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선자들'의 소재는 취업준비생의 성 상납이다. 그 소재를 토론 프로그램에 접목, 스크린으로 풀어냈다. 절망의 늪에 빠진 대학생들의 현실을 그려낸 포맷이 신선하고 독특하다.
취업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그럴 수도 있을 법한 상황이라고 가정하니, 자극적이라기보단 안타깝고 답답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말이 아닐까.
매번 면접에서 낙방하는 지방대 패션학과 취업준비생 소연(송은진)은 고민에 빠진다. 지도교수인,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원상(홍서준) 디자이너가 '거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문화부 차관으로 내정되기도 한 인물인 그의 추천서 한 장이면 취업은 쉽다. 하지만 악마에게 영혼을 팔듯 그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 꼬임에 학과 친한 조교 희주(주연서)와 의대생 남자친구(경준)까지 연루돼 있다. 결국, 따서는 안 될 사과를 먹고 추천서를 얻은 뒤 취업에 합격했으나 포기한다. 대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이 모든 일의 책임과 원인이 국가에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학생 소연의 이러한 소송 사건을 토론 프로그램이 다루면서 본격적인 영화 '위선자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법정공방까지 가게 된 소연의 과거부터 현재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화면에 수차례 토론이 끼어든다.
토론프로그램 사회자(최할리)를 비롯한 여배우(권민중), 문화평론가(김정균), 변호사(장두이), 작가(신소미) 등 패널은 자신들의 논리로 여대생의 소송과 관련해 왈가왈부한다. 찬반으로 나뉘어 여대생을 공격하거나 동조한다.
알쏭달쏭한 논리를 펴거나, 토론이라기보다 만담이라고 할 패널의 다양한 주장들이 펼쳐진다. 이들의 주장 곳곳에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고위 공직자들을 향한 혐오와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키지 않는 정부를 향한 비판, 동성애 문제 등등이 관객을 몰입시킨다. 우리 사회의 이야기들이기에 잔재미를 준다.
서로를 향한 인신공격성 발언과 예상치 못한 폭로도 흥미로운 방향 전환이다. 삿대질, 무조건 우기기, 도대체 왜 이 토론에 껴있는지 알 수 없는 사람 등등 실제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상황과 사람이 떠오르기도 해 실소를 이끈다.
다만 독설을 펼친 이들에게 통쾌함을 느끼라는 감독의 의도가 그렇게 와 닿진 않는다. 패널의 이야기가 너무 여러 갈래를 타고 흘러가기 때문인 듯하다. 국가를 상대로 한 여대생의 소송 이유가 감정을 후벼 파지 않는 것도 아쉬운 지점이다.
중립을 지키다 한쪽 편만을 든 사회자가 욕까지 하며 막장 토론으로 이끄는 대목에서 흥미를 느끼는 이도 있을 것 같다. 알고 보면 이 사회자의 목적도 따로 있다. 그 지점이 이 영화의 제목과 맞닿은 지점이다. 모두가 여대생을
김진홍 감독은 실제 비슷한 사례를 겪은 한 여대생을 만나 사연을 듣고 작품에 참고했다고 한다. 이 소재와 사건이 영화화를 위해 과장된 것이고 거짓말이라면 좋겠다.
오랜만에 권민중과 김정균, 최할리 등을 스크린에서 보는 재미도 있다. 101분. 청소년관람불가. 26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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