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새 수목드라마 ‘달콤살벌 패밀리’에서 정준호가 액션부터 코믹까지 아우르며 한 회에서 다양한 매력을 뽐내 ‘충무로 스타’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지난 18일 방송된 ‘달콤살벌 패밀리’ 1회에서는 윤태수(정준호 분)가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아들로서, 조직의 촉망받는 조직원으로서 살아가는 일상이 그려졌다.
그는 조직의 보스 백만보(김응수 분)가 시시때때로 시키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사이에도 딸 윤수민(김지민 분)이 사고쳐 학교에 불려가고, 어머니 이춘분(오미연 분)이 ‘건강식품’ 사기를 당한 걸 듣고 해결하러 가는 등 끊임없이 일을 만드는 가족들을 위해서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다.
↑ 사진=달콤살벌 패밀리 방송 캡처 |
하루하루 바쁘지만 그래도 가족들 건강하고, 아들은 공부를 잘하고, 조직에서도 안정적인 위치에 있었던 윤태수는 조직 보스에 영화 제작 사업을 소개했다가 30억 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던 백만보가 윤태수의 소개로 만난 영화 제작자에 마음을 빼앗겨 돈을 송금했지만, 영화 제작자는 알고 보니 사기꾼이었고, 돈을 받은 다음 날 바로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이처럼 윤태수는 눈 코 뜰 새 없이 뛰어다니며 조직을 위해, 가족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가족에게도 조직에서도 충실하려는 ‘고달픈 아빠’ 윤태수의 모습은 정준호의 농익은 연기로 몰입감을 크게 올리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특히 첫 회는 윤태수를 중심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거의 ‘정준호의 원맨쇼’로 불러도 될 만큼 정준호의 역할이 컸다. 그는 첫 등장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내 문정희, 조직보스 김응수, 친구이자 라이벌인 정웅인 등 누구와 붙어도 ‘케미’가 살았는데, 이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고 극을 풍성하게 만들도록 했다.
사실 정준호의 ‘조폭’ 연기는 다소 뻔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나 ‘투사부일체’ ‘거룩한 계보’까지 참 다양한 작품에서 조폭 역할을 했다. ‘유감스러운 도시’에서는 정웅인과 호흡을 맞추기까지 했다. 지금의 ‘달콤살벌 패밀리’는 정준호와 ‘조폭’이라는 점에서 기시감을 주기 충분했다.
↑ 사진=달콤살벌 패밀리 방송 캡처 |
그럼에도 정준호는 윤태수를 결코 ‘뻔하게’ 그리지 않았다. 정준호에게 ‘조폭 연기’는 뻔할지언정 그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다. 그 덕분에 정준호는 힘을 빼고 편하게는 연기하되, 많은 장면에서 ‘달콤살벌 패밀리’ 윤태수 특유의 ‘짠한 아버지’의 면모를 더욱 부각시키고 ‘조폭’의 특징은 최대한 줄였다. 윤태수가 전작들의 캐릭터와 겹치지 않도록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조폭이라는 것은 특이하지만 윤태수도 가족들 앞에서는 ‘딸바보’에 ‘아내바라기’인 평범한 가장에 지나지 않았다. 아이들에 “우리 강아지들이 밥 먹는 거만 봐두 배가 불러유”라고 말하는가 하면 밤늦게 집에 돌아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내를 편하게 자도록 들여보내고 아이들을 한 명씩 들여다보며 이불을 정리해주는 모습은 우리네 아버지와 똑같았다. 가족들과 편히 밥 한 번 못 먹고 상사에 호출 당하면서도 가족들의 눈치를 보는 아버지 윤태수의 모습을 정준호는 능청스러움과 특유의 ‘불쌍한’ 연기로 제대로 살렸다.
조직폭력배로서 정장을 입고 액션을 선보일 때에는 새삼 ‘첩보물의 주인공’이었단 사실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구수한 사투리로 “왜그랴”를 연발하며 화난 아내를 달래는 걸 보면 그냥 안방에 있는 아버지 한 명 데려다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정준호는 한 회 안에서도 장면마다 다른 포인트로 연기를 하며 지루함을 피해갔다.
정준호가 아니라면 이 역할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이는 누가 있을까. 언뜻 떠올리기 힘들다. 비슷한 캐릭터를 수없이 했다는 점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정준호는 ‘충무로 스타’의 노련함으로 ‘달콤살벌 패밀리’와 시청자들과의 거리를 가깝게 만드는 일등공신이 됐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