 처음이고,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는 것도 처음이고. 제가 또 옷을 엄청 많이 싸갔어요. 그런데 날씨도 엄청 덥고 갈아입을 정신도 없어서 딱 3~4벌로 돌려입기 한 거 있죠. 괜히 짊어지고 다니기나 했다니까요.(웃음)
돈이 없는 것도 힘들었죠. 유럽은 어마어마하게 물가가 비싸더라고요. 스위스에서는 햄버거 세트 하나가 만 원이 넘어가니까 어떤 걸 살 엄두가 안 나는 거예요. 매일 식빵만 먹고, 돈 좀 번 날에는 거기에다가 소시지 얹고. 제가 운동을 좋아해서 기초체력 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허기진 상태에서 걸으려니 힘들었어요.
힘들었지만 가서 배운 건 정말 많아요. 저는 계속 모델과 배우 일만 했으니 만나는 분들이 거의 방송 관련 분들 밖에 없잖아요. (노)홍철이 형이나 료니 형, 태원준 형, (이)동욱이처럼 이렇게 다 다른 분야 사람들을 만난 건 처음이었어요. 살아온 방식들이 다 다르니 어떤 문제에 대한 결론을 도출해내는 방식도 전부 다르더라고요. 그걸 듣는 것만으로도 정말 재밌었어요.
↑ 사진=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방송 캡처 |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 ‘아, 이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의 폭도 넓어진 것 같고, 원래 말주변이 없어서 단답형으로 대답하던 제가 거기서는 ‘토론’의 재미에 푹 빠졌더라고요. 제가 먼저 토론을 시작해보기도 하고.(웃음) 처음엔 말이 통할까 걱정도 많았고, 실제로 하루 이틀 정도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내일’을 걱정하는 공감대가 형성되니 금방 친해지고 대화도 많이 하게 됐어요. 정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얻은 것도 행운이죠.
◇ ‘잉여’ 때문에 잘 됐다는 말, 안 듣게 하겠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보고 저를 엄청 응원해주고 계세요. 제가 수유리에 쭉 살았는데 동네 친구들은 제가 TV에 나오는 것도 신기하대요. 친구들이 ‘이제 원석이 가공될 때다’ ‘반짝반짝 빛날 때다’ 이런 말 많이 해주죠.(웃음) 제자신도 여행을 다녀와서 멤버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과도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얻은 생각들도 많고 말할 수없을 만큼 큰 성취감도 얻었고요.
물론 많은 분들이 제게 ‘네가 무슨 잉여냐’고 말하시는 것도 많이 봤어요. ‘배우’라는 제 직업 때문에 많이들 그렇게 보시더라고요. 솔직히 그 말 듣고 속상하긴 했죠. 물론 저도 ‘모델’로 활동할 때에는 일을 많이 했는데.(웃음) 그것도 벌써 몇 년 전이에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수입이 고정적인 것도 아니고, 배우라고는 하지만 주로 하는 게 ‘오디션 보는 일’이거든요.(웃음) 말하자면 ‘취준생’ 상태로 몇 년을 지냈던 거죠.
그러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으로 그나마 제 존재가 조금은 알려진 건데요, 사실 전 이 작품이 이렇게 이슈가 될 거라고 생각 못 했어요. 처음에는 노홍철 형이 오는 줄 전혀 몰랐거든요.(웃음) 그저 ‘일반인 5명이 유럽 가는 거다’라고 하길래 ‘다큐’ 쯤으로 생각했고, 얼마나 화제가 될까 싶었어요. 그러다 노홍철 형이 오고, 그러면서 예능이 된 거예요.
↑ 사진 제공=스타하우스 엔터테인먼트 |
솔직히 그러면서 겁이 나기는 했어요. 제가 아직 ‘배우’로서도 뭘 한 게 없는데 ‘예능’부터 시작하는 게 말이 되나 싶더라고요. 그 부분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고요. 하지만 요즘 예능스타들이 연기 하고, 연기자들이 예능 프로에 나오잖아요. 경계선이 많이 없어진 세상인데 조금은 더 마음을 열어도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처음에 생각한 그 ‘그저 재밌을 것 같아서 선택한 마음’만 갖고 가자는 생각을 했어요.
당연히 ‘방송으로 뜨고 싶어서 출연했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으로 잘 됐다’라는 말을 들을 거라는 건 알아요. 그게 무섭기도 하죠. 사실 저도 모델 활동 하다가 배우로 전향한 후에 정말 노력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예능 프로 한 번 나와서 잘 됐다는 말을 듣는 게 겁나더라고요. 그걸 이겨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제가 이 프로에 나오기 전에도 얼마나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을 했는지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만큼 다음에 하게 될 작품을 정말 실수 없이 완벽한 모습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 나온 후에 연기를 했는데 못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 땐 정말 ‘그럴 줄 알았다’ 소리를 피할 수 없을 거예요. 전 그걸 ‘어? 쟤 연기 좀 하네?’로 바꾸고 싶은 거죠. 지금 이 악 물고 연기 연습에 더 몰두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에요.
◇전 스타가 아닌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잉여’로 생각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저의 화려한 과거 때문일테지요.(웃음) 모델 생활 때에는 정말 운이 좋았어요. 제가 목표를 크게 잡는 편이 아니고, 어느 정도 현실 가능성이 있는 선에서 아주 조금 더 높게 잡는 편이거든요. 당시에 그런 식으로 목표를 잡았었는데 운이 좋게도 그걸 금방 이루게 됐어요. 목표를 이루고 나니 허무함이 오더라고요. 그러면서 어떤 목표를 잡을까 생각하던 중에 연기가 문득 생각났어요. 늘 연기자라는 걸 생각해보고 있긴 했지만 그 때 ‘연기에 도전해보자’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 거죠.
당시에 있던 모델 회사에서는 기회를 잘 안 주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프로필 뽑아서 영화사에 뿌리고 다녔어요. 그렇게 해서 얻어낸 게 영화 ‘댄싱퀸’이었어요. 한 번 출연을 하고 나니 더욱 ‘이게 바로 내 길이다’라는 생각이 커졌어요. 그저 ‘해보고 싶다’에서 ‘이거다’로 바뀐 거예요. 그 때 본격적으로 배우로 전향해서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 사진 제공=스타하우스 엔터테인먼트 |
‘댄싱퀸’ 출연할 때에는 연기를 배우기 전이었고, 평소에 왜 다들 그런 경험 있으시잖아요. 드라마나 영화 보면서 ‘아,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런 거요. 저도 그랬어요.(웃음) 영화 찍을 때에는 겁도 없었고, 그런 모습을 좋게 보셨는지 황정민 형께서 막 직접 스태프들에 저를 인사시켜 주시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또 ‘나 재능 있네’ 이런 생각 했었죠.(웃음) 그게 몰라서 그런 거였어요. 연기는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연기는 그게 있어요. 전과 확실히 달라진 나를 마주할 수 있게 되죠. 지금 연기할 때와 전에 연기할 때가 정말 많이 달라요. 성장한 걸 확실히 느낄 수 있고 그만큼 부족한 점도 더욱 잘 알 수 있고요. 그걸 고치면 또 저는 성장하는 거거든요. 그 ‘성장하는 맛’에 연기에 더 빠져들 게 된 것 같아요. 전 모델에서 배우로 오면서 두려움은 없었어요. 연예인 하려고 배우 하는 게 아니거든요. ‘어느 역할까지 올라가고 싶다’는 그런 목표가 있어요. 일단 내년까지는 주조연인데, 노력해야죠. 목표 이뤄서 다음 목표 세울 수 있게.(웃음)
◇ 자신만만 연기자 데뷔, 그리고 찾아온 3년 공백기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연기자로 데뷔했는데, 그대로 3년을 쉬게 됐어요.(웃음) 저도 그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회사를 찾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과정이 제게는 일종의 ‘수업료’였던 것 같아요. 옛날엔 눈앞에 놓인 당장의 이익 때문에 많이 흔들렸거든요. 지금은 모든 행동이 신중해졌어요. 멀리 보는 눈이 키워졌고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그 눈이 커졌던 것 같아요. 정말 생각도 많이 했죠.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게 가장 힘들다’는 말이 있죠? 제가 정말 온전히 쉰 건 1년 정도 되는데 그 때 딱 그랬어요. 방향도 모르겠고,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정말 제자신이 한심하고 힘들었죠. 그 ‘능력없을 때’로 돌아가지 말자는 게 제 심정이에요. 그 ‘할 일 없어 힘든’ 시간들이 지금을 뛰게 만드는 원동력이랄까요.
↑ 사진 제공=스타하우스 엔터테인먼트 |
제가 얼마 전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서 ‘차선책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말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제가 너무 두서없이 얘기해서 조금은 오해하실 수 있는데, 제 말에는 ‘우리는 젊으니까’라는 말이 전제였거든요. 조금만 더 노력해보고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겐 있잖아요. 제겐 젊음이 그래요. 저도 30대 후반 정도의 나이였다면 많이 달랐겠죠. 지금 이 젊음은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인 것 같아요. 제자신도 지금 그러는 중이고요.
저도 차선책을 생각한 적은 있어요. 그런데 그 때 드는 생각이 ‘미친도록 노력해본 적이 없다’는 거더라고요. 일단 시도해보자는 생각에 저도 배우로 전향을 했어요. 지금 100세 시대인데 저는 그 5분의 1 지난 거예요.(웃음) 모델할 때에는 ‘모델 된다’는 목표로 버텼고, 지금은 ‘연기자 된다’라는 목표로 버티고 있어요. 안 된다면? 그 때 털어버려도 되죠, 뭐.(웃음)
배우로서의 저는, 앞으로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려워보이지도 않고,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그런 배우. 연기 잘하는 걸 넘어서서 ‘친근한’ 배우가 되고 싶은 거죠. 성격이 원래 ‘무한 긍정’이니,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