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윤아 기자] 지난 2002년 MBC 드라마 ‘로망스’에서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라는 최고의 유행어와 함께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가 있다. ‘살인미소’라는 수식어로 여심을 사로잡던 김재원, 그는 어느새 데뷔 15년 차를 맞았다.
줄곧 20대의 앳되고 순수한 모습으로 각인 된 김재원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화정’을 통해 데뷔 이래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다. 이는 김재원이 기존의 이미지와 틀을 깨려는 노력에서 비롯됐다.
15년차 배우답게 그의 연기를 향한 열정과 진지함은 소년 같던 데뷔 초 김재원을 잊게 만들었다. 그가 연기한 역사 속 인조는 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 최악의 임금 중 한명으로 꼽힌다. 김재원은 인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 인물의 내면과 그를 둘러싼 환경에 집중하며 몇 개월간 인조에 푹 빠져 살았다.
김재원은 극의 중반부터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MBC에 출근하고 제작진과 만나 극의 흐름을 지켜보고 함께 호흡했다. 덕분에 그에겐 ‘MBC 공무원’이라는 새로운 별명도 붙었다. 이렇듯 김재원은 새로운 연기 변신을 앞두고 목소리 톤을 연구하는 것은 물론, 다이어트까지 감행했다.
“드라마를 위해 15kg 이상을 감량했어요. 지금은 그나마 조금 찐 상태죠. 역할 때문에 뺀다고 뺐는데 다시 찌운다는 게 쉽지가 않아요. 주변에서 너무 안쓰러워 보인다고 해서, 다시 살을 찌우고 있어요. 제가 젤리를 좋아한다고 소문이 났던데, 그건 촬영 도중에 언제든 먹을 수 있고, 냄새도 안 나고 살도 금방 찐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이뿐만 아니다. 인조를 연기하면서 김재원은 끊었던 담배도 다시 입에 물게 됐고, 인조의 사주풀이를 보며 남다른 자세로 촬영에 임했다.
“도저히 맨 정신으로 인조를 연기하기는 힘들었어요. 그래서 담배를 다시 피게 됐죠. 역사적으로도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은 인조를 연기하다보니, 정말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인조를 악인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어요. 역사 속 인조도 당시 잘 하고 싶었는데 안 좋은 환경 때문에 자신을 그렇게 몰고 가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인조라고 하면 늘 독백하거나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 하는 외로운 모습이 떠올라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인조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배우 김재원이 얼마나 열심히 인조를 분석하고 캐릭터에 빠져 살았는지가 느껴졌다.
심지어 김재원은 ‘화정’ 촬영 동안 친구들과도 잠시 연락을 끊을 정도로 일상생활 속에서도 인조로 살았다. “몰입해서 나도 모르게 인조의 성격이 튀어나올까봐”라고 말할 정도로 인조와 일심동체가 된 것. 이렇듯 김재원은 백지 위에 하나씩 하나씩 인조를 스스로 그려갔다. 목소리부터 외모, 심지어 인물의 이면의 모습까지 상상해가며 연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김재원은 야망 가득한 청년시절 능양군부터, 인조반정으로 왕이 된 인조로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인생을 그리며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특히 순수한 청년 이미지가 주를 이뤘던 김재원에게도 비열하고, 무능하며 매사에 ‘버럭’하는 캐릭터가 가능하다는 것을 제대로 입증했다.
‘화정’을 종영하고 나서야 인조 캐릭터에서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다던 김재원, 그는 당분간 휴식기를 가지며 체력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조의 아픔을 연기하려다 보니 실제로 아파서 고생했어요. 아프다는 생각을 계속 하면 진짜 아프게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쉬는 기간에는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보강해야겠어요. 건강이 최고에요. 하하”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