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주연 기자]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은 대중들의 마음을 허무는 강력한 무기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강력한 화제성과 함께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가 아이답지 못한 모습일 때, 말랑말랑했던 대중들의 마음은 싸늘하게 굳기 십상이다.
최근 종영한 키즈돌직구쇼 ‘내 나이가 어때서’는 앞서 경고를 받았다. 지난 달 22일 방송통신심의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내 나이가 어때서’의 1,2회 방송분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방송심의에 대한 규정 제44조(수용수준) 2항에는 “어린이 및 청소년 시청보호시간대에는 시청대상자의 정서 발달과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1항에는 “방송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그 품성과 정서를 해치는 배역에 출연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제시돼 있으나 이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 사진=내나이가어때서 포스터, 캡쳐 |
최로운 등 아역 연기자와 연기자의 자녀 등이 출연해 어린 아이들의 정제되지 않은 시선에서 복잡한 어른들의 세계를 풀어내고 해답을 찾는다는 좋은 취지와는 달리, 아이들의 대화가 지나치게 어른스럽고 거침없다는 점은 ‘내 나이가 어때서’의 양날의 검이 됐다. 색다른 키즈예능의 선구자에 섰지만 아쉽게도 방영 7회 만에 종영했다.
비슷한 문제는 한 두번 벌어진 일이 아니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방영된 아역특집 당시, MC들은 곽동연, 김유정, 김동현 등을 두고 계속해서 짓궂게 러브라인을 형성해 당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SBS ‘붕어빵’이나 ‘스타킹’ 등 아역배우나 아이들이 많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장기자랑 명목을 앞세워 아이들에게 성인연예인의 춤사위를 시키거나 그렇게 하도록 분위기를 독려하는 장면 등이 “보기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 예능 토크쇼에서는 MC들이 아역배우에게 무리하게 눈물 연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 사진=해피투게더, 라디오스타 캡쳐 |
오염되지 안흔 순수한 동심을 기반으로 한 말과 행동이기에 오히려 정돈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이 수위를 결정하는 것은 제작진의 몫이다. 방송에 비친 아이의 모습이 결국은 그 아이의 정서나 상황을 해칠 수도 있다는 위험이 있다. 방송콘텐츠로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끄는 것도 좋지만 예능 속에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아이들을 활용하는 것은,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제작진으로서 지양해야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또한 제작진의 중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아역에 국한되지 않고 최근 육아예능에서 러브라인을 독려하는 장면이나, 아이들의 미모를 평가하는 듯한 자막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하재근 평론가는 “간혹 아이들을 과도하게 프로그램에 이용하려는 태도가 보인다. 그러한 표현법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서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고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박주연 기자 blindz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