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미술계에 진출한 연예인들의 활동, 과연 진정성일까 홍보성일까.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눈길을 끈다.
대부분의 미술 평론가는 ‘아트테이너’로 불리는 연예인들의 활동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특히 어렵다고 생각되기 쉬운 미술의 문턱을 낮추고 미술에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아트테이너’의 활동은 미술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술평론가인 신수진 문화역284 예술감독은 “전시기획자가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전시회의 성격이 달라지는데, 연예인 작가들의 갤러리 활동을 무조건 상업적 혹은 홍보성이라고 보아서는 이유 중 하나다. 전시 성격은 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대부분의 경우, 기획자가 전시회의 기획의도에 부합된다고 생각해서 아티스트들을 섭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제공=그라치아/M.A.P 크루 |
미술평론가로도 활동 중인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오히려 이 ‘홍보 활동’이라는 것에 “이상할 것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윤섭 소장은 “예를 들어 연예인이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떠났는데 이를 홍보자료로 내보냈다고 해서 그 진정성이 변하는 것이냐”고 물으며 “봉사활동을 촉구하는 방면으로 볼 때 그들의 홍보가 장점이 될 수 있듯 연예인들의 미술 활동도 비슷하다. 이들의 진정성만 진실 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두 전문가 모두 “연예인이 기존에 형성한 인지도와 작가로서의 (훌륭하다고 인정받는) 인지도를 동등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김윤섭 소장은 “연예인의 인지도가 예를 들어 ‘A등급’이라고 했을 때, 그가 그린 그림 또한 ‘A등급’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며 두 인지도를 ‘구분’하는 냉정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몇몇 연예인들의 에술 활동이 그 ‘냉정함’이 없이 그저 극찬 받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는 마치 미술가가 취미로 노래를 하고 있고, 기획사가 아닌 자력으로 앨범을 한두 장 냈다고 해서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에서 가수라는 이름으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치에 맞지 않는 사고”라고 강조했다.
신수진 감독 역시 “연예계 인사들이 좋은 예술가냐, 그건 별개의 문제”라고 말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름을 안다고 무조건 좋은 미술가는 아니다. 가수나 배우로서의 지명도만큼 예술가로서 상응하는 지위를 가지려면 그만큼의 동등한 노력과 꾸준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예계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더 부정적이었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미술 활동에 대해 “솔직히 ‘순수하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솔직한 의견을 말했다.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이 관계자는 “실제로 연예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화랑에서 작품이 판매되는 것은 30%도 안 된다고 알고 있다. 오랫동안 미술 작품을 해서 나름의 마니아층이 생긴 경우가 아니고서야 연예인이 전시회로서의 수입은 많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대중에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몇몇 연예인은 ‘홍보’와 ‘이미지 반전’을 위해 ‘돈을 들여서라도’ 전시회를 가진다. 갤러리 측에서도 갤러리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이들과 손잡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미술 활동을 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반전 이미지’의 강조는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며 “연예인들의 미술 활동 중 지나치게 ‘있어 보이기’ 위해 힘을 줘 홍보하는 경우들이 있다. 물론 꾸준하게 미술 작품을 만들어온 이들도 있지만 그저 일회성으로 스무 점도 넘지 않는 작품을 전시하고 ‘개인전’이라고 하는 건 목적이 뻔히 보이지 않나. 요즘 대중도 이 정도는 구분할 줄 안다”고 설명했다.
미술계에서 활동 중이거나 화가로 데뷔를 앞두고 있는 미술학도들은 일종의 ‘박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한 차례 전시회를 가진 바 있는 미술학도 A 씨는 “전시회를 가질 때에도 많은 비용을 들여 했는데 연예인들은 같은 돈을 들여도 그만큼 홍보 효과가 크지 않나. 작가들의 존재 이유는 ‘내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서’인데 연예인들은 이를 너무나 쉽게 달성한다”고 속상함을 전했다.
현재 화가로 활동 중인 B 씨 또한 “한 번 미술관에 초대되기도 힘든 상황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작가들조차 입성하기 힘든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걸 보면 한숨이 나온다”고 말하며 “지드래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전시회를 연 서울시립미술관은 수십 년을 미술계에서 활동하며 여러 가지 영역에서 인정받아야만 초대될 수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 단번에 입성한 지드래곤과 같은 사례들을 보면 미술계에 달리 ‘금수저’가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