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살해당한 아내 연수(엄지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누군가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진짜 아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아내. 하지만 고동호(손현주)는 또다시 아내가 죽을 것이라는 걸 안다. 남자는 끔찍한 일에서 아내를 지키기 위해 뛰고 또 뛴다.
영화 '더 폰'(감독 김봉주)은 기시감이 느껴질 법하다. 소재도 내용도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생각이다. 하지만 색안경을 쓰고 보더라도 손현주라는 배우 덕에 영화는 시종 흥미진진하다. 뛰고 또 뛰는 것에 더해, 자전거를 타고 도망가는 장면은 필사적으로 느껴진다. '손현주 표 자전거 액션'이라 명명할 만하다.
아울러 대척점에 있는 전직 형사 재현 역의 배성우라는 배우 때문에 '손현주가 또 스릴러? 싫증 난다'라는 생각을 잊게 한다. 최근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배성우는 이 영화에서 또 한 번 무섭고 섬뜩한 얼굴을 끄집어낸다. 무표정한 듯한 표정에서 드러나는 눈빛이 두렵다.
태양 폭발로 인한 전자기기 오류라는 상황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로 사용한 것도 그럴듯하다. 현재의 동호와 과거의 아내가 전화 통화하며 안타까운 상황을 해결하는 상황과 여기에 재현까지 끼어들며 타임라인이 수시로 변화, 현재가 바뀌는 상황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서울 광화문과 청계천 등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촬영해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특히 실제 연꽃 행렬 축제에서 촬영을 이어간 감독의 자신감과 배짱도 영화 보는 맛을 더한다.
다만 감독이 "양지에 사는 평범한 남자와 그의 정반대에 있는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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