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걸크러쉬’라는 단어, 지금은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지만 분명 이 단어가 생소한 사람들도 있을 터. 때로는 ‘여성이 여성을 좋아한다’는 것 때문에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오해까지 사고 있다.
‘걸크러쉬’라는 단어가 언론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정확하게 2014년 후반부터다. 2013년도에도 간간히 사용되긴 했지만, 주로 해외스타들을 지칭하거나 패션을 설명할 때 언급되는 정도였다. 지금의 ‘여성 스타들의 팬을 자청하는 여성을의 심리’를 뜻하는 ‘걸크러쉬’가 본격적으로 온라인 언론매체들에 사용되기 시작한 건 불과 올해 초다.
역사가 짧은 단어인 만큼 오해도 많다. 2015년 1월~5월 사이에 ‘걸크러쉬’라는 단어가 사용된 기사, 블로그, 카페 게시물에서 ‘혹시 걸크러쉬가 동성애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묻거나 이미 ‘동성애’로 단정하는 반응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걸크러쉬’라는 단어가 등장한 게시물 10개 중 2개꼴로 이런 반응들이 나오니 얼마나 많은 누리꾼이 ‘걸크러쉬’라는 단어의 사용에 혼란을 빚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디자인=이주영 |
이에 현재 여성 스타의 팬 활동(공식 팬클럽 가입, 혹은 팬 카페 활동 등)을 하고 있는 20대 여성 4명과 함께 이에 대한 대화를 나눠봤다. 과연 ‘걸크러쉬’와 ‘동성애’의 경계선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일까.
◇의견에 답해준 인물
A: 27세. 직장인. 약 5년 동안 이하늬를 좋아한 열혈 팬.
B: 22세. 대학생. 마마무 ‘음오아예’부터 ‘입덕’.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건 아니지만 팬카페를 드나들고 있음.
C: 33세. 핑클 데뷔 때부터 팬이었고, 이효리 블로그 오픈 당시 블로그 가는 게 하루의 낙이었던 평범한 아이엄마.
D: 28세. 프리랜서 디자이너. 에프엑스 여성 팬이자 팬블로거로 특히 크리스탈을 좋아함.
◇ ‘걸크러쉬’라는 단어를 어떻게 생각하나.
A: 그냥 유행어? 뭔가 원래 있었던 말을 ‘쿨하게’ 바꿔 말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여성 스타를 팬질한 건 하루 이틀이 아닌데 갑자기 ‘걸크러쉬’라는 말이 생기니 편하기도 하고. 이제 구구절절 내가 왜 여성 스타를 좋아하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걸크러쉬’라는 말 한 마디면 설명 끝나는 거니까.
D: 멋진 단어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여성을 ‘존경하고 닮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가 생겼다는 것이 가끔은 신기하기도,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한다. 언제 이렇게 여성들의 심리에 존중을 해준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 왜 ‘걸크러쉬’라는 단어가 유행한 것 같나.
B: 아무래도 Mnet ‘언프리티랩스타’ 때문에. 확실히 ‘언프리티랩스타’ 당시에 ‘걸크러쉬’라는 단어가 많이 쓰였다고 기억한다. 제가 그 단어를 알게 된 것도 그 때 즈음이었고. 뭔가 새로 생긴 단어라 더 멋있어 보이는 게 있기는 하다. 요즘은 여성 스타들이 섹시해도, 귀여워도, 뭐만 해도 ‘어머, 걸크러쉬 제대로’ 이런 반응들이라 때로는 좀 혼란스럽기도 하다.
D: 많이 쓰여서 그런 것 같다. 최근엔 ‘걸크러쉬’라는 말을 아예 이미지메이킹으로 내세운 걸그룹들이 꽤나 있는 것 같더라. 그러다보니 더 많은 대중에 노출되고, 자연스럽게 그만큼 많이 쓰이게 된 것 같다.
◇ 간혹 ‘걸크러쉬’가 동성애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런 적이 있었나?
C: 있다. 2000년대 초반 내가 학창시절에는 여성 그룹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혹시 레즈비언 아니냐고 의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난 지금 결혼해서 아이 낳고 평범하게 살고 있는 걸. 이미 많은 여성 그룹 팬들이 동성애자가 아닌 이성애자로 살고 있는데 그게 증거이지 뭐겠나.(웃음) 단순히 ‘걸크러쉬’를 동성애로 단정하는 건 아주 바보 같은 짓인 것 같다. 요즘 세상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나?
A: 주로 남성들이 ‘걸크러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제 남자친구도 제가 여성 스타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걸 잘 이해하지 못 했다. ‘좀 이상해 보인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이니. 하지만 분명 남성들도 ‘맨크러쉬’를 당한 적이 있을 거다.
남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의 모든 경기를 챙기고 그의 프로필을 외우고, 그의 유니폼을 사 입는 게, 내가 좋아하는 여성 스타의 일정을 궁금해하고, 그 언니의 키와 몸무게, 운동법을 알고 있으며, 그 언니가 입었던 옷을 사려고 백화점에 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렇게 남자친구에 설명을 해줬더니 내가 여성 스타를 좋아하는 심리를 금방 이해하더라.
D: 물론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여성 스타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모든 여성들이 그들을 ‘성적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걸크러쉬’는 정말 ‘저 언니처럼 되고 싶어, 저 언니 너무 좋아’ 그런 거지, ‘저 언니와 사귀고 싶어’는 결코 아니거든.
B: 음? 동성애와 혼동? 저는 한 번도 그런 일을 겪어보지 못했는데.(웃음) 그렇게 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질문을 듣고 처음 알았다. 아직 ‘걸크러쉬’라는 단어를 잘 몰라서 그런 거 아닐까?(웃음)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