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영화나 드라마의 주조연급 캐스팅 작업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되면 이후에 감초 역할부터 2초 정도 얼굴을 비추지만 작품에 꼭 필요한 단역을 뽑는 과정을 거친다. 단역 오디션이 시작되면 배우들은 어떤 역할이든 손에 쥐기 위해 오디션에 목을 매기 시작한다.
역할에 맞게 연기와 콘셉트를 준비해가는 것은 물론이며, 카메라를 앞에 두고 남보다 눈에 띄기 위한 자리싸움도 치열하다. 오디션에는 많은 사연을 가진 배우들이 자리한다.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배우, 오랜 무명생활을 깨기 위해 도전하는 배우, 연극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 무대를 뛰어넘어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진출하는 것을 꿈꾸는 배우 등 저마다 절실함을 갖고 오디션에 임한다.
대학로에서 뜨거운 인기를 갖고 있는 배우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대학로 출신 배우’ ‘연극 출신 배우’들이 장르를 확장해 스크린이나 브라운관 등에 도전하고 있는 것. 그러나 배우 박해일, 조정석, 이희준 등 성공한 배우를 바라보며 도전을 꾀하지만, 그 길은 멀고 현실의 벽이 너무 높은 게 사실이다.
연극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 배우는 영화와 드라마에 단역으로도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그는 “연극배우들이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사실, 따로 연극을 보고 캐스팅하는 경우는 드물다. 배우가 연극을 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쫓아다녀서 하는 경우가 있어도 따로 (자연스럽게) 진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기성배우들의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포진돼 있지 않나. 영화 ‘암살’만 보더라도 관객들이 원하는 배우들이 포진돼 있다. 그 영화만 보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거의 주조연급 배우들이 여러 명 나오니까 오디션을 보고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게 된다”고 덧붙였다.
연극 무대에 있는 배우들은 쉽게 두 부류로 구분된다. ‘예술’을 외치며 무대 위에 서는 것만 강조하는 배우, 반대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싶거나 생계를 위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배우, 두 부류다.
이 배우는 “연극만 하는 분들은 사실 마음속으론 인지도도 쌓고 유명한 배우가 되고 싶어 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런 곤조들이 있다. ‘예술 해야 돼’라는 마음으로 작품에 대해서만 예술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게 아직 뿌리 깊게 남아있다. 그래서 머뭇거리는 배우들도 많다. 나 같은 경우에만 해도 영화 오디션을 본다고 하면 ‘영화 배우하려고 하냐’ ‘연예인하고 싶은 거냐’ 등의 말을 듣는 경우가 있었다. 보통 연기의 기본이 연극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고지식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그렇다고 해서 바로 기획사를 만난다거나 외모가 출중하다고 해도 한계를 느끼는 부분이 생겨서 다시 연극으로 돌아오는 배우도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운 좋게(?) 기획사를 만나 배우의 길을 걷는다거나 이름을 곧바로 알리지 않는 경우에는 보통 ‘군인1’ ‘상점 아줌마1’ 등 단역을 손에 얻기 위해 배우들이 직접 영화사, 제작사, 오디션 현장 등을 찾아다니며 발로 뛰어다닌다. 발로 뛰는 배우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계속해서 영화사, 제작사 대표를 찾아간다거나 전쟁터 같은 오디션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눈길을 끌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다반사.
“발로 뛰는 배우는 지금도 정말 많다. 프로필을 들고 영화사에 찾아가면 이미 (프로필을) 내고 회사를 나오는 배우를 마주치기도 하고, 내가 나오는 길에 들어가는 배우를 마주하기도 한다. 오디션 현장은 더 치열하다. 에피소드가 정말 많은데, 한 가지를 말하자면 아는 형이 자기는 가족을 챙겨야 한다며 카메라가 잘 보이는 좋은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번은 여자 후배들에게 노출연기가 들어와도 할 것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다들 연기가 고프고, 한 작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보니 당연히 할 것이라고 하더라. 만약 대학 동기 중에 잘 나가는 친구가 생긴다면 상대적으로 느끼는 박탈감도 엄청나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