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배우 손현주는 서민들의 모습을 가장 잘 대변하는 배우다. 드라마 ‘첫사랑’ ‘미우나 고우나’ ‘결혼의 법칙’ ‘장밋빛 인생’ ‘여우야 뭐하니’ ‘조강지처 클럽’ ‘솔약국집 아들들’ ‘이웃집 웬수’ ‘추적자’ ‘쓰리 데이즈’ 등에서 대중들의 삶을 가장 실감나게 표현해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영화에서도 손현주의 등장은 빛이 났다. ‘맹부삼천지교’ ‘더 게임’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에 이어 ‘숨바꼭질’과 ‘악의 연대기’까지 출연하며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더 폰’으로 판타지를 현실감 있게 살린 손현주는 “극 중 잘 나가는 변호사를 맡았다. 앞서 변호사, 형사 등을 했지만 항상 사람들 옆에 있는 역할을 많이 했다. 서민적인 캐릭터 말이다. 대중들과 호흡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 디자인=이주영 |
‘더 폰’은 1년 전 살해당한 아내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하면서, 아내를 살리기 위한 남편의 고군분투를 담은 영화다. 극 중 손현주는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에서 말끔한 변호사 모습까지 완벽하게 나타낼 뿐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가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아내가 살해당하고 민간변호사가 되려고 하지만 그 마저도 안 되고 다시 로펌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날 1년 전 살해당한 아내에게 전화가 온다. 이 자체가 비현실적이지 않지 않나. 현실적이지 않은 것을 어떻게 현실적이게 담을까 하는 생각과, 관객들이 극에 이입을 할까, 하는 지점이 쉽지 않았다.”
손현주는 ‘더 폰’을 한국형 SF라고 설명했다.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에 이어 액션 스릴러에 출연하기 때문에, ‘이미지’가 고착화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따라왔다. 이에 손현주는 “달콤한 것보다는 사투를 벌이는 작품을 좋아한다. 공포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에 끌리더라. 더 많이 뛰고, 다치고 힘들어 하는 작품 말이다”라고 털어놓았다.
때문에 손현주는 좋아하는 배우로 해리슨 포든, 브루스 윌리스 등을 꼽았다.
“‘더 폰’을 촬영하면서 손톱이 빠지기도 하고, 갈비뼈가 부러져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엄습했지만, 그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을 관객들이 좋아해 줄 것 같았다. 주인공이 죽지 않는 다는 것을 알지만 그 얼굴에서 두려움이 잔뜩 묻어나니 말이다. 10분만 있으면 곧 죽을 거 같은데 살 수 있는 모습이 좋고, 찍는 것 역시 좋다. 언제부턴가 시간대가 있고, 쫓고 쫓기는 사투를 벌이는 작품을 하게 된다. 사람에게는 때가 있는 것이니 또 다른 작품을 하지 않을까. 드라마도 할 수 있고.”
최근에는 무겁고 본인 자체가 힘든 작품을 하지만 손현주는 극 중 감초 역할도 톡톡히 하기도 했다. 그는 “둘 다 매력이 있다. 스릴러는 후반 작업할 때까지 마음을 압박하고 힘들게 한다.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못살게 구는 것은 스릴러다. 웃고 재밌는 역할은 정말 성격 자체가 편안해지고 즐거워지더라. ‘추적자’ 이후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은데, 그 뒤로는 작품을 재미 자체로 보게 됐다.”
다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유능한 변호사에서 거지, 장교, 경찰 등 손현주는 번듯한 정장과 유니폼 뿐 아니라 운동복과 낡은 옷까지 안 입어본 옷이 없다. 이렇듯 배우가 아닌 다른 옷은 상상할 수 없는 그에게도 외도는 있었다.
“배우를 안 했다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예전에 곱창집을 한 적 있다. 1990년에 연극을 하다가 잠깐 포장마차를 동업했다. 상당히 재밌는 시간이었는데, 내가 최선을 다해 만든 것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참 기분이 좋더라. 아마 배우를 안 했으면 가게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최선을 다하고, 이에 대중이 통하는 것에 희열을 느낀 손현주의 모습은 현재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온몸을 던져 촬영하고,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다.
↑ 디자인=이주영 |
“가장 편한 차림은 거지다. 정말 편하다. 아무 옷이나 입고 아무데나 누워도 되니까 말이다. 소시민 역할이 가장 좋았다. 커피 자판기 동전을 수거하고, 다시 집어놓고 하는 작품 등. 수트를 입고 두드려 맞기도 하고 가정을 파괴하기도 했지만 항상 사람들의 옆에서 있었다.”
때문에 손현주는 작품 출연 결정을 할 때도 작품의 재미 뿐 아니라 ‘이 시대에 말이 되는가’에 중점을 맞춘다. 이 시간을 담을 수 있느냐, 그 당시 문화가 드러나느냐가 손현주에게는 중요한 것이다.
특히 ‘가족애’가 진하게 묻어나는 손현주의 모습은, ‘더 폰’에서도 이어진다. 딸을 위해 뭐든 것을 마다하지 않으며, 아내를 살리기 위해 피와 땀을 아끼지 않고 흘린다. 이는 실제 손현주의 가족 사랑과도 크게 맞닿아 있었다.
“딸은 영화 모니터를 잘 해준다. 거의 친구같이 지내는데, 아내와 마찬가지로 내게 큰 조력자다. 조금만 더 있으면 술도 먹을 나이가 됐다. 음악을 하는데, 참 사랑스럽다.”
극 중 딸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도 실제 모습에서 떠올렸다고 덧붙이는 손현주는 형에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곱창집을 할 때 형이 KBS 14기 공채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더라. 당시는 TV 배우와 연극배우는 확연히 다른 영역이었다. 당시 극단이 중요했기 때문에 목화, 미추, 광장 등 극단 결정이 치열했다. 형이 원서를 갔다 줘서 이상했다. 당시 MBC에서 낙방한 상태였는데, 형 덕분에 다시 연기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가족들을 언급하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 손현주의 모습에서, 극 중 간절함이나 애절함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 대한 마음이나 염원이 작품에서 눈빛을 통해 드러나고, 이는 곧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한가지 밖에 못한다. 영화를 간간히 찍던 때 형이 ‘너도 영화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말을 한 적 있는데, 지금은 영화를 하는 때인 것 같다. 드라마를 하다보면 드라마만 몇 년 할지도 모르고, 연극을 하면 몇 년 동안 무대만 오를 것 같다. 사람에게 다 때가 있지 않은가.”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