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쉰두살. 대종상 영화제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영화제다. 한때 배우들이 꼭 받고 싶어하는 상 중 하나였다. 하지만 공정성 시비와 비리 의혹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아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올해 또 문제다. "시상식에 출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는 이상한 원칙을 세웠다. 대리 수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다.
상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쁘게 모두 참석해 즐겼으면 한다는 의도는 알겠으나 "대리수상은 없다"는 발언은 주최 측이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 발언 탓 이번에 상을 받는 배우는, 원래 그 분야에서 올해 대종상이 뽑은 ’최상의 영화인’인지 ’차점자’인지 알 수가 없게 됐다. 받는 사람은 기분이 나쁠 법도 하다. 영화제의 ’갑질’이다.
과거 꼭 받고 싶었던 대종상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권위 탓 받으면 기분 좋은 상 정도가 됐다. 모두가 대종상 수상을 열일 마다하고 가야 하는 최고 영예로 생각할까.
대종상 측은 또 대중이 투표하기 위해서는 투표 어플을 설치하고 회원으로 가입하게 했다. 그것도 유료다. 영화팬들을 보듬으려고 하는 건지, 멀어지게 하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마침 할리우드 영화 ’인턴’이 250만 관객을 돌파, 누적 관객 300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30세 젊은 CEO가 운영하는 온라인 패션 쇼핑몰 회사에 채용된 70세 인턴사원의 유쾌한 근무일지를 그린 공감 코미디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흥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70세 인턴 휘태커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꼰대’ 같지 않아서라고도 할 수 있다. 휘태커 같은 부하 직원 혹은 동료, 상사는 인생상담뿐 아니라 사담을 나누기 좋은 상대다.
대종상이 이 영화를 보고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지 않을까. 배우와 감독, 대중과 대화하는 법과 올바른 태도, 행동 취하기 등등. 권위에 취해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상황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다시 태어나는 한 해로 삼았다"는 집행위원장의 포부는 미덥지 않다.
나이 많다고 최고는 아니다. 오래됐다고 권위 있다는 착각도 접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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