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루시아(Lucia)는 생각보다 부지런한 뮤지션이다. 앨범 한 장을 내놓고 몇 년 째 감감무소식인 뮤지션들이 많은 가운데 루시아는 1년에 1장 이상의 음반을 내놓았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정규 앨범 ‘라이트 앤 셰이드 챕터1’(Light & Shade Chapter.1)을 내놓으면서 그 해 겨울에 연작 시리즈의 두 번째 앨범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겨울은 지났고 2015년이 됐다. 1년5개월이 지나서야 루시아는 두 번째 이야기인 ‘라이트 앤 셰이드 챕터2’(Light & Shade Chapter.2)를 발표했다.
“처음부터 연작 시리즈를 작정했던 것은 아닌데 챕터1을 냈을 때 한 음반에 넣기엔 곡들이 크고 무겁다고 하더라. 그래서 일정량을 덜어내고 연작 시리즈를 하기로 했다. 음반 욕심이 많아서 그 해에 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년에 2장은 무리라는 걸 알았다.(웃음) 죄송한 마음에 ‘녹여줘’등의 싱글을 내긴 했다.”
↑ 사진=파스텔뮤직, 디자인=이주영 |
앨범 타이틀을 직역하자면 ‘빛과 그림자’다. 두 장의 앨범을 연작으로 냈으니 하나는 ‘빛’, 다른 하나는 ‘그림자’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루시아는 ‘빛과 그림자 또한 다양한 색채와 명암으로 직조된 삶이라는 거대한 작품의 일부’라는 의미에 가장 가깝다고 설명했다.
“‘라이트’, ‘셰이드’로 나눠서 생각하진 않았다. 하나의 물체라고 볼 수 도 있지만 다면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담고 싶었다. 슬픔이든 기쁨이든 우리가 감내할 만한 것들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걸 제 삶의 재료로 만들었다.”
모든 곡들을 타이틀곡처럼 만들었고 ‘배워’와 ‘너의 존재 위에’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선정했다. ‘배워’가 좀 더 대중적인 발라드라면 ‘너의 존재 위에’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내 쉽지 않은 곡이다. 타이틀곡이라는 타이틀이 필요한 곡이었다. 항상 타이틀곡을 선정할 때마다 어긋났던 루시아와 파스텔뮤직 이응민 대표의 의견이 처음으로 맞아 떨어진 곡이기도 하다.
“‘너의 존재 위에’는 착안을 5년 전에 했는데 완성을 못했었다. 모든 앨범을 낼 때마다 작업을 하고 시도를 했는데 번번히 가사도 안 써지고 실패했다. 그러면서 기다렸는데 이번에 갑자기 완성됐다. 5년 동안 안 써지던 곡이 앉은 자리에서 써지더라. 곡이 안 써질땐 내가 이런 노래를 표현하고 완성할 만큼의 깊이를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을 한다. 전 제 자신을 재료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 좀 더 현명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곡들이 많다.”
고전 문학을 좋아해 ‘데미안’ ‘오필리아’라는 곡을 만들었던 루시아는 윌리엄 서머셋 모옴 (William Somerset Maugham)의 ‘달과 6펜스’라는 작품을 바탕으로 ‘달과 6펜스’라는 곡을 만들기도 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앨범 가운데에서 독특한 사운드와 분위기가 존재감을 발휘하는 곡이다.
“그래서 6번 트랙으로 넣었다. 챕터1에서 ‘느와르’라는 곡을 수록했을 때도 주위에서 걱정이 많았다. 발라드 위주로 하다가 장르를 말하기도 어려운 곡을 넣었다고 생각하는데 전 어색하지 않았다. 저에게 다양한 음악 세계가 있는데 그 동안 제가 보여주지 못했을 뿐이다. 계속 발라드만 하고 싶진 않다. ‘느와르’가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아 용기를 냈다. 세션들과 녹음할 때도 정말 즐겁게 했고 반응도 의외로 괜찮다. 계속 발라드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렇게 조금씩 지평을 넓혀가면서 하나씩 들려주는 게 더 재미있다.”
연작 시리즈이지만 챕터1과 챕터2의 가장 큰 차이라면 루시아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챕터1을 내놓을 당시가 혼란스럽고 불안했다면 챕터2를 내고 30대가 된 루시아는 20대의 혼란스러움을 내려놓게 됐다. 스스로 위로하는 말이 챕터1이었다면 챕터2는 듣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다. 그걸 근본으로 만든 앨범이다.
“내가 날 위로하려고 만든 노래가 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음악적으로 성숙하고 강력해졌다. 그 모습을 이번 앨범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항상 ‘음악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말을 많이 했다. 늦게 데뷔를 해서 음악 자체가 막막하고 괴로웠다. 제 자신의 자아를 쇼윈도에 진열하고 원하지 않는 부분까지 비교 평가를 받을 때가 있었다. 당연한 부분이지만 괴로운 시절이었다. 근데 제 노래를 듣는 팬덤이 생기고 콘서트가 매진이 되고 믿을 수 없는 시간이 계속되더라. 얼마 전부턴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됐다. 저의 천분이고 그만큼의 시간을 버텨올 가치가 있다고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
이번 ‘라이트 앤 셰이드 챕터2’를 통해서 듣는 사람을 생각하며 노래를 만든 루시아는 자연스럽게 자아발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제 듣는 사람이 듣고 싶은 노래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노래는 가난하고 지금 힘든 사람들이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위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비싼 음식을 먹거나 여행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이어폰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노래로 위안을 얻는 분이 많다. 저도 그랬다. 다들 웃고 있지만 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런 의미로 쓰임이 있는 노래를 쓰고 싶다. 그런 피드백을 받았을 때 제 스스로 가치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건하게 작업하고 책임감을 느낀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