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연예인 화가’에 대해 미술 평론가들과 현직 화가 겸 연예인들은 ‘색안경을 끼지는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솔비, 이혜영 등 연예인들이 비슷한 시기에 개인전을 열면서 ‘아트’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인 ‘아트테이너’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다방면에 재능을 보이는 연예인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있지만 대중의 상당수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바로 화가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술평론가로도 활동 중인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미술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생해서 화가 활동을 하는데 연예인들은 인기를 등에 업고 미술을 가볍게 건드린다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 있다”며 “사실 이는 작품을 만드는 이의 진정성 문제”라고 진단했다.
↑ 사진제공=한가람미술관 |
김윤섭 소장은 “연예인들이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고 화가 활동을 한다고 해서 이를 ‘옳고 그름’으로 가름해서는 안 된다”며 “그렇게 따지면 미술 전공이 아님에도 훌륭한 작품을 남긴 작가들도 폄하돼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며, 만약 이를 미술계에서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내부의 아집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히려 배우나 가수들이 쉽게 미술계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것은 ‘예술적 감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김 소장은 평가했다. 김 소장은 “가수나 배우의 영역과 미술 영역은 내적인 감성을 외부로 표현하는 점으로 봤을 때에 어느 정도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며 “미술에서도 극적 요소가 있고, 음악적인 요소가 있다.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현상은 현대미술에서도 왕왕 볼 수 있는 사례”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미술평론가인 신수진 문화역284 예술감독 역시 “미술계 사람들은 아무도 미술을 소수의 전유물로 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셀러브리티가 예술을 대중에 보이며 친숙함을 높이고 있다는 건 긍정적”이라고 ‘아트테이너’들의 활동을 평가했다. 신 감독은 “연예인들이 한 가지 직업을 가졌다 해서 다른 영역에 도전하지 말아야 하는 공식은 없지 않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현재 화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김혜진은 “연예인들이 미술을 한다고 해서 색안경부터 끼고 보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4년째 다양한 조각, 회화 등의 작품 제작에 몰두하면서 6회의 개인전을 연 바 있고, 유수의 아트페어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며 평단의 인정을 받은 화가다. 하지만 김혜진은 “저도 연예인으로서 처음 작품 활동을 할 때 편견 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 사진=배우 김혜진과 그의 작품 |
김혜진은 “어떤 연예인은 치유의 목적으로, 어떤 연예인은 예술적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등 각자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다. 이를 그저 홍보나 ‘이미지 세탁’ 쯤으로 치부해버리는 건 부당한 일”이라며 “분명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연예인들이 있다. 그들을 먼저 비판하기 전, 전시회를 방문해 작품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짧지 않은 시간을 작품 활동에 투자했고, 여러 개인전과 그룹전, 아트페어 출품 등을 통해 작가로서의 영역을 넓혔다. 그러니 어느 순간부터 평단에서도 인정을 해주고 제 작품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생겼다”며 “연예인이란 직업 자체가 조용하고 싶어도, 작은 일들도 화제가 되곤 한다. 본의 아니게 자신의 작품 활동이 크게 부풀려져 당혹스러운 이들도 있을 것”이라고 연예인 화가들의 고충을 암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결국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말로 ‘연예인 화가’의 활동을 설명했다. 결국 진정성이나 지속성이 그림을 그리는 연예인들에 ‘화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할 일이며, 이들을 평가하는 몫은 관객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색안경부터 끼고 연예인 화가들의 활동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예술적 주관이 작품에 잘 드러나는지, 이들의 활동이 일회성이 이난 지속성을 가지는지 등을 염두에 두고 활동을 지켜본 후 평가를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