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짓말’ 허언증 심한 아영 役
"평소 거짓말을 잘 못하는 편이에요. 아영이처럼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연기를 해서 재미있었어요."
배우 김꽃비는 22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거짓말’ 언론시사회에서 "어렸을 때 친구들이 참고서나 학용품 산다고 부모님한테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실 속 김꽃비는 능청스럽게 거짓말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단다. 택시를 탈 때도, 다음에 또 만날 일이 없으니 대충 둘러대로 되는데 곧이곧대로 대답을 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거짓말’ 속 김꽃비가 연기한 아영은 거짓말로 똘똘 뭉쳐 있다. 사지도 않을 거면서 부동산에 가서 고급 아파트 매매 거래를 한다고 거짓말하고, 백화점에서 가전제품을 샀다가 반품 처리하는 등 허영심이 가득하다.
직장 동료들에게는 교사 남자친구와 결혼할 거라고 거짓말 한다. 남자친구는 자동차 매매 거래소 직원이다. 남자친구에게도 사업하는 아버지와 외국에서 공부하는 남동생이 있다고 거짓말 했다. 실제 아영은 값비싼 아파트나 고가의 전자제품도 살 수 없는 피부관리소 직원일 뿐이다. 부모는 이혼했고 언니는 알코올 중독자이고 동생은 취업준비생으로, 아영은 소녀 가장 정도되는 인물이다.
영화는 김꽃비의 다양한 얼굴을 보는 매력이 넘친다.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쯧쯧’ 혀를 차기도 하면서, 가여운 모습에 위로를 건네고 싶은 마음도 든다.
김꽃비는 이날 시사회에서 공감 가는 부분을 묻자 "아영이 같은 욕망이 내 안에도 있는 것 같긴 하다"며 "전자제품이나 집 보러 갔을 때 거들먹거리면서 이걸 살 수 있는 사람인 척 하는 게 쉽진 않지만, 그래도 그 마음이 어떤 건지는 알겠더라. 왜 그런 심리가 생겼는지 공감이 됐다"고 몰입했다.
순정남 태호로 나오는 전신환은 과거 여자친구와의 일화를 전하며 "뭐든지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나를 피하는 느낌이 들더라. 전화도 안 받고 문자를 보냈는데 ’어디 있다’고 하더라. 미심쩍어서 집에 찾아갔는데 집 앞에서 줄넘기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사소한 거짓말이라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싫다"고 짚었다.
’거짓말’은 여주인공을 통해 허영으로 가득한 현대인의 삶을 냉철하게 그려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대명컬처웨이브상을 받았다. 98분. 청소년 관람불가. 29일 개봉.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