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나운서] 성기영, 女 아나운서 선입견을 깨다
[MBN스타 이다원 기자] KBS 성기영 아나운서는 여성 아나운서의 한계를 깬 주인공이다. 남자만 가득했던 경제 프로그램에 용감이 도전해 여성 최초 경제 전문 아나운서란 수식어를 획득했다. 입사 이후 25년간 가열차게 달려온 그의 아나운서 삶을 되돌아봤다.
↑ 디자인=이주영 |
◇ 키워드 총평 : 성기영, 겸손과 성실로 이뤄낸 결실이네요!
키워드1. 방송은 나의 운명
성기영은 1991년 KBS 18기 공채 아나운서로 처음 방송가에 발을 내디뎠다. 교수가 되려던 여대생은 우연한 기회에 방송국이란 큰 세계로 들어와 버렸다.
“방송이 운명처럼 온 것 같아요. 졸업을 앞두고 고시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친구가 아나운서 시험보자고 해서 얼떨결에 봤거든요. 친구와 함께 가면서 ‘내가 만일 방송국에 다니면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나운서 전형이 과목 하나가 적더라고요. 하하. 운좋게 합격하고 그렇게 25년을 다니다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하지만 내실없는 걸 경계하기 위해 안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 노력했던 것 같아요. 총평을 하라고요? 지금까지 꽤 괜찮게 왔다고 생각합니다.”
키워드2. 직업 만족도는 90점
그의 말처럼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은 목소리 곳곳에 담뿍 묻어났다.
“만족도는 수예요. 제가 다양한 프로에 나가거나 대중이 알아보는 스타는 아니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맡아서 오래하는 기회도 있었고 역량도 발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경제프로그램하면 ‘성기영’이란 등식을 만든 것도 잘 해온 것 같고요. 만점은 아니지만 90이상이라고 ‘수’를 주고 싶어요.”
키워드3. 새내기 성기영에게
그러나 25년전 새내기 성기영을 떠올리라 하니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아쉬운 점이 없었냐고 하니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방송일이 혼자 하긴 쉽지 않잖아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이라 혼자선 빛날 수 없고, 마이크 앞에서 협력이 있어야 가능한 거니까요. 사람들과 소통하고 배려하면서 방송하면, 콘텐츠도 더 좋아지고 같이 하는 사람도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방송국은 어느 정도 스펙이 되는 사람들이 입사해서 자기만 알고 주변을 못 돌아보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이 존재하기 위해선 주변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 어렸을 땐 저도 이걸 잘 몰랐죠. 관계의 소중함을 알았다면 방송을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하고요.”
↑ 사진=KBS 제공 |
키워드4. 경제 아이콘으로 우뚝 서다
성기영 아나운서는 여성경제인의 날 대통령 표창, 2008 아나운서대상 대상, 2012 한국방송대상 아나운서상 등을 받으며 경제 아이콘으로서 인정받았다. 남자도 어렵다는 분야에서 이뤄낸 쾌거라 남달랐다.
“제가 방송할 때만 해도 경제학은 남자의 학문처럼 도식화 됐었어요. 경제프로그램은 늘 남자가 진행한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때마침 제가 경제학 관련 석사 공부를 하고 있는 걸 알고 방송국에서 기회를 주셨어요. KBS1 라디오 ‘경제투데이’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첫날부터 PD가 제게 오프닝을 쓰라했죠. 어떻게든 잘해내고 싶었어요. 매일 아침 관련된 신문을 보고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진행했죠. 정말 힘들었는데 결국 그게 자기 것이 되던데요? 그런 훈련이 안 됐다면 그저 작가가 쓴 대본만 읽는 아나운서밖에 되지 못했을 거예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나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12년을 쭉 진행할 수 있었죠. 제가 흐름을 알고 진행하니까 방향을 잃지 않고 제대로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키워드5. 자신을 믿어라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쉼 없이 나아갈 수 있었던 건 자신을 믿는 마음 덕분이었다.
“제가 원래 새롭게 도전할 땐 굉장히 조심스럽고 신중한 성격이었어요. 내가 방송에서 뭘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미모로 승부하기 보다는 전문성을 가져야한다는 걸 일찍 깨달았죠. 해답은 라디오 프로그램이었어요. 그것도 전문성 있는 걸로요. 이후 경제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에도 힘들었지만 ‘열심히 하면 잘 되겠지’란 믿음이 있었어요. 또 ‘내가 하는 일엔 행운이 따른다’는 믿음도요. 선택의 기로에 설 때 이런 게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하며 판단을 빨리 하면 더 좋은 길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키워드6. 성기영의 무기
여성 아나운서로서 25년을 멋지게 달려올 수 있었던 무기는 뭐였을까. 성기영 아나운서는 ‘솔직함’이라고 답했다.
“지금은 KBS3라디오 ‘우리는 한국인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는데 게스트가 민요를 부르면 저도 따라하고, 재능을 뽐내면 있는 그대로 반응하고 있어요. 오랫동안 시사프로그램을 한 사람이 이런 게 안 어울릴 것 같지만 그 순간 몰입해서 솔직하게 진행하면 그 사람의 색깔이 그대로 프로그램에 묻어나거든요. 청취자도 좋아하고요. 경제프로그램을 할 때도 사람들이 절 아나운서라고 생각 안했다고 하더라고요. 프로그램에 몰입하다보니 전문가 같다는 말을 들었죠. 그게 아마 제 색깔인 것 같아요. 매끄럽게 진행한 건 아니지만, 틀에 매여 방송하지 않고 콘텐츠를 머리에 갖고 유연하게 하는 것? 만약 같은 프로그램을 해도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했다면 그 색깔이 또 달라졌을 거예요. 관심없거나 머리 속에 없는 애기는 안하거든요.”
[성기영은 누구?] 1991년 KBS 공채 18기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성기영의 경제투데이’ ‘남북의 창’ ‘뉴스광장’ ‘지구촌 뉴스’ 등을 진행해왔으며, 2008 대한민국 아나운서 대상, 2012 한국방송대상 아나운서상, 제5회 미래를 이끄는 여성지도자상, 저축의 날 국무총리상, KBS 우수 프로그램 진행자상 등을 수상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