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배우 지진희는 불륜도 여성 시청자에 설득할 줄 아는 마성을 지닌 남자다. 특히 현재 방송 중인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에서 객관적으론 ‘나쁜 남자’지만 치명적인 매력이 지닌 최진언 역을 맡아 여심몰이 중이다.
지진희가 처음으로 방송가에 발을 들인 2000년 당시에도 아련한 눈빛은 그대로였을까? 여성 시청자들을 제대로 취향저격한 지진희의 발자취를 짚어보자.
↑ 디자인=이주영 |
◇ ‘줄리엣의 남자’
지진희는 1999년 한 뮤직비디오를 거쳐 2000년 SBS ‘줄리엣의 남자’로 성공적인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예지원, 차태현과 함께 주인공으로 당당히 어깨를 겨루며 신예답지 않은 안정된 연기력으로 눈도장을 제대로 받아냈다.
지적인 이미지는 이때부터 통했던 것일까. MBA 출신 재벌2세 최승우 역을 맡아 여심을 사로잡았다. 과묵하고 잔잔하지만 여심을 저격하는 그의 마력은 이때부터 발휘됐다.
◇ ‘러브레터’
2003년엔 멜로드라마인 MBC ‘러브레터’에서 또 한 번 여심 저격수로 나섰다. 극중 저명한 의학박사 아들인 정우진으로 분해 거칠지만 남자다운 면모를 뽐냈다.
수애, 조현재와 함께 신의 세계 속에서 비극적인 사랑을 만들어간 그는 처음엔 자신만만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로 그려졌지만 조은하(수애 분)의 이루지 못할 사랑에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 ‘대장금’
지진희가 있기까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 MBC ‘대장금’은 2003년 운명처럼 그에게 찾아왔다. 조선 최고 의녀 장금의 성공과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방송 이후 10년간 아시아 각지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오랜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한류 콘텐츠 수출의 초시.
지진희는 이 작품에서 장금(이영애 분)과 숭고한 사랑을 가꿔가는 민정호 역을 맡아 작품의 인기만큼이나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올곧은 관료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이영애와 함께 작품 흥행의 견인차 구실을 단단히 해냈다.
◇ ‘파란만장 미스김 10억만들기’
‘대장금’을 끝낸 그에겐 변신이 목말랐던 모양이다. 그는 스타일이 생명인 백수 박무열 역을 맡아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SBS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에서 김현주와 함께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 간 것.
그동안 ‘대장금’ 민정호의 단정한 아우라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는 파란 트레이닝 복에 껄렁거리는 말투로 변신을 꾀했다. 그 결과 2004 SBS 연기대상 드라마스폐셜 연기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 ‘봄날’
이듬해 그는 치명적인 멜로드라마 SBS ‘봄날’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고현정의 10년 만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조인성, 지진희 등 당시 최고 인기 남자 스타들이 합류해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져만 갔다.
기대치만큼이나 ‘봄날’의 성적표는 괜찮았다. 30%이상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진희로선 개인적인 재미를 챙기진 못했다. 드라마 초점이 고현정과 조인성에게 맞춰지며 그는 러브라인이 변방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 ‘스포트라이트’
‘봄날’이후 3년 만에 택한 작품은 기자들의 치열한 세계를 다룬 MBC ‘스포트라이트’다. 그는 손예진, 진구, 조윤희 등과 함께 기자로 분해 시청률 사냥에 나섰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에 시대상을 반영하는 독특한 시도로 야심차게 도전장을 낸 ‘스포트라이트’는 아쉽게도 KBS2 ‘태양의 여자’ 등 강자를 만나 용두사미형 드라마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 ‘결혼 못하는 남자’
장르물의 진지함에 이골이 난 것일까. 그는 다시 로맨틱 코미디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일본 후지 TV에서 방영된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KBS2 ‘결혼 못하는 남자’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이 작품에서 까칠한 성격의 40살 독신 남자 조재희 역을 맡았다. 괴팍하고 난해한 그가 의사인 장문정(엄정화 분)을 만나 알콩달콩 사랑을 엮어가는 재미가 작품의 무기였다. 그러나 작품 속 정서가 국내와 괴리가 있었는지 원작만큼이나 흥행하진 못했다.
◇ ‘동이’
지진희는 역시 사극 체질이었던가. ‘대장금’ 이후 7년 만에 다시 MBC 사극 ‘동이’에 출연한 그는 한효주와 함께 대한민국에 사극 열풍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는 숙종 역을 맡았지만 기존 사극과 달리 장난기 많고 귀여운 면모를 더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방송 직후 ‘지진희 깨방정’이란 검색어가 오랫동안 유행할 정도였다. ‘봄날’ 이후 흥행 참패만 거듭했던 그에게 오랜만에 찾아온 오아시스 같은 작품이었다.
◇ ‘부탁해요 캡틴’
2년만의 복귀작 SBS ‘부탁해요 캡틴’에서는 항공사 기장 김윤성 역을 맡아 상대역 구혜선과 알콩달콩 로맨스를 엮어갔다. 이 작품은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한다진(구혜선 분)의 파일럿 성장기로, 지진희는 이 작품에서 ‘츤데레’ 남자주인공으로 분해 매력을 발산하고자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의 마성을 안방극장에 뻗치기엔 시청률이 너무 안 나왔다. 구혜선 연기력과 흥미를 자극하지 못하는 극 전개에 대해 혹평이 쏟아지면서 시청률은 11%대에 그치고 말았다. 지진희 역시 ‘동이’로 이룬 이름값을 다시 떨어뜨리는 안타까운 선택이 돼 버렸다.
◇ ‘대풍수’
같은 해 그는 SBS ‘대풍수’에서 이성계 역을 맡으면서 선굵은 카리스마를 예고했다. 국운이 쇠한 고려말 권력의 주변에 있던 도사들이 난세의 영웅인 이성계를 내세워 조선을 건국하며 벌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진희는 조선 초대 임금 이성계로 분해 극의 중추 구실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성, 송창의, 김소연 등 인기 배우들이 가세해 재미와 긴장감을 불어넣고자 했다. 그러나 MBC ‘보고싶다’에 밀려 수목극 꼴찌를 기록하다가 결국 종영되는 비운을 맞고 말았다.
◇ ‘따뜻한 말 한마디’
‘마성의 불륜남’ 매력이 시작된 작품은 바로 SBS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그는 사랑 없이 결혼한 아내 송미역(김지수 분) 대신 해맑고 당찬 여자 나은진(한혜진 분)에게 흔들리는 위험한 남자 유재학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불륜 연기에 도전했지만, 하명희 작가의 따뜻한 필력과 설정 등에 힘입어 설득력 있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여기에 그의 무게감 있는 연기력은 유재학이란 인물이 생생하게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데에 한 몫했다. 비록 시청률 면에선 소위 ‘대박’을 치진 못했지만 마니아 시청층을 형성하면서 호평을 이끌어냈다.
◇ ‘블러드’
구혜선과 궁합은 그다지 좋지 못한 것일까. ‘부탁해요 캡틴’ 이후 3년 만에 재회한 KBS2 ‘블러드’는 그의 흑역사가 됐다. 안재현, 정해인, 류수영 등 인기 배우들이 의기투합했지만 시청률은 바닥을 쳤다.
지진희는 극 중 태민암병원 원장 이재욱 역을 맡았다. 뱀파이어라는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그였지만, 안재현, 구혜선이란 남녀주인공의 ‘발연기’에 제대로 매력을 발휘할 순 없었다. 제목 그대로 ‘피 본’ 작품이라고나 할까.
◇ ‘애인있어요’
‘애인있어요’는 지진희가 또 다시 불륜 연기에 도전한 작품이다. 권태기에 빠져 외도했던 약학 박사 최진언(지진희 분)이 기억을 잃은 아내 도해강(김현주 분)을 다시 만나 내연녀 강설리(박한별 분)와 삼각관계에 빠진다는 이 작품은 복잡한 설정이지만 배유미 작가만의 따뜻한 시선과 착착 감기는 대사, 공감가는 설정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진희는 최진언과 100% 일치하는 듯 완벽 ‘빙의’해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불륜에 쉽게 빠지는 ‘나쁜 남자’이지만 도해강에 대한 미련과 그리움으로 아파하는 연기로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해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그가 마성의 불륜남 매력으로 경쟁작 MBC ‘내 딸 금사월’을 결국 이겨낼지 관심을 모은다 .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