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수지는 주인공으로 스크린에서 또 한 번 성공할 수 있을까.
수지는 영화 '건축학개론'(2012)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 사냥에 도전한다.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배수지)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 '도리화가'다.
1867년 흥선대원군이 전국의 소리꾼들을 위해 열었던 경연 '낙성연'에서 조선 역사상 최초로 여성의 소리가 울려 퍼진 그 날 이후, 역사에 정확히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를 이종필 감독이 상상했다. 사제지간의 감정을 넘어 사랑, 존경의 의미까지 담겼다. 류승룡과 배수지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이 중요했다.
배수지는 18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도리화가' 언론시사회에서 "실제 스승처럼 잘 챙겨주고 배려해서 든든하게 촬영한 것 같다"며 "눈빛을 통해 서로 호흡하는 게 많았다. 눈빛으로 위로해주고 편하게 대해줘 감사했다"고 즐거워했다.
류승룡은 "착한 제자처럼, 아주 잘 체화하고 표현해 나 역시 보람이 있었다"며 "극중 채선처럼 도전하는 모습, 자기를 깨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도 되고 수지에게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도리화가'는 신재효가 진채선의 아름다움을 복숭아꽃과 자두꽃이 핀 봄 경치에 빗대어 지은 것으로 알려진 짧은 판소리의 제목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멜로 감정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류승룡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만 연기했다"며 "소리를 깨우쳤을 때 소울메이트같은, 시대의 금기를 깨뜨린 동지의 느낌이 강했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진채선이 판소리를 배우며 성장하는 것도 '도리화가'의 또 하나의 축이다. 배수지는 "판소리를 1년 정도 배웠다"며 "선생님께 배운 걸 녹음해 매일매일 들었다. 계속 듣다보니 흥얼거리게 되기도 했다. 선생님의 발끝도 못 따라가긴 했지만 옛날에 녹음한 걸 들어오면 늘어있는 것 같아 신기했다"고 좋아했다.
이종필 감독은 "전해져 내려오는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가 별로 없는데, 낙성연에 여자 소리꾼이 와서 소리했다는 기록이 흥미로웠다. 신재효 선생이 남긴 판소리 여섯 마당과 단가에 의외적인 비유와 상징이 많이 들어간 노랫말이 남아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상상했고, 현재 사람들에게 어떤 걸 건넬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연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채선이 폭우 속에서 소리 연습을 하는 신 등을 언급하며 "연출자는 배우들의 고통을 모른다. 경험 많은 스태프가 '그만 좀 해라', '배수지 독하다'고 하시더라. 그 스태프가 '보통의 여배우는 저 정도 하면 짜증내고 간다'고 했다. 그런데 수지씨는 OK 사인이 나올 때까지 몇 시간 하더라. 그런 뒤 또 방긋 웃으면서 '수고했습니다' 하고 간다. 인상 깊었다"고 고마워했다.
배수지는 "폭우 맞는 신과 물에 빠진 신을
송새벽이 고수 김세종 역, 이동휘와 안재홍이 문하생 칠성과 용복 역으로 출연했다. 송새벽은 "김세종 역시 실존 인물이라 출연을 굉장히 망설였다. 내가 이 분을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부담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25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