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 사건일지
“CNBS 단독보도입니다. 서울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연쇄살인범의 자필 메모가 본사 기자에 의해 극비 입수됐습니다. 보도에 허무혁 기잡니다.”
“28개월 동안 무려 7명이 살해당한 연쇄살인사건, 아무 증거도 단서도 없어 경찰의 수사력까지 도마에 올랐던 이번 사건의 범인 자필 메모가 입수됐습니다.”
영화 ‘특종: 량첸 살인기’에서 이혼, 해고의 위기에 몰린 열혈 기자 허무혁은 우연한 제보로 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한 일생일대의 특종을 터트린다. 하지만 단독 입수한 연쇄살인범의 친필 메모가 소설 ‘량첸살인기’의 한 구절임을 알게 된 무혁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특종이 사상초유의 실수임을 깨닫게 된다.
이를 알리 없는 보도국은 후속 보도를 기다리고 경찰은 사건의 취재 과정을 밝히라며 무혁을 압박해온다. 심지어 특종의 진실을 알고 있다는 목격자까지 나타나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면서 마음 편할 날 없는 하루하루를 이어간다.
이때 오보를 특종으로 터뜨린 허무혁은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이후에 오보인 사실을 알고 나서도 보도국 압박으로 인해 사실을 빨리 밝히지 않은 부분도 처벌 대상에 포함될까.
◇ ‘솔로몬’ 김도경 변호사의 선택은?
형법 제309조 제2항은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TV포함)에 의하여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이하의 징역, 10년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에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허무혁이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이와 같은 오보를 적시하였다면 이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사안에서 허무혁도 제보내용이 오보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점,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볼 만한 '타인'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동죄로 허무혁을 처벌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허무혁에게 거짓을 제보한 제보자의 죄책이 문제되는데, 위 제보자가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의 기사 재료를 그 정을 모르는 기자인 허무혁에게 제공하여 보도하게 한 경우에는 위 제보자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간접정범으로 위와 같은 규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한편, 허무혁이 오보인 사실을 알고 나서도 보도국의 압박으로 인해 사실을 빨리 밝히지 않은 부분과 관련해서는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사료되며, 위 방송국 및 허무혁을 상대로 청취자가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고 보인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