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이하 브아걸)가 떠올랐다. 그들은 항상 예측불허의 행보에도 가요계에 선명한 지형도를 그려왔기 때문이다.
빗대어 표현하면 "브아걸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브아걸은 그 의미를 갖는다" 해도 어색하지 않다. 브아걸 역시 마침 네 명의 딸들이다.
'걸그룹'이 아닌, '여성 보컬 그룹'을 지향한 이들은 데뷔 당시 ‘제2의 빅마마’를 노린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2008년, 일렉트로닉 댄스곡인 ‘러브’로 걸그룹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분류되기 시작했다. 이어 '시건방춤'을 앞세운 ‘아브라카다브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안정적인 가창력과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 후부터 브아걸의 콘셉트 화(化)가 본격화됐다. 단순히 의상이나 퍼포먼스 콘셉트가 아닌, 앨범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를 말함이다.
쇼스타코비치의 협주곡에서 모티브를 얻은 ‘식스 센스’가 전환점이었다. 그들은 오감으로 제한된, 혹은 억압된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된 육감으로의 지향을 노래했다. ‘킬 빌’에서는 서부 영화속 카리스마 넘치는 여자들을 연기하며 남자에 대한 복수심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예쁘고 귀여운 수 많은 걸그룹이 대부분 ‘날 사랑해줘요’, ‘헤어져서 아파요’를 노래했던 터다. 브아걸은 같은 사랑과 이별이어도 다른 시각으로 표현했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태도로 가요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해왔다.
브아걸은 올해 데뷔 10년차다. 그간 한 번도 같은 콘셉트가 없었다. 그들의 다음 행보는 늘 예측불허다. 브아걸은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와 화두를 가요 시장에 던졌다. 이번 새 앨범 역시 새로운 소속사에서 네 멤버가 모두 뭉쳐 다시 내는 앨범인만큼 브아걸만의 에너지 넘치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기대할 만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브아걸의 이번 컴백 앨범 콘셉트는 '양자역학'이다. '베이직(Basic)'의 앨범 재킷 이미지도 슈뢰딩거의 방정식 형식으로 발표했다. 앨범 트랙리스트에는 생물학자 '야코브 폰 윅스쿨', 철학자 '에픽테토스', '스리오로빈도',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이름이 올랐다.
아인슈타인을 제외하고 웬만한 사람은 살면서 낯선 이름과 용어들이다. 그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어려운 이야기를 화두로 꺼낸걸까. 유추해보면 이토록 어려운 표현들이 모아지는 한 지점이 있다. 바로 '기본', '본질'에 관한 이야기다.
이번 앨범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조영철 프로듀서는 "'우리가 본질이라고 믿는 것들, 경험하는 것들이 과연 실재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본질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고 한다. 가요계에서 10년을 걸어온 브아걸이 ‘기본’이자 ‘본질’을 찾고자 했다. 과연 그들이 어떻게 이 무겁고도 우주적인 콘셉트를 소화할 수 있을지, 그것이 가능하긴 할지 많은 궁금함을 주는 대목이다.
브아걸은 가요계의 ‘인터스텔라’를 만들 수 있을까? 그들의 앨범은 11월 5일 자정 공개된다.
※ 필자는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