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윤아 기자] 와인마다 맛과 향이 다르듯 영화제 역시 각기 다른 색깔과 맛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영화제는 영화제의 수장과 프로그래머들의 취향에 따라 그 색깔이 확연히 달라진다. 그리고 이에 따라 영화제를 향한 팬들의 국제적 관심과 평가는 시시때때로 변화한다. 때문에 영화제 내 프로그래머들은 늘 적잖은 부담을 지닌다.
제 35회 하와이국제영화제(Hawaii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이하 HIFF) 개막을 앞둔 수석프로그래머 엔더슨 리는 10일 MBN스타와 서면인터뷰에서 “이번 영화제를 위해 2000개에 달하는 전 세계의 영화들을 출품 받았고, 400여 편을 챙겨봤다”고 전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HIFF와 함께해온 앤더슨은 이번 영화제를 위해 북미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 흥행작을 비롯해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독립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물을 꼼꼼히 챙겨봤다. 앤더슨과 함께 작업하는 프로그래머들 역시 평균 1000여 작품을 보고 150개의 작품을 선택했다고 한다.
↑ 사진=HIFF |
“보통 여름이 되면 프로그램의 라인업을 결정해야합니다. 수많은 영화들을 챙겨 봐야하는 게 곤욕일 때도 있어요. 말이 400편이지, 꽤 많은 양이잖아요. 심지어 대다수의 영화는 질이 별로 좋지 않아요. 그럴 때가 제일 힘들죠. 우리 팀은 영화를 선정하는데 있어 특정한 우리만의 기준이 있어요. 무엇보다 좋은 이야기 구성, 기술적인 부분, 연기력을 비롯해 중요한 요소들을 담고 있는 기준들이에요. 우리가 초점을 두는 게 따로 있냐고요? 우리는 아시아 영화를 주로 다뤄요. 동아시아-동남아시아-남아시아까지, 이게 우리 영화제의 강점이에요. 그동안 한국영화도 참 많이 상영했어요. 그래서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 송강호, 이병헌, 하지원 등 한국의 영화인들도 우리 영화제에 다녀갔죠.”
HIFF는 스포트라이트 온 코리아(SPOTLIGHT ON KOREA) 섹션을 따로 만들만큼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여 왔다. 이번 영화제에도 한국관을 통해 한국 영화를 소개한다. 개막작으로는 ‘사도’가 선정됐고, 이 외에도 ‘암살’ ‘춘향뎐’ ‘마돈나’ ‘오피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서울 서칭’ ‘소수의견’ ‘베테랑’ ‘미쓰 와이프’ 등의 작품이 상영을 앞두고 있다.
특히 앤더슨은 “이번 개막작품은 영화 ‘사도’”라며 “이준익 감독과 영화제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도’가 제작되는 과정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고 기회가 왔을 때 바로 개막작으로 초청했다”며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와 화제의 배우 유아인 두 사람의 놀라운 연기를 볼 수 있는 ‘사도’는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작품이다.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으며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부문의 한국 대표작으로 선정되는 성과도 이뤘다”며 개막작으로 ‘사도’를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HIFF에서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물으니 앤더슨은 ‘K팝’을 꼽았다.
“한국영화들은 HIFF와 오랜 시간 함께해왔어요. K팝 문화가 하와이에서도 매우 인기를 끌고 있답니다. 심지어 호놀룰루에는 K팝 라디오국도 있어요. 그리고 한국 드라마 역시 매일 전 지역에 방영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한국영화는 항상 영화제 내내 매진 열풍을 몰고 다녀요. 더 놀라운 것은 한국 영화 상영관에는 한국인을 넘어서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이 몰린다는 거 에요. 한국 문화를 사랑하고 감상하고자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우리 역시 한국 영화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