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엑소시즘, 후반 40분 흥미진진
사제복을 입어도 멋지다는 얘기를 굳이 할 필요는 없다. 사제복도 잘 어울리는 강동원에 여심이 황홀할 듯하지만,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그의 옷차림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적어도 영화를 좋아하는 남성 관객들이라면 그렇다.
'검은사제들'은 구마 의식이 특히 볼거리다.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소녀 영신(박소담)을 위해 나서는 사제들의 의식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할리우드 영화로 익숙하던 엑소시즘이 한국형으로 바뀌었다. 가짜지만 가짜 같지 않은 의식은 충분히 관객을 놀라게 할 정도로 긴장감 넘친다.
사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면(혹은 천주교 신자더라도) 알 수 없는 여러 의식이 잘 들리지도 않고 이해되지도 않기에 자칫 우스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각 상황 설정과 전개들이 몰입도를 높인다.
그 이유는 김윤석과 강동원, 그리고 무엇보다 악령에 사로잡힌 소녀를 연기한 박소담의 연기 덕이다. 박소담은 앳된 고교생의 모습도 나오긴 하지만 악령에 씐 모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외모와 목소리가 기괴하고 두려우며 무서울 정도로 대단한 연기를 펼쳤다.
특히 세 사람이 마치 연기 대결을 펼치는 듯한 후반부 40분, 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마 의식 장면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악과 악을 물리치려는 사제들의 대결이 흥미진진하다.
'검은 사제들'의 줄거리는 단순하고 간결하다. 하지만 엑소시즘을 통해 거대하게 포장됐고, 시종 긴장감 넘치게 그려냈다.
2편을 기대하게 하는 설정도 어디서 본 듯하지만 그리 싫증이 나지 않는다. 최근 인터뷰에서 강동원은 제작진보다 먼저 나서 "2편을 기대하고,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언급할 정도다. 그만큼 만족한다는 뜻이다.
201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