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극 판도를 뒤흔들 화제작'(SBS '육룡이 나르샤'), '기대 이상의 선전'(MBC '화려한 유혹'), '월화극 구원투수'(KBS '오 마이 비너스') 등. 현재 방영 중인 지상파 3사 월화드라마가 다양한 수식어로 화려하게 포장돼 있지만 시청률은 좀처럼 요지부동이다.
24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월화드라마 3편은 모두 10% 전후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육룡이 나르샤'가 14.6%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지킨 가운데, '오 마이 비너스'는 8.4%, '화려한 유혹'은 7.8%로 그 뒤를 이었다.
시청률 편차로 본다면 '육룡이 나르샤'의 독주가 맞지만 SBS로서는 성에 차지 않을 법 하다. 창사 25주년 특별기획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김영현·박상연 콤비의 신작이자 김명민, 유아인 등 내로라하는 스타 캐스팅으로 방송 전부터 월화극을 평정할 것으로 예상된 터였기 때문.
하지만 초반 '화려한 유혹'의 선전에 발목을 잡힌 점, 그리고 기대했던 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좀처럼 시청자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배우들의 연기야 흠 잡을 데 없이 완벽에 가깝지만 복잡하고도 묵직한 스토리 전개가 김·박 작가 콤비의 전작들인 '선덕여왕'과 '뿌리 깊은 나무'가 보여준 흡입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의 잔상을 잊지 못하는 일부 시청자들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극이 어느 정도 전개된 이후라 새로운 시청층의 유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초중반을 넘어선 '육룡이 나르샤'는 오를 듯 말듯, 날 듯 말듯 제자리걸음 중이다.
'화려한 유혹'도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맥이 풀린 모습이다. '화려한 유혹'은 극 초반 주인공들의 아역 분량이 전개될 당시, 숨가쁠 정도로 폭풍 같은 전개로 시선을 모으는 데 성공했으나 성인 배우들로 교체된 이후 오히려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대까지 넘나들며 '육룡이 나르샤'를 위협하던 기세는 온데간데 없다. 50부작 여정은 아직도 갈 길이 태산인데 벌써부터 지루해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명백한 선-악 구도가 지닌 단순함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싶겠으나 더이상 흥미롭지 않다는 한계에 부딪친 모습이다.
SBS, MBC가 짐짓 표정관리 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오 마이 비너스'의 선전 덕분에 KBS만이 제대로 웃는 분위기다. '오 마이 비너스'는 수개월간 5%를 겨우 넘나들던 전작들의 고전을 딛고 7%대의 시청률로 산뜻하게 출발, '화려한 유혹'을 제치고 동시간대 2위까지 올라섰다.
모처럼 안방극장에 컴백한 신민아, 소지섭 등 스타급 주연 배우들이 방송 전후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소지섭은 여전히 시청자들을 '소간지앓이'에 빠뜨릴 만큼 충분히 매력적으로 극의 중심을 이끌고 있고, 뚱보 분장에도 사랑스러움을 간직한 신민아 역시 다소 뻔한 전개가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싱그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 정도 분위기라면 '오 마이 비너스'가 진정한 월화극 '복병'이라 할 만 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 아직까지는 침체된 월화극 분위기를 살리기엔
최근 종영한 '그녀는 예뻤다'(MBC)나 인기리에 방영 중인 '응답하라 1988'(tvN) 같은 파괴력은 월화극에선 기대할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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