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중엔 반인반어(半人半魚)의 모습을 하고 있는, 한 생명체가 해변에 쓸쓸히 누워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그림이 있다. 권오광 감독은 이 그림을 보고 복합적으로 떠오른 감정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 그게 바로 ‘돌연변이’다.
‘돌연변이’는 한 남자가 우연히 참여한 생체실험에서 부작용으로 인해 서서히 생선인간으로 변하고 그 이후에 그 남자에게 닥친 일을 그리고 있다. 생선인간 박구(이광수 분)는 상경 후 공무원이 되기 위해 홀로 힘겨운 공부를 계속하던 중, 돈을 벌기 위해 생체실험에 참여했고 그곳에서 그만 생선인간으로 변하고 만 것이다. 이후 그는 실험실로부터 탈출해 우연히 엑스트라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주진(박보영 분)을 무작정 찾아간다. 하지만 주진은 그의 방문에 다시 제약회사에 전화를 걸어 그를 팔아넘겨 돈을 받으려는 생각뿐이다.
그러던 중 이들 앞에 나타난 상원(이천희 분)은 기자가 되겠다는 일념 하에 방송국으로 찾아가 면접을 보던 중, 생선인간이 자신의 집에 있다고 주장하는 주진의 인터뷰를 따오라는 부장의 말에 생선인간의 존재에 눈을 열게 된다. 그렇게 생선인간 박구, 주진, 상원 세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박구가 생선인간으로 변한 후 세상의 관심을 받게 되고 제약회사와 소송을 이어가는 것, 그 중간 중간 발생하는 사건들이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세 명의 캐릭터를 설명해준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을 정확히 꼬집는다. 진실을 파헤치지 않고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언론, 어떤 사건에 조금이라도 석연찮은 부분이 보이면 소위 말해 ‘빨갱이’로 몰아가는 사회, 문제가 되는 사건에 엄청나게 뜨거운 관심을 보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무관심해 지는 대중의 냄비 근성까지 권오광 감독은 ‘돌연변이’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보단 현 사회를 그래도 담았다.
재미있는 부분은 ‘돌연변이’의 장르가 ‘한국형 극현실 재난영화’라는 점이다. 보통 영화들은 멜로, 액션, 드라마, 스릴러, 판타지 등으로 분류되기 마련인데, 그 중에서도 ‘극현실’ 재난영화라고 명명한 것은, ‘돌연변이’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그대로 담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영화의 배경에 생선인간이라는 굉장히 비현실적인 소재를 부여해 그 차이를 극대화 시키는 점에서도 감독의 의도를 느끼게 한다.
생선인간 박구는 그야말로 ‘돌연변이’다. 하지만 박구는 겉모습만 돌연변이 일뿐, 속마음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 어떤 인물보다 순수하다. 궁극적으로 영화는 화학물질로 인해 겉모습에 변형이 생긴 박구와 사회로 인해 생각이 변형된 요즘 사람들 중, 진짜 누가 ‘돌연변이’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든다. 오는 22일 개봉.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