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하와이)=김윤아 기자] “남들이 얘기하는 북한 말고, 진짜 북한을 보고 싶었습니다. 편견 없이.”
백발이 성성한데도 김대실 감독은 하고 싶은 말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힘주어 말했다. 일제 치하부터 지금까지 20세기와 21세기를 함께 살아온 김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에 녹여내고자 했다. 무엇보다 북한에서 태어나 남한에서 자랐고, 이후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학자로 살아온 지난 일생을 되돌아봤을 때 어쩌면 다큐멘터리 ‘사람이 하늘이다’(‘People are the sky’)는 김 감독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역시 이번 영화 제작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 사진=김윤아 기자 |
“북한을 조명하는 영화 중에 올바르게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우리는 그들이 전하는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북한을 생각하곤 하죠. 그래서 내가 북한에 가서 내 눈으로 보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서 제대로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북한을 이해하려면 북한 자체만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국과 미국 여러 나라의 관계와 국제적 정세, 역사적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연결돼있는 함의를 파악해야합니다. 저는 학자니까, 그 점을 힘입어 ‘집이 어디냐’는 철학적인 질문과 ‘북한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나’에 초점을 맞췄어요.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가 내 생애이고, 영화에 내 생애를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김 감독이 다녀온 북한은 어땠을까.
“그곳의 정치 이념들은 나와 맞지 않지만, 북한의 일반 시민들을 사랑해요. 길에서 일 하고, 어머니 아버지들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었어요. 자기 딸, 아들 잘 자라서 교육 많이 받고 시집 장가 잘 가고 행복하게 사는 걸 바라고. 외부에서 비춰졌을 땐, 그저 지도자의 꼭두각시 정도로 그려지지만 그들도 역시 순수한 사람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어떤 생각 했으면 하는지 묻자 김 감독은 “‘Empty your heart and mind, give them a chance’(‘남의 말이나 남의 생각만 듣고 선입견을 갖지 말고, 사람을 판단하지 마라’) 이런 메시지만 전달되면, 그걸로 나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 “하느님은 각자 마음속에 전부 들어있고, 그것으로 하늘로 올라갔다”는 동학 철학이 내포된 영화 제목의 의미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의 개봉 날짜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영화가 독재자를 비판하는 내재적 의미도 있기 때문에 현 정권 하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
한편, 김 감독은 제35회 하와이 국제 영화제가 조명하는 이민자 영화 예술인으로 선정됐다. 일제하 황해도 신천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월남 후 1962년에 도미, 보스턴 대학에서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교수와 연방 정부 고위 공무원을 거친 독특한 이력의 주인공이다. 90년대 영화감독으로 변신, 1992년 LA 흑인폭동을 다룬 ‘사이구’를 비롯, ‘잊혀진 사람들: 사할린의 한인들’(1995), ‘깨어진 침묵: 한국인 종군위안부’(1999)으로 이미 해외에서 높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